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안토니아 열린책들 세계문학 195
윌라 캐더 지음, 전경자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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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민자들이 네브래스카의 척박한 자연으로 운명처럼 흘러 들어와 뿌리내리는 과정이 눈물겹다. 오지 촌락 하나와 그 옆 읍내의 한 줌 사람들의 이야기로 미국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도 완전히 타락하지 않고 삶에 대한 희망과 자연에 대한 사랑--그 첫 마음을 지켜냈음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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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토니아 열린책들 세계문학 195
윌라 캐더 지음, 전경자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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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어떤 일이 일어나리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나는 태양 아래 호박 처럼 누워 있는 어떤 존재였다. 나는 그 이상의 어떤 것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정말 행복했다. 아마 우리가 죽어서 태양과 공기 또는 선과 지식과 같이 어떤 완전한 것의 일부가 될 때 우리는 그런 것을 느낄 것이다. 어쨌든 내가 느낀 것은 행복이었다. 완전하고도 위대한 어떤 것 속으로 스며들었을 때의 기분이었다. 그런 행복은 잠처럼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29)

"내가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애초에 내가 널 만나러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지만 난 정말 너한테 가보고 싶었어. 너한테 늘 마음이 끌렸던 것 같아. 어쩌면 안토니아가 너한테 허튼 짓을 하면 안된다고 나한테 말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꽤 오랫동안 너를 그냥 혼자 있게 내버려두었잖아. 그렇지?" (278)

"그럼 그건 네가 우리한테서 영원히 먼 데로 간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널 잃게 된다는 뜻은 아니야. 여기 계신 우리 아빠를 봐. 아빠는 돌아가신 지 벌써 여러 해가 되었지만, 어떤 다른 사람보다도 나한테는 더 실제처럼 살아 계셔. 아빤 내 인생 밖에 계신 게 아냐. 난 늘 아빠와 이야기하고 의논해. 내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난 아빠를 더 잘 알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하게 돼." (301)
......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넌 여기 있는 거야. 우리 아빠처럼. 그래서 난 외롭지 않을 거야." (303)

그녀를 보면서 나는 그것이, 이를테면 그녀의 이 따위가 얼마나 사소한 것인가를 생각했다. 나는 안토니아가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면의 불꽃은 사그라져 버린 많은 여자들을 알고 있다. 다른 무엇이 안토니아에게서 사라져버렸다고 해도 그녀는 생명의 불을 잃지 않고 있었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그녀의 피부는 갈색이고 딱딱해졌지만 생기가 은근히 말라붙어서 축 늘어진 피부로는 보이지 않았다. (315)

그녀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보편적인 진리라고 깨닫고 있는 태고에서부터 이어져오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내 생각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사랑스러운 소녀가 아니라 고생으로 찌든 아줌마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었으며, 평범한 것들 속에서 의미를 드러내는 눈짓 하나 또는 몸짓 하나로 상대방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과수원에 서서 작은 사과나무에 손을 얹고 사과들을 올려다보기만 해도 그 모습은 보는 이에게 묘목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일에 대해서 선량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녀의 가슴 속에 있는 강렬한 힘이, 지치지 않고 아낌없이 베푸는 그녀의 관대한 마음씨가 그녀의 육체에 드러났다.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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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만리 - 항일중국망명기, 김사량선집 1
김사량 지음, 김재용 편주 / 실천문학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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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배급이래서 두 냥쭝의 호두기름 등잔 밑에서 심지도 돋우지 못하고 밤 가는 줄을 모르며 열심히 적어나가던 일, 대추나무 그늘가에 나귀를 매어놓고 풀섶에 앉아 수첩을 꺼내던 일이며, 마방간에 조짚을 깔고 찬서리 치는 밤을 엎데어 흘러드는 달빛을 등불 삼아 그적거리던 일기, 일군과 염석산의 군대가 매복 중인 낭자관의 산험을 앞에 두고 강을 건너며 이 기록과 일기 수첩을 바랑 밑에서 꺼내어 가슴 속에 포근히 품던 일, 어느 것 하나 아름다운 회상 아님이 없다. (28)

둘째로 해방 구역 내의 중국 농민의 생활이며 인민 군대의 형편이며 신민주주의 문화의 건설 면도 두루둘 관찰하여 나중에 돌아가는 날이 있다면 건국의 진향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함이 있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낭만으로는 이국 산지에서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적들과 싸워나가는 동지들의 일을 기록하는 일에 작가로서의 의무와 정열을 느낀 것이다. (43)

전쟁은 인민을 교육하였다. 이네들은 누가 진정 자기네를 도와주며 사랑하고, 진정 싸워야 할 것이 무엇이며 미워해야 할 것이 누구인지를 똑똑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한 이 전쟁을 이김이 없이는 진정 평화스레 행복되게 살 수 없음을 깨닫는 동시에 자기 자신들의 힘을 새로이 느끼고 발견하여 외적을 물리치고자 총을 들고 일어나게 되었다. 이것이 곧 인민자위군이다. 이 민병의 수효가 실로 이백이십만 이상에 도달하는 것이다. (103)

소담한 복숭아를 서너 알 사들고 돌아오는 길에 사람이 오구수수 모여 서서 떠드는 곳을 기웃이 들여다보니 군복을 입은 단발 여병이 탁자 위에 올라서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 청중들은 가끔 끄덕이기도 하고 박장도 울리며 떠나가게 폭소도 터뜨린다. ... 이런 광경을 바라보노라니 정말로 새로운 땅, 미지의 나라에 왔다는 느낌이 더욱 간절해진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정의의 세계에 연결되는 이 땅이요 새 시대의 올리닫는 역사와 결부되는 이 시간인 것이다. 각박하고도 빈고하고 스산한 산지대이언만 작열하는 불빛이 엉키고 서리어드는 화산의 힘이 저류를 이루어 굼실거리고 있는 듯하였다. (120)

"쓰시오, 쓰시오. 모두 기록에 남겨두시오. 이 화북 땅에도 조국을 찾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피를 흘린 동무들이 있었다는 것을 때를 만나 돌아가거든 국내 동포에게도 알려야지요. 이 관내의 중국 땅에서는 그래 총을 들고 왜적과 싸우기는 우리들입니다. 중경서 영감쟁이들은 책상머리에 대신 말뚝이나 세워놓고 서루 으르렁거리고 있군요. 일본이 망하면 돌아가서 한자리씩 해볼 궁냥만 앞서지 왜놈들과 싸울 생각이야 날 뻔이나 하오? 하기는 실지 공작을 하는 가운데서 동무도 더 절실한 기록을 쓰게 되리다." (153)

돌아오면서 C동무더러 정말로 백미를 구해다가 녀석들[일본군 포로를 말함]에게 밥을 지어 먹이느냐고 물으니까 그렇다고 한다. "어떻게해서든지 하나라도 더 우리 사람을 만들자는 게지요. 당장 쳐죽이고 싶도록 밉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지만 얼려잡아 정보와 자료도 얻을 겸 재교육하여 민주 역량을 더하자는 것입니다. 죽여버리기야 가장 간단하지요. 하나 그것은 소극적인 적개심의 표현입니다. 반민주전에 대한 적개심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우리 사람을 더 많이 만들어야지요. 우리는 애국자인 동시에 진정한 국제주의자가 아니겠소?" (172) ...... 참으로 새로운 세계를 위한 오랜 투쟁의 역사는 새로운 윤리를 창조한 것이다. ... 이 마왕의 사자, 지옥의 사신들 역시 전제 국가의 가련한 인민들이기 때문이었다. 이네들도 굴게를 벗어던지고 바른 정신이 든다면 머지않아 새 세계를 이룩할 역군이 될 것이며 민주 일본 건설의 귀중한 주석이 될 것이다. (177) ......적을 가장 옳게 미워할 줄 아는 사람이 제 나라를 가장 잘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178)

"옳습니다. 우리 팔로 군대는 정말 인민의 지지와 옹호를 받고 있지요. 이 군대가 인민 속에서 나왔으며 인민 속에서 자라났기 때문입니다. 일본 군대와 일본 인민과의 관계와는 아주 다릅니다. 멀리 일본의 예를 찾을 필요도 없이 국민당 군대를 보십시오. 우리의 군대는 그 자체가 인민이니까...... . 저 역시 농사꾼의 아들이외다." (182)

그러나 구구하게 이 이상 더 후방에 머물러 있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도 없지 않았다. 바로 대한 임시 정부파들의 눈에 겨운 간악하고도 치욕스런 행동이 그것이었다. 이들은 벌써부터 애국자의 미명하에 고물전 간판을 떠지고 다니는 정상배로 전락하였다. 진보적인 성실한 인사들이 그 주위에서 떠난 것도 이미 오래였다. 본시 이 '대한임시정부'의 간판 주인 소위 주석은 이왕의 친족이 된다는 이승만이니 이시영 대감 등이었다. 조선 팔도에 이 이상 더 훌륭한 양반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 이 뒤부터 임정은 간판을 떠지고 국민당 정부를 따라다니며 구걸을 하고 반동 두목들의 앞잡이질을 하며 푼전을 비라리하게 되었다. 그들의 생각에는 조선의 독립은 우리의 투쟁 노력 여하에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객관적 정세가 유리하니 장차 장개석이가 독립을 줄 것이요 혹은 미국 대통령이 베풀 것이며 또 어떻게 되면 일본 천황이 하사할지도 모르게끔 생각하였다. 따라서 앞날의 영화를 기하는 정권욕에 팔짱을 깊이 지르고 앉아 서로 으르렁거리며 남인, 북인, 노론, 소론 등의 당쟁 알력에만 눈이 벌게어 영일이 없었다. (229, 이어서)

(229, 이어서) 이로 말미암은 온갖 음모 술책과 모해, 이간, 테러가 이 임정의 유일한 사업이었다. 이 당파 싸움에 가담치 않거나 혹은 반대한 연유로 얼마나 많은 애국 열사와 혁명 청년들이 길가에 피를 흘리고 지하실에서 썩어나고 자루를 쓴 채 양자강의 물귀신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 중에는 일본인 해방연맹의 이름으로 된 일문도 더러 보인다.
"팔로군은 결코 우리를 죽이지 않는다!"
"상관놈에게 속지 말고 총을 버리라!"
"무엇 때문에 중국 인민을 죽이고 고향의 어머니를 눈물짓게 하느냐?"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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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라시압 이야기
이흐산 옥타이 아나르 지음, 이난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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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죽는가,라는 오랜 물음에 대한 귀여운 답변. 그 형식이 재미있다. 천일야화식 구술성 및 이야기 속 이야기 구조를 취하고, 죽음을 하나의 인물로 처리, 그가 인간과 부대끼며 고뇌한다는 민담적 설정으로 풀어간다. 마무리에서도 터키구비문학의 끝맺음 관습인 '사과 세 알'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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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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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아주 어렵다. 지독한 가난과 자연 속에서 태어나 그저 맑고 수줍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 아이들을 보고 눈물을 삼키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이 책의 선생님처럼 아이들의 순수도 학업도 지켜주지 못하고 결국 `촌학교`를 도망치듯 떠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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