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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철학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7월
평점 :
모든 것이 끝났구나, 삶의 의미가 없구나 하며 한탄하고 절망할 때, 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시가, 노래가 나를 구원해준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한 발짝 나아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는 것을 모르고 보이지 않는 벽 속에 갇혀 있었던 나. 이런 나를 발견하기란 그 속에서
벗어났을 때에야 가능한 것일 테다.
갇혀 있는 우리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것, 많은 것들을 통해 가능하겠지만 그 중 앞선 철학자들의 사색의 힘을 빌리는
것은 어떨까?
무지
몽테뉴에게 있어 '무지'란 결코 절망이나 슬픔의 근원이 아니다. 오히려 무지는 절망이나 슬픔과
맞서싸울 수단이 된다. 왜냐하면 스피노자나 니체와 마찬가지로 몽테뉴는 슬픔에 맞서 싸우기 때문이다. 몽테뉴는 슬픔 속에서 일종의 무기력과
비굴함, 회피, 움츠러들고 약해 빠진 태도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슬픔에 맞서는 불확실성은 활력과 기운을 북돋아줄 수 있는 역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p125
지나간 일들을 되돌아 볼 때도 무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고 원망스러울 때가 참 많다. 조금 더 지혜롭게 처신하지 못한 나를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 하지만 몽테뉴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
확실성을 경계하고, 모든 것은 변화의 과정 속에 있음을 인정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필멸성을 인식하면서도 즐거움을 잊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p126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꽤 최근에 들어서이다.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는다.
철학
철학이란 생각을 한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며,
생각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들을 체에 걸러 꼼꼼히 검토하여 지속 가능한 견고함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p11
철학은 어렵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특별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철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어디인지를 미리 알고 잘 꼬집어 설명해주고 있는 점에서 가려운 데를 알아서 긁어주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꼈다. 플라톤에서부터 니체까지 '진리'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20명의 철학자, 사상가들의 인생과 주장한 바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앞서 살아간 지식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참고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