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을 감동 받아 두번 보고 새벽 두시에 잤다.

그런 영화를 보고 음식을 안 만들 수가 없지.

 

남은 야채 싹 처리하고 새로 장 볼 수 있게 야채카레를 만들기로 했다.

닭육수가 아직 일리터 정도 남아 있으니 국물은 그것으로 쓰고.

 

요리 들어가기 전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집앞 수퍼에서 오늘 오겹살 세일한다는 문자가 와 있는 것!

오겹살이라면... 똥포로우나 해볼까? (닭육수도 있으니.)

 

수퍼에 갔더니 오겹살을 800그램 이상씩 싸놓으셨기에 너무 많다고, 500그램만 달라고 요청.

아저씨, 800여그램 짜리 고기를 약간 잘라낸 뒤 저울에 올리신다 > 498그램, 우와!

파채도 덤으로 주신다.

안 그래도 청경채 쓰기 귀찮았는데 파채나 곁들여야겠다.

 

이제 카레와 똥포로우 동시 진행. 

그런데 한 40분 수육을 삶고 나니 바로 꾀가 났다.

오리지널 똥포로우를 하자면 고기를 정사각 주사위모양으로 잘라 기름이 한 번 튀겨줘야 하는데,

비상상황 아니면 집에서 튀김은 하지 않는다는 게 나의 모토. 

수육 모양으로 썰어서 간장양념에 조려 먹자. 똥포로우가 아니고 한국화된 동파육으로.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지(한 시간 반쯤) 동파육에 어려운 건 없다. 

아니 하나 있다: 어쩔 수 없이 맡아야 하는 돼지 냄새! 

 

 

 

카레에는 집에 있는 채소만 넣었다: 양파, 애호박, 감자, 토마토. 마늘은 당연직.

 

 

한 두 시간 음식냄새 맡았더니 식욕이 없어서 내 밥은 조금만 떴다.

 

 

카레도 동파육도 잘 먹어주니 고맙습니다.  

설거지도 부탁할게요.

 

한 가지: 책에서 봤는데 파는 카레는 첨가물 덩어리라고!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모르겠네?

천천히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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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모리 준이치 감독, 마츠오카 마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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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흠이라면 관중을 위한 설명에 좀 태만하다는 점(<안경> 같은 영화는 난감함). 이치코가 왜 또 떠났고 5년 동안 뭘 했는지 당최 알 수가 없어. 그럼에도 이 영화는 나선 하나를 완전히 돌아 다음 차원으로 올라선 그녀를 온전히 느끼게 하는 긴 춤씬으로 그 공백 다 메우고도 남아.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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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
모리 준이치 감독, 마츠오카 마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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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연. 그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절기 따라 만들어 먹는 진짜 시골음식. 황홀했다! 공해 걱정 없이 겨울 내내 무를 처마에 걸어 말리는 삶이 한없이 부럽고! 물려받은 삶의 터전과 방식을 지켜가는 젊은 농부들, 특히 여성 농부의 이야기라서 더욱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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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일인 생활 : 부엌과 나 도쿄 일인 생활
오토나쿨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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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림을 이렇게 사시는지! 경건하지만 금욕적이지 않은 내공 깊은 수도자의 마음이, 생활이, 이렇지 않을까. 이런 분을 우리집 도우미로 모시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몇몇 아이디어를 메모해 두었다(시금치를 데쳐서 소분하여 냉동실에 보관 등).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주말에 보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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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일인 생활 : 부엌과 나 도쿄 일인 생활
오토나쿨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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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위한 상차림과 네 명을 위한 상차림의 가장 큰 차이는 양입니다. 살림도 마찬가지입니다. 4인 가족 살림에 필요한 것이 열 가지라면, 일인 가구 살림에도 그 열 가지는 필요합니다. 양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일인 가구를 위한 살림이라고 해서 단순하거나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히 일과 살림을 혼자 다 책임져야 하는 일인 생활인은 어떻게 하면 시간을 절약하고 요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13)

결국 사람은 자신이 지향하는 생활에 대한 갈망이 크면 그만큼 움직이게 되어 있더군요.
......
혼자 살면서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는 혼자 사니까 더욱 타이트하게, 더욱 잘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렇게 익힌 루틴이 살림과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결국은 삶의 결을 다르게 만듦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겠죠. (27)

생활을 모듈화해서 규칙을 만드는 것. 어떻게 보면 쉴 새 없이 살림에만 매진하는 것 같지만 그때그때 부지런히 저금해둔 여유 덕분에 적잖은 시간을 천천히, 조금은 넉넉하게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불린 잡곡 덕분에 매일 삼십분 만에 갓 지은 현미 잡곡밥을 먹을 수 있고, 다시에 넣고 조린 무와 고등어조림을 십오 분 만에 만들 수 있는 것도 여유와 맞바꾼 부지런함 덕분입니다. (80)

이렇게 루틴화된 일상이 단조롭고 지겨울 수 있겠지만 짬 내서 하루 혹은 반나절을 바쁘게 움직이면 적어도 사흘 또는 일주일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습니다. 더운 날 불 앞에 서 있는 것도 힘들고, 추운 날 차가운 것을 만지기도 괴롭지만 언제든 간단하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밑 재료를 준비해놓는 것은 꽤 든든합니다. 냉장고를 열어 십 분 만에 맛있는 맥주 안주를 만들 수 있는 일상, 저는 이런 날들을 정말 소중하게 여깁니다. (81)

어묵이나 조림에 빠질 수 없는 삶은 무, 무가 맛있는 계절이 있긴 하지만 삶은 무는 언제든지 먹어도 맛있습니다. 여름에는 차가운 다시에 담근 무를 꺼내 파와 간장을 끼얹어 맥주 안주도 하고 겨울에는 방어구이와 함께 데리야키를 해서 즐겨 먹습니다. 이렇게 두루 먹을 수 있는 대신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리 넉넉하게 만들어서 냉동실에 저장합니다. 무를 삶을 때 쌀뜨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쌀을 불리는 날에는 무도 같이 준비합니다. 한국의 무에 비해 일본의 무는 가늘고 긴 편이라 통으로 3~4센티미터 두께로 잘라서 저장해둡니다. (101)

칼을 숫돌에 대면서부터 복부에 힘을 주고 갈며 일정한 속도와 횟수에 맞춰 저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됩니다. 칼을 갈 때 나는 사악사악 소리와 함께 칼날을 누르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 이때는 음악도 귀에 들리지 않고 칼 가는 소리만 들리는데 메트로놈같이 일정한 박자를 느끼며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그날의 칼갈이는 아주 만족스럽게 마무리가 됩니다. ... 어떻게 보면 칼을 가는 것은 단순한 작업일 수도 있지만 도구를 새롭게 다듬는 과정 자체가 평이하게 물 흐르듯 흘려버린 시간에 대해 다시금 긴장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181)

행주를 삶는 주기는 일주일에 한 번입니다. 행주를 삶을 때는 전용 비누 세제를 이용합니다. 기름 요리를 하고 주변을 닦은 날에는 세제를 조금 넉넉하게 묻혀, 재활용하려고 말려둔 지퍼백 안에 약간의 물과 함께 넣어 하룻밤 두고 다음 날 꺼내서 빨면 기름기나 그 외의 어지간한 짙은 때는 깨끗하게 빠닙니다.
이렇게 해서 일주일을 채우면 큰 냄비를 꺼내 그동안 쓰고 빨아 두었던 행주와 리넨을 전부 담고 한 번 더 빱니다. 사실 하지 않아도 되는 과정이지만 햇볕 좋은 날 행주가 널려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 한다는 것이 정확하겠군요.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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