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위안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청미래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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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젊은 사람만이 불안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일본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자살하기 전 남긴 유서에 ‘막연한 불안’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세상은 갈수록 더 급변하는 것 같지만 그것을 좇아가지 못하는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 나를 둘러싼 많은 환경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나를 몰아갈 때가 있다. 술이 아닌 다른 위안들 중에 ‘철학’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이 책을 읽으며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 생각들은 사실 허상일 수도 있다면 어떨까? 잘못된 생각이 우리 자신을 왜곡시키고 있다면? 불안해하고 좌절하기에 앞서 날 그렇게 만드는 것들이 어떠한 존재들인지를 되묻는 과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철학자들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철학을 이렇게 가깝게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똑똑하지 않은 것 같아 고민인 사람들에게 몽테뉴는 이야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을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그 사람은 더 선해지고 현명해졌는가?’ 우리는 가장 많이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해와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은 공허하게 비워놓은 채 오직 기억을 채우기 위해서 분투한다. p207

 

내가 좇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검증은 없이 맹목적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오히려 넘어져서 울고 있다면 다행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은 총 6가지로 나뉜다. 모두 어떠한 ‘존재들을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대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각 장의 앞부분만 떼서 보면 ‘인기 없는 존재들’, ‘가난한 존재들’, ‘좌절한 존재들’, ‘부적절한 존재들’, ‘상심한 존재들’, ‘어려움에 처한 존재들’이다. 읽고 싶은 장을 먼저 펼쳐보아도 무방하다. 장별로 다른 철학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 사진, 그림, 표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읽는 이의 이해를 돕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한국어로 읽을 수 있어서 무척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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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죽겠어요
이애경 지음 / 터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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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결혼이든 연애이든 이성과의 아름다운 만남을 꿈꾸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고 또 좌절한 여자의 애절한 마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기다리다 죽겠어요’ 재미있는 제목이다. 그렇다고 웃고 지나가면 될 정도로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이다. 짧은 제목에서 이 책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다. 단숨에 즐겁게 읽었다.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끼리 마음을 털어놓을 때,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고, 같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희망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은 이성 교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기독교인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제시해준다. 커피 한 잔 거르고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스스로를 ‘힐링 작가’라고 칭한다. 그리고 여성이다. 그렇다면 결혼을 했을까 하는 부분이 미혼인 우리는 바로 궁금해지는데,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밝힌다. 39살이다. 결혼하고 싶으나 결혼하지 못한 사람이다. 아주 솔직하고 그래서 더욱 친근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고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저자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또 읽는 우리의 이야기와도 겹친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대충 결혼이라는 의식을 치른 뒤에 고민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영화, 드라마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더러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직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당당하고 자신 있게 그리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저자의 삶과 사고방식이 아름다워 보였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하나님의 시계와 내 시계는 다르다 p118

믿음의 테스트는 기다림이라는 형태로 온다 p122

기다리는 동안 내 정체성을 의심하지 말라 p128

 

 

사람이 생각하는 ‘때’, ‘시간’이라는 것은 아주 편협적일 수 있는 것이고 그 안에 갇혀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요새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 지를 생각해 보게 했다.

 

홀로 있는 이 시기, 자유롭고 냉철하게 우리 생각을 정리하고 꿈꿀 수 있어서 한편으로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고 감사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자유보다는 남편과 아이가 있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정, 행복한 구속을 꿈꾸고 있는 우리. 어쩌란 말인가?

 

 

나에게 부족한 걸 남자로부터 채우려고 하지 마라. p50

싱글일 때 행복하지 않다면 결혼해도 마찬가지다 p134

남친이 있는 자매들에게는 다 이유가 있다. p67

 

 

알고는 있지만 가볍게 생각했던 부분들, 꼭 명심해야할 중요한 부분들을 꼼꼼히 짚어준다. 5장 기다림을 위한 현명한 팁도 반복해서 읽고 싶은 부분이었다.

 

 

우리 생각과 되지 않는 일들은 ‘결혼’ 외에도 많이 있을 수 있다. 결혼을 하고 나면 더 많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기다림이 지친다 싶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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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 그들은 누구인가
유진 엮음 / 프리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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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한국사를 되돌아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참 다행스럽다는 것이다. 이름 없이 살다간 많은 이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기도 하겠지만 시대별 지도자였던 대통령들의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재미있는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권으로 역대대통령을 다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개인을 따로따로 볼 수도 있겠지만 몇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모두를 살펴 볼 수 있으니 재미있다. 물론 분량의 제한이 있다 보니 깊이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남는다. 달리 생각하면 심도 있게 보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에게는 적합하다. 정치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 한국 대통령에 대해 대략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출판사의 의뢰를 받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자료, 문헌들을 토대로 정리한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대통령과 독서’, ‘영부인과 내조 스타일’을 다룬 부분이다.

 

공통적으로 모두 독서를 즐겼고, 독서에 몰입하였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는 것을 즐겼고, 이를 통해 자신을 단련시켜나가는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의 틀이 자연스레 잡힌 것으로 보인다.

 

영부인에 대해서는 별로 들을 기회가 없었지만 간단하게나마 대략 파악할 수가 있었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서기 위해서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 간략하게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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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않는 국민이 거짓 없는 대통령을 만든다 - 대선 토론으로 좋은 대통령을 고르는 30가지 방법
하버드 케네디스쿨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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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 88만원세대의 삶, 자의반 타의반으로 오랫동안 경험했다. 삼포세대라는 명찰은 언제 끝날 지 스스로도 알 수 없지만 아직은 누구보다 친근한 동반자로 함께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인생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겠다고 다짐하며 살고 있다. 전과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를 잘 모르는 것도 있고 그러다보니 선거는 다른 세계의 일인 것처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선거를 한 적도, 안한 적도 있었다. 선거에 참여했을 때도 후보자들에 대해 잘 알고 한 것은 아니었다.

선거전 대선 토론은 재미없고 지루한 방송이라는 인식이 컸다. 당장 내 생활이 큰 문제로 보여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토론 방송을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서로 다투는 식의 대화도 눈살이 찌푸려 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나는 정치에, 우리 사회의 앞날에 별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닌지? 이것을 깨닫게 되자 더 이상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총 5명이다.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모두 공공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라고.

 

 

우리는 각자 나름의 사회적 정의감을 가지고 있고,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 그리고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꿈꾼다. 가끔씩은 현실의 벽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우리는 깨닫는다. 변화란 바로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깨닫는다. p355

 

 

한국과 미국, 영국 등의 대통령 대선토론을 비교하며 좋은 후보를 판별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읽다보니 너무나도 흥미로워서 평소에는 집에서 독서를 하는데, 도서관에 가지고 가서 천천히 읽어보았다.

 

좋은 대통령을 고르는 방법은 물론 한국과 미국 정치가들의 정치 철학, 신념 등을 비교해서 볼 수 있었다. 공약(公約)인지, 공약(空約)인지 무엇을 보고 판단하면 좋을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주고 있었다.

 

지금껏 대선 토론 방송이 재미없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지식이 없어서 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부분도 있지만, 어두컴컴한 무대조명과 후보들이 얼굴만 내어놓고 앉아있는 경직된 자세, 마이크를 잡은 후보 한사람만 화면에 비춰주는 방식 등에서도 기인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영국과 미국은 훨씬 밝은 조명과 무대배경, 표정 뿐 아니라 몸짓까지 알 수 있게 공개된 모습, 한 후보가 말할 때 다른 사람이 어떻게 경청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것까지 시청자들이 한 번에 볼 수가 있었다. 또한 토론, 화법, 질문하는 기술 등도 알 수 있었다. 사회자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다 읽고 나니 뭔가 뜨거움이 느껴지는 듯 했다. 이번 대선 토론이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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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뒷모습 - 야구 스포츠 구기 취미 레저 오락 한국에세이
고석태 지음 / 일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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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야구 온라인 카페에도 가입을 했고,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도 만났다. 직접 체험해보자는 생각에 야구장에도 가보았다. 비록 퓨처스 리그이기는 했지만 푸른 잔디가 넓게 펼쳐진 그 위로 늠름하게 등장하며 멋지게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치며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 각 선수들 고유의 응원가 등은 처음에는 의아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내 빨려들었다.

 

야구 전문가라고 하면 야구 경기를 직접 보며, 야구 선수들을 가까이서 취재하는 기자들을 뺄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야구 전문기자로, 1990년부터 2011년 1월까지 체육부 기자로 근무하였다고 한다. 야구 이야기는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야구 선수와의 일화, 취재하면서 있었던 일화 등을 담고 있어 흥미진진했다. 야구에 이제 막 입문한 병아리다보니 낯선 용어들도 있었지만 의미를 검색해가며 읽어 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 번씩 기사로 접하는 야구 선수나 감독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 등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로 보였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난 이들의 모습은 무척 인간적이고 친근해 보였다. ‘꼴뚜기’, ‘메추리’ 등 별명으로 서로 부르는 감독들, ‘야왕’이니 ‘야통’이니 하며 존경의 의미를 담은 별명을 붙여주었다가도 경기 성적이 부진하면 ‘양승호구’라느니 ‘관중일’이라느니 비아냥거리는 별명으로 놀리는 팬들. 밤새 술을 퍼마시고 해장국까지 같이 마시고 경기에 출전해서는 이후에는 언제 어떻게 경기를 펼쳤는지 조차 날짜나 경기 성적까지 제대로 기억 못하는 선수들, 재일교포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부당한 차별을 겪으면서도 딛고 일어선 이들, 여자야구 선수들의 영화 같은 각자의 인생이야기 등 저자의 기자경력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미일 야구를 비교하며 설명해주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부록에 있는 ‘한국 야구의 선구자들’ 부분도 무척 흥미로웠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첫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인 이팔룡 선수 이야기는 더 찾아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야구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야구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기쁨을 안겨주리라 생각한다.

 

*오타 : p193 야구의 일본어식 읽기 ヤギュ (X) => やきゅう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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