읽고 쓰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모든북스 감성시집 1
윤동주 지음 / 모든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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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지음





시의 빈 공백이 주는 감흥은 우리 스스로 채워나간다. 어린 시절에 만난 시와 지금 만나는 시는 해석과 접근이 매우 다르다. 다른 누군가 정형화된 해석을 했고 우리는 그 뜻을 이해하고자 노력했었다. 허나 지금은 나의 상황에 빗대어 그 시절의 윤동주를 떠올리며 시를 읽는다. 그리고 오롯히 나만을 위한 시로 받아 들인다.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젊은 시인 '윤동주'에게 그 어떤 수식어가 필요할까 싶다.

일제 강점기의 독립 운동가이자 시인인 '윤동주', 그의 짧은 생에 탄생한 시들은 시간이 흘러도 우리 가슴을 울린다.

일제의 강압에 고통 받는 조국의 현실, 인간의 삶과 고뇌, 사색은 그의 시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이 스치운다.

'서시' 중에서 (p19)

'서시'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마지막 한 줄을 떠올리고 또 떠올린다. 끊임없이 되뇌인다.

학창 시절에는 그저 공부의 대상이었던 이 '서시'가 지금은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나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는 생을 살아가고 있는가? 나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잘 걸어가고 있는가?

한 청년이 던지는 시 하나는 우리가 이 생을 살아가는 평생 가슴에 담고 되새겨야 할 것이다. 1941년 11월에 탄생한 이 시 '서시'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하고도 큰 울림을 준다.



하나, 둘, 셋, 네

..................

밤은

많기도 하다.

못 자는 밤 (p48)

나는 이 짧은 시 '못 자는 밤'을 읽고 뭉클해졌다. 나의 청년 시절에도 고뇌가 내 머리를 잠식했다. 수많은 걱정과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젊은 청년 윤동주 역시 수많은 고민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였으리라. 그 고민과 고뇌의 결은 무척이나 다르지만 그 감정만큼은 고스란히 지금의 나에게로 전해진다. 이런 청년들의 힘든 투쟁으로 지금은 평온한 고민만 가득하다. 우리는 나름 치열한 전투와 같은 고민일지언정 윤동주의 그때 그 고뇌에 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눈 (p95)

1936.12

책에 포함된 작가연보를 보니 윤동주가 처음 '윤동주'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할 즈음 나왔던 시다. 그의 나이 스무살 무렵이다.동시의 느낌이 물씬 나는 내용이지만 시가 참 세련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좋을 듯하다. 눈이 내리는 날 창 밖을 바라보면 이 시가 떠오를 것 같다. 올 겨울 코로나로 모두가 얼어붙은 유난히도 춥게 느껴지는 춥디 추운 겨울,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우리의 외로움과 지친 마음을 소-복이 덮어주길.



"동주 자네 시 여기를 좀 고치면 어떤가?"하는데 대하여 그는 응하여 주는 때가 없었다. 조용히 열흘이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곰곰이 생각하여서 한 편 시를 탄생시킨다. 그때까지는 누구에게도 그 시를 보이지 않는다. 이미 보여 주는 때는 흠이 없는 하나의 옥이다. 지나치게 그는 겸허 온순하였건만, 자기의 시만은 양보하지를 안했다.

'강처중 발문' 중에서 (p126)

그의 시가 탄생하기까지 윤동주는 다른 이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시에 몰입했음을 보여준다. 그가 처한 상황도 분명 영향이 있지만 윤동주의 문학적 집중력과 노력이 그의 빛나는 시들을 탄생시켰다. 어느 시나 시인의 정성과 노력이 깃들었겠지만 윤동주의 시는 더욱 우리에게 의미있게 다가온다. 올곧는 그의 정신에서 이 시가 탄생했으며, 굽히지 않는 소신은 독립운동의 발판이 되었으며, 우리말 우리 작품을 지키고 남기기 위한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고 우리 곁에 빛나고 있다.



* 책에는 정지용 서문, 총 88편의 시와 8편의 필사, 강처중 발문, 작가연보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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