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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그림편지 - 행복을 그리는 화가 이수동이 전하는 80통의 위로 ㅣ 토닥토닥 그림편지 1
이수동 글.그림 / 아트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표지의 저자 이름 앞에 있는 '행복을 그리는 화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다. 한 페이지 또는 두 페이지를 꽉 채우는 그림을 하나하나 볼 때마다 손가락이 멈춘다. 순간 얼음이 된다. 흡인력이 있다. 대게 서정적이고 은은한 그림들이다.
색에는 사람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색깔이 있었던가? 마치 저자는 그런 색을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림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그림을 보고 있는 내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그림은 날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때로는 언덕 위로 데리고 가기도 하고, 하늘을 날기도 하고, 창가 달빛을 보게 하기도 하고, 여름날 숲속 매앰매앰하는 매미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푸른 녹음의 세계로 안내하기도 한다. 높고 깊은 하늘이 있고, 드넓은 바다가 있고, 흰 눈밭이 있고, 흩날리는 꽃잎이 있고 그리고 내가 있고 또 사랑하는 사람, 그리운 사람이 있다.
진지하고 아름다운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미나고 기발한 발상도 있다. <잘먹고 잘살자>는 태극기의 태극에는 꽃밥이, 8괘에는 수저가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잘되어서 모두가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바다'를 소재로 쓴 글과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글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아, 바다!
세상 모든 물이 바다로 향하는 건,
그 바다가 낭만적이거나 고향 같아서가 아니라
그저 낮아서이다.
바다처럼 넒은 마음, 깊은 뜻을 말하는 그대,
먼저 낮아져라.
움직이는 것, 더 정확히 말해서 흐르는 것은
모두 낮은 곳으로 향한다.
이 얼마나 간단한 원리이자 진리인가?
꼿꼿하게 높이 솟아 있는지 모르고 다들 외롭다 말한다.
이제부터라도 사람 사는 정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면
바다만큼 낮아져라. (p61)
그림도 좋고 시처럼 곁들인 글들도 좋다. 하지만 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곤소곤 나의 이야기'이다. 가까운 이들 중에 '화가'라는 직업을 가지신 분이 안계셔서, 전혀 몰랐던 그림을 그리는 분의 인생을 조금 알 수 있었고, 또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 중 하나는 다음 문장이다.
그 시절 나의 적은 가난이었고, 이제 나의 적은 자만이다
아직 자만할 만한 무언가를 가진 것은 없지만, 가난도 한때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저자의 그림들이 초등학교 교과서 삽화로 쓰였으면 좋겠다.(벌써 쓰이고 있다면 이런 말하는 게 참 부끄럽겠다.) 은은한 색감의 조화와 자연의 묘사 등이 아이들의 감수성과 예술성을 자극하고 발달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인생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일수록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