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퓨징 - 분노 해소의 기술
조셉 슈랜드 & 리 디바인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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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화, 분노. 평소에는 별로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에 휩싸일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때는 나도 나 자신이 참 의아하고 놀랍기까지 하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비단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라는 것에서 위안을 느낀다. 그저 위안에서 그쳐서는 안 될 터이다.

 

 

이 책은 분노 해소의 기술, 분노 대처법이라는 수식어 그대로 분노에 직면하여 나 자신을 한걸음 뒤에 물러서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책 제목인 ‘디퓨징’은 어떤 의미에서 그대로 외래어를 옮겨 적었을까 하는 의문에 사전을 찾아보았다. ‘디퓨즈(defuse)'에 긴장이나 위험 등을 진정 또는 완화시킨다는 뜻이 있었다. 한마디로 긴장 완화, 분노 진정 등으로 번역될 수 있겠으나 그것만으로는 분노 해소에 대한 서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못해 그대로 외래어로 가져온 듯 하다. 외래어가 그대로 쓰일 정도로 현대 사회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는 순간순간이 자주 또한 누구에게나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몇 가지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은 줄도 치며 색지도 붙이며 반복해서 읽었다.

 

 

분노와 영양

 

 

영양학자들은 낮 동안 견과류나 과일 같은 간식을 몇 번 먹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람은 두뇌의 영양 상태가 좋을수록 더 차분해진다. p80

 

 

충분히 관련이 있다고 본다.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견과류와 과일을 제시하는 점에서 조금 더 부지런히 나와 가족을 위해 영양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위한 화인가?

 

 

화를 붙들고 있는 것은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 누군가에게 던지려고 하는 것과 같다. 석탄에 손을 데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p81

 

 

그야말로 적절한 비유이다. 조금 참으면 될 것을 이성을 잃고 난 후, 괴로워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존중

 

 

누구나 있는 인정받고 싶은 본능이 있다는 것. 이는 감사 인사를 들었을 때 아주 충족된다고 한다. 그리고 짜증나고 귀찮고 말하기 싫을 때라도, 어떠한 순간에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식상한 말 같지만 부끄러운 기억들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존중,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있는데 무척 공감되었다.

 

 

분노 해소의 기술을 익히는 것은 우리 가족, 내가 절대 잃고 싶지 않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속한 공동체, 지역, 사회를 위한 것이라는 것, 무엇보다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감정 조절에 애를 먹고 있는 사람이라면 손에 쥐어주고 싶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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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용어 사전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용택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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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텔레비전을 보느냐는 질문에 사교를 위해서, 사람들과 대화할 때 혼자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유행어 ‘느낌 아니까’ 라는 말이 최근 그랬는데, 어떤 인터넷 게시글에서 그 용어가 자주 나오는 것을 보고 ‘뭐지?’ 하고 검색해보았더니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온 말이었다. 직접 그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은 느낌을 아는데, 아닌 나 같은 경우는 뻥해지는 것이다.

 

철학도 마찬가지. 용어들이 친숙하고 한번 들으면 ‘아, 그거?’하는 경우라면 철학이 쉽게 느껴질 텐데, 이건 분명히 한국어인데 도대체 무엇이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면 갈 길이 한참 멀었다. 그래도 인터넷에서든 책을 통해서든 단어 의미를 찾아 나가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괜찮겠지만, 으레 지루하다, 도통 모르겠네 하고 손을 들게 되는 것이 보통이 아닐까? 그것이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어디서 들어본 용어들이지만 유래와 정확한 의미를 모르던 말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낯선 용어들도 있었다. 앞으로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읽어나가고자 한다면 만나게 될 단어들이다. 무심결에 사용하던 용어도 실제는 이런 뜻이었구나 란 것을 깨달았을 때는 정말 유쾌했다. 그림도 곁들이고 있어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주었다. 옆에 두고 자주 들춰본다면 독서를 하는데, 철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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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행복한 놀이다 - 질문하고 상상하고 표현하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 4
김무영 지음 / 사이다(씽크스마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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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이 가을, 시간을 내서 책이나 읽어볼까 해도 무슨 책을 읽을지 막막할 때가 있다.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가 뚜렷하다면 망설이지 않고 고를 수 있겠지만 마땅히 그런 것도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지 골라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여러 책들을 읽고 중심 내용을 저자의 말로 쉽게 풀어써놓았다. 혼자 영화를 보고 오더라도 크게 감동을 받았을 때, 누군가와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욕구가 일어날 때가 있다. 책 역시 나는 무심코 지나쳤거나 그 책의 존재를 몰랐을지라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번 읽어볼까 하는 자극을 받을 때가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평소 고민하고 관심 있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오르는 것이다.

 

고독에 대하여

 

계절 탓인지 자주 듣고 떠올리게 되는 단어, 고독. 작가들은 이 고독에 대해 어떤 사색을 하였을까?

 

고독하다는 말은, 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레비나스는 그것을 최초의 자유라고 부른다. 곧 시작의 자유다. 내가 주체로서 존재할 때, 내게는 이제 어떤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자유와 힘이 주어진다. 그러므로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 먼저다.

p145

 

시작의 자유. 내가 존재한다는 것. 철저하게 고독을 씹어야겠다.

 

일에 대하여

 

사람이 필요해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소비자를 필요로 해서 필요에 상관없이 물건을 소비해야하는 현실이다. 소비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시대일까? p227

 

부족한 게 없다고 하면 없는데도 자꾸 갈망하게 되고 소비하고 싶어 안달인 나를 돌아보게 된다. 소비자에게 헛된 욕구를 갖게 하는 것, 이것이 자본주의 생산의 과제가 되었다고 지적한 롤 라파르그(1842~1911)의 말은 지금도, 아니 지금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다.

 

5가지 주제에 대하여 다양한 문학, 철학, 영화, 만화 등의 작품을 통해 풀어나가는 이 책. 같은 것을 보고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구나 하며 나 자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쾌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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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철학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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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났구나, 삶의 의미가 없구나 하며 한탄하고 절망할 때, 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시가, 노래가 나를 구원해준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한 발짝 나아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는 것을 모르고 보이지 않는 벽 속에 갇혀 있었던 나. 이런 나를 발견하기란 그 속에서 벗어났을 때에야 가능한 것일 테다.

 

갇혀 있는 우리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것, 많은 것들을 통해 가능하겠지만 그 중 앞선 철학자들의 사색의 힘을 빌리는 것은 어떨까?

 

무지

 

몽테뉴에게 있어 '무지'란 결코 절망이나 슬픔의 근원이 아니다. 오히려 무지는 절망이나 슬픔과 맞서싸울 수단이 된다. 왜냐하면 스피노자나 니체와 마찬가지로 몽테뉴는 슬픔에 맞서 싸우기 때문이다. 몽테뉴는 슬픔 속에서 일종의 무기력과 비굴함, 회피, 움츠러들고 약해 빠진 태도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슬픔에 맞서는 불확실성은 활력과 기운을 북돋아줄 수 있는 역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p125

 

 

지나간 일들을 되돌아 볼 때도 무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고 원망스러울 때가 참 많다. 조금 더 지혜롭게 처신하지 못한 나를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 하지만 몽테뉴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

 

확실성을 경계하고, 모든 것은 변화의 과정 속에 있음을 인정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필멸성을 인식하면서도 즐거움을 잊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p126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꽤 최근에 들어서이다.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는다.

철학


철학이란 생각을 한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며, 생각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들을 체에 걸러 꼼꼼히 검토하여 지속 가능한 견고함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p11

 

철학은 어렵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특별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철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어디인지를 미리 알고 잘 꼬집어 설명해주고 있는 점에서 가려운 데를 알아서 긁어주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꼈다. 플라톤에서부터 니체까지 '진리'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20명의 철학자, 사상가들의 인생과 주장한 바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앞서 살아간 지식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참고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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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각과의 만남 - 사유의 스승이 된 철학자들의 이야기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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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부모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삶의 의미이자 낙이 자녀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어떨까? 무엇에 삶의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한번 씩 고요가 찾아올 때마다 함께 찾아오는 손님이다. 친구들과 만났을 때 이런 생각을 꺼내고 싶어도 각자 안고 있는 짐들이 다양해서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 같은 이런 물음을 입 밖에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20세기 위대한 지성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격변의 20세기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전체가 휘말렸던 시대이다. 철학자이자 사회에서 존경받는 지성인이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것에 눈을 감고 입을 닫는 것, 급기야는 동조하는 입장에 서는 것에 대해 격분한 젊은 철학자도 있었다. 그렇다면 철학자란 무엇인가?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의 시각은 다음과 같다.

 

 

철학자들은 언제나 우리의 오류와 우리의 막다른 골목과 우리의 공포까지도 이해하려고 한다. 그 어떤 고립무원 속에서도, 그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철학은 알고자 하는 욕망을 멈추지 않는다. p13

 

 

원제목이 ‘사유의 스승들’이라고 한다. 바로 옆에 이런 스승이 있으면 참 좋겠지만, 물론 실제 있다고 해도 나 같은 사람을 만나줄 시간은 없으려나? 아무튼 책으로라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은 20명의 위대한 지성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상 뿐 아니라 연애 등의 인간적인 이야기까지 접할 수 있어서 중간중간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친근감이 느껴졌다. 관심 있는 주제를 만났다면 각 인물 이야기의 마지막 쪽에 실은 추천도서 목록의 도움을 얻어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을 읽고 도서관에 가서 꽂힌 책들을 둘러보니 그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책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얄팍하지만 배경지식이라는 것이 이래서 중요한가보다. 

 

 

20세기 사유의 스승들의 전체적인 지도를 그리고 중심 생각들을 접할 수 있어, 유익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초보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 책을 쓴 저자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향했다.

 

 

아무리 복잡한 사상이라도, 베르그송의 말처럼 ‘만인의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는 요구사항은 현대 철학과 절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중략) 나는 내 평생에 걸쳐, 내 시간의 일부를 이러한 전달 및 확산과 교육 작업에 할애했다. 지식인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자기만의 사고와 다른 사람의 사고, 그리고 역사를 가로지르는 쟁점과 맥락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14

 

 

가볍게 넘겨들을 수 없는 강렬한 메시지다.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자유, 진리, 정의, 인간다움 등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사유의 스승들과의 만남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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