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읽다, 베트남 세계를 읽다
벤 엔겔바흐 지음, 김아림 옮김 / 가지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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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와 가장 큰 도시 사이공을 둘 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 나라에 대한 포괄적이고 폭넓은 견해를 형성하기 힘들다. 두 도시는 위아래로 닻을 내려 베트남을 단단히 붙드는 두 개의 추다. 하노이는 베트남의 현재와 과거를 전부 보여주는 아무것도 타지 않은 한 잔의 술이다. 속이지 않고 그대로 대담하게 드러낸다. 그럼 사이공은 어떨까? 북부에 갇혀 지내던 외국인들에게 필요한 해독제 같은 곳이다. 내가 사이공을 첫 관문처럼 활용해 베트남에 점점 익숙해졌더라면 이 나라에 정을 붙여 더욱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여러분이 무엇을 찾는지에 달린 문제다. (20)

구정 대공세는 미군과 남베트남이 공산주의자들의 작전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증명한, 북베트남의 대단한 심리학적인 승리였다. 이 작전은 베트남전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압축해 알려주는 뛰어난 사례다. 북베트남은 지속적인 패배를 통해 전쟁에서 승리했다. 이들은 승리의 대가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뛰어들었다. (39)

베트남 사람들은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 직장 상사는 물론이고 교통 체증과 교통 체증에 시달리며... 쳇바퀴 돌 듯 일상을 반복한다. 이들은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고 인생을 즐기고자 한다.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는 많은 인구를 들이부어 유지되는 상자와 같고 사람들도 여기에 맞춰 반응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 최선을 다한다. 나는 불만족스러운 베트남 문화의 별난 측면을 만날 때마다 만약 내가 여기서 태어났더라면 이들과 똑같이 행동했으리라는 사실을 되새긴다. (47)

오토바이를 타다 보면 걱정거리가 하나 더 있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온 폭풍우가 종종 들이닥친다는 점이다. 비가 오면 베트남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일사분란하게 오토바이를 갓길에 대는데 실제로 목격하면 꽤 별난 모습이다. 항상 배경음악처럼 들리던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일시에 멈추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판초를 꺼내 입고는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 비는 외국인이 자유롭게 저렴한 가격으로 베트남에서 지내는 대신 받아야 하는 형벌 같다. (132)

개인적인 질문을 받아도 답을 하는 데 망설이지 말라. 베트남 사람들은 ‘몇 살이에요?‘ ‘여자 친구 있어요? 왜 없어요?‘ ‘요즘 살쪘어요?‘ ‘수업이 얼마나 돼요?‘ 같은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이렇게 물어보는 이유는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고 친밀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211)

수동 공격적인 태도(다시 말해 비효율적인 의사소통)에 당황하지 말라. 예컨대 내가 가르치던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내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대신 쪽지에 써서 학교 사무실에 제출한 다음 그 내용이 나에게 전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또 상사에게 인사를 하고 직장 건물을 나오는데 방금 대화를 나눴던 상사로부터 ‘긴급‘ 이메일을 받은 적도 있다. (211)

나는 머리를 새로 잘랐는데 이전만 못하다든가 눈 밑이 거뭇해 너구리같다는 말도 들어봤다. 개인적인 질문...이나 대놓고 무례한 얘기("당신이 여기 온 건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할 만큼 똑똑하지 못해서인 것 같아요.")를 해도 베트남에서는 아무 문제없다. 그리고 직설적인 것은 나름 장점이 있다. 여러분이 실제로 살이 찌기 시작했다면 주변 사람들이 즉각 알려줄 테니 말이다.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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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윤리학 - 똑똑한 패피들을 위한 옷 입기 가이드!
리드레스 지음, 김지현 옮김 / 황소자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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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덜 사되 기왕 살 거면 고급으로 살 것. 2. 가지고 있는 옷을 최대로 활용하는 법 연구. 3. 통풍이 중요, 말릴 때도 보관할 때도. 4. 가죽 제품은 전문가에게 관리 받자. 5. 원단에 대한 이해를 높여라. 6. 니 손으로 수선하라. 7. 버려야 한다면 단추나 지퍼 등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살리고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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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윤리학 - 똑똑한 패피들을 위한 옷 입기 가이드!
리드레스 지음, 김지현 옮김 / 황소자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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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만들어지는 방식만 심각한 게 아니다. 옷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것 역시 문제다. 우리는 옷을 잘 수선하고 손질해 입거나 제대로 보관하는 법을 잊었다. 대신 깨끗하게 입겠다며 세탁과 건조, 다림질로 에너지를 낭비한다. 의류 관리로 소모되는 에너지는, 식물성 섬유를 재배해서 옷을 폐기하기까지 의류상품 전체 수명주기 동안 소모되는 에너지의 75~80퍼센트에 달한다. (7)

우리는 점점 더 많이 살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싸게 구매한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만고의 진리다. 값싼 물건은 딱 그 가격만큼의 효용가치만 지닌다. 저비용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 오늘날의 옷들은 형편없는 품질 탓에 옷단이나 솔기가 금방 헤진다.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들은 아무리 많이 사도 불만족스런 결과만 낳는다. 그래서 우리는 부당한 임금과 처우를 감내하는 노동자들이 형편없는 디자인에 따라 만들어낸 옷들을 또다시 산다. 이런 식의 신중하지 못한 구매행동은 스타일과 영혼이 없는 패션을 만든다. [번역 오류인 듯--> 영혼 없는 스타일과 패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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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의 도끼다 - 소설가들이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악스트 편집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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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러하듯 문학의 길도 다 각자의 루트, 속도, 운명에 따라 홀로 걷게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재확인. 작가가 써도 결국은 그가 쓰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몸 빌어서 시대가 쓰는 것이고, 화자가 태어나야 작품이 가능해지며, 글의 형식은 그것을 장악한 작가에게는 철창이 아니라 날개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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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의 도끼다 - 소설가들이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악스트 편집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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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지 않으려 애썼나?
당연히 그렇다. 나에겐 패거리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나를 환대해주고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무리를 좇았던 것 같다. 그런데 결국 실패했다. 영화판에서도, 문단에서도. 운명인 것 같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경험과 감각의 힘으로 계속 뭔가를 쓰는 거다. (34)

내가 세 번 이혼해서 그게 화제가 될 무렵이었는데, 그때 알았다. 나의 불행과 슬픔이 이 사람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을, 어떻게 보면 그냥 조금 시끄러운 한 여자의 이혼, 이런 사소한 걸 가지고 위협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가 명랑하게 사는 게 더 못마땅을 부추긴다는 것도 알았다. 망가지고 소설도 못 쓰고 알코올중독자가 되고 정신병원 가고 이래야 하는데 정치적인 발언까지 당당하니 견딜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53)

"쓰인 글의 침묵 속에서, 눈 아래서 언어가 표현될 때 문학은 시작된다. 목표점이 있는 것은 모두 문학에 속하지 않는다. 수신자가 있는 것은 모두 문학에 속하지 않는다." (112)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재능 같은 것은 낭만주의적 신화에 불과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 문장이 감상적으로 느껴지니까 문학에도 감상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정말 그 반대편이에요. 문장은 계속 연습하고 고쳐야 해요. 엔지니어가 계측하듯 완성도가 80퍼센트밖에 안 된다 그러면 100퍼센트가 될 때까지 문제점을 고쳐가며 완성품을 만드는 것에 가까운 것이지, 작가 개인의 감정을 고조시켜서 그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것, 영혼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거죠. (236)

‘나 자신이 아닌 다른 화자가 나와야 하는구나. 그런 화자가 먼저 만들어져 그 화자의 시각에서 써야 하는구나. 그럼 그 화자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것이 그다음으로 저의 관심사였어요. ... 개인적으로 저도 이상에 대해 아는 게 있고 수필로도 쓰지만, 그걸로는 소설을 위한 문장은 안 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화자를 먼저 만들어야만 소설의 문장을 쓸 수 있구나‘라는 걸 경험적으로 이해하게 됐고 여러 차례 반복 경험하면서 ‘소설을 쓰는 화자는 나보다 더 나은 존재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소설을 쓰는 화자는 저보다 훌륭한 존재인 거죠. 제가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했으면 그런 화자 같은 건 모르고 살았겠죠. 그런데 소설을 쓰니까 그런 화자가 될 필요가 있는 거예요. (256)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면 타자나 세계를 받아들이는 품도 좁아지고 사유가 왜곡되죠. 자기중심을 잘 유지하고 있으면 공평하고 관대하게 타자를 대할 수 있는데, 그 반대의 경우는 아무래도 그게 잘 안 되죠. 글을 쓸 때는 말할 것도 없고요. (272)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요. 진하게 자기 값을 치른 소설 있잖아요.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소설가를 포함한 모든 예술가는 근본적으로 샤먼에 속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해요. 샤먼이란 자기희생 제의를 통해 남의 고통을 치유하고 덜어주는 존재잖아요. 그러니 무당이 보상을 바라선 안 되죠. 소설 쓰는 행위도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권여선 씨의 작품을 읽으면서 저는 무당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287)

무엇을 쓸 것인가, 하고 고민할 때마다 저는 그 철창을 떠올립니다. 원숭이에게는 그 철창이 자신에게 가장 절박한 현실이었겠죠.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쓰는 사람의 심정이 절실해야 독자한테도 그 절실함이 전해지게 마련입니다. (297)

백탑파에 속한 인물 중 상당수가 과학자이면서 인문학자에요. 홍대용은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는 천문학자이면서 별을 노래하는 시인이기도 하고 묵자에 빠진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유득공도 발해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관상용 비둘기를 연구했습니다. ... 지금 역사가들 중에서 새 연구를 겸하는 이가 있나요? 제가 백탑파를 좋아하는 것도, 그처럼 대부분의 인물들이 다양한 영역을 함게 즐기기 때문이지요.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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