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는 우산이라는 것이 없다. 물론 도시의 특수계층에게 신문물로서 활용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거리에서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을 발견할 수는 없다. 비라는 것은 산천초목처럼 사람도 맞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은 풀이 비 맞고 자라듯이, 사람도 어려서부터 비를 맞고 자라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나기가 쏟아져도 아무 생각없이 맞으며 지나간다. 그들은 비 맞으며 몸을 씻는다고 생각한다. 동이를 이고 지나가는 여인의 옷이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햇볕이 나면 옷은 곧 말라 원상 복구된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끄로마"라는 긴 머플러를 꼭 가지고 다니는데, 목욕할 때는 앞을 가리고, 세수하고 나서는 수건으로 쓰고, 잘 때는 이불로 쓰고, 애기 업을 때는 강보고 쓰고, 햇볕이 뜨거울 때는 차양으로 쓰고, 학교 갈 때는 책보로 쓴다.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