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편안한 장소로 돌아오는 생활 리듬을 만드는 일이다. 그 기둥이 바로 식사다. 날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장소로 돌아오는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14)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식문화는 즉흥적인 행위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우리의 전통 요리를 멸종위기종이라고 우려하듯, 실제로 우리의 가정 요리가 점차 사라져 간다. 식문화는 우리 마음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곧 정체성이 되며 자신감과 신뢰를 형성한다. 문화는 소중히 여겨야 하고, 변화에는 신중을 가해야 한다. 초밥과 가이세키...가 일본 요리로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가정 요리가 사라진 식문화는 그야말로 허울 좋은 것일 뿐이다. 가정 요리는 인간의 힘이다. (28)
이렇듯 무언가를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한 행동이 뒤따른다. 먹기 위한 이런 행위 전부를 ‘식사‘라고 한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고, 일어서고, 손을 움직이고, 육체를 사용해 먹어야만 한다. 즉 삶의 원점이 되는 식사 행위에는 다양한 지능과 기능을 키우는 일종의 학습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근원적인 힘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몸은 ‘매일 하는 식사만큼은 제대로 하고 싶다‘고 ... 전한다. (41)
자신이 직접 요리하면 어떤 식재료, 어떤 조미료를 사용할지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어떤 식재료를 사용할지 고민하는 것은 부엌에서 벗어나 사회나 대자연을 생각하는 것과 연결된다. 식재료를 어디서 누구한테 살지, 그 식재료가 어느 곳에서 자랐는지, 어느 바다에서 잡혔는지를 알면 식재료를 통해 많은 사람, 나아가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요리함으로써 인간은 그 근본이 되는 것과 직접 이어진다. (51)
인간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다. 요리에서 실력이나 능력, 요령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은 가장 순수하다. 그리고 순수한 것은 가장 아름답고 귀중하다. 이런 것들은 아이의 마음에 강하게 남는다. 부모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당시에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해도 아이가 경험을 쌓아 어른이 된 후 언젠가는 분명 알게 된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가정 요리는 생명을 만드는 일"이라고 시미즈 히로시...가 가르쳐줬다. (106)
그리고 정서를 주고받음으로써 몸속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기준을 갖추게 된다. 자신 안에서 흔들리지 않으며 변화하지 않는 ‘정수定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경험이 없으면 이 정수를 갖출 수 없다. 정수가 없으면 비교를 할 수 없으므로 판단도 할 수 없다. ...... 그리고 정수는 음식에 대한 판단력뿐만 아니라 인간을 보는 눈, 물건을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 능력, 진짜와 가짜를 알아보는 힘, 상상력을 키우는 근간이 된다. 이것들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살아가는 힘이 된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무언가를 판단해야만 하는 상황에 무수히 놓일 때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121)
자연이 만든 식재료는 전부 신과 동일하므로 함부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런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 마치 신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깨끗이 씻은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레 요리했다. 식문화는 기후, 풍토와 함께 대자연을 두려워하고 신을 느끼면서 형성됐다. 그렇게 재료를 섞지 않은 결과, 그것이 맛으로 이어졌다.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세련된 요리는 태어나지 못했을 터이다. (148)
해마다 모두가 봄을 기다려 벗꽃을 보러 나갔으며, 가을이 깊어지면 단풍이 어느 정도 물들었는지 궁금해했다. 송사리가 알을 낳았다. 매미 소리가 요란했다. "아, 가을벌레가 울고 있어"라고 계절의 변화를 귀로 알아챌 수 있었다. 즐거운 소풍을 가기 전에는 날씨가 신경 쓰여 데루테루보즈...를 만들었고, 소풍 당일이 되면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도시락을 들고 집을 나섰다.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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