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넷우익 -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지음, 김현욱 옮김 / 후마니타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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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회원들은 모두 자신이 `애국자`임을 강조한다. 내 눈 앞의 `애국자`들은 허탈할 정도로 얌전하고 진지하고 외로웠다. 그들 중 대부분은 사회로부터 거절당하는 아픔을 알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해받거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타자에 대한 적개심을 그로테스크한 운동에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불안과 불만과 분노에 억눌린 듯한 `애국자`들의 표정은 자기 자신을 표현할 길을 찾아 헤매던 예전의 나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 씁씁한 기분과 용서할 수 있는 기분이 뒤섞여 나도 흔들렸다.
그렇지만 나는 역시 이런 추악한 운동을 용인할 수 없다. 인종 피부색 성별 등과 같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타고난 `속성`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그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한국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일본 사회도 이 같은 추악한 사회운동을 방치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8)

그래도 나는 그들을 단순히 인종차별주의자, 광신적 애국주의자라고 혐오하며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자세로는 취재를 할 수 없다. 어쩌면 불만이나 불안을 갖고 오랜 시간 고민하며 살아온 그들이 나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쪽과 저쪽을 나눌 수 없었다. 저쪽에도 나름대로 리얼리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많다. 무엇보다도 재특회가 사회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을 쭉쭉 빨아들이는 강력한 자력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76)

`영토 문제에서 일본은 당하기만 하잖아.`라는 느낌은 나도 이해가 간다. 센가쿠 열도 부근에서 거듭되는 중국 어선의 영해 침범에 대다수 일본 국민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무력 사용을 예고하면서 영역 확대를 노리는 중국의 패권주의에는 나 역시 화가 난다. 또한 일본이 영토라고 주장하는 다케시마에서도 한국의 실효 지배가 계속되고 있다. 대화할 의지가 없는 중국과 한국의 과격한 내셔널리즘에는 나조차도 질리고 만다. (95)

"기본 보수나 우익이 하지 않은 일을 우리가 했다는 자부심은 있습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운동을 한 게 아니에요. 이런 일을 해도 돈은 안 나오니까요. 다들 자기 돈을 쓰면서 활동하고 있고 성실한 사람들이에요. 어떻게든 나라를 바꾸고 싶다, 지키고 싶다는 생각만은 가지고 있죠. 그런데 인터넷으로 저변을 넓혀서 세력을 확대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운동을 전개하는 방법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블로그나 동영상의 조회 수를 늘리려면 과격한 방향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자신을 객관화할 여유가 없어집니다." (136)

그 수단이 바로 쿠데타라고 한다.
"쿠데타까지 가기 위한 단계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더니, 주위를 둘러보거나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고 담담하게 쿠데타 실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의 계획을 나름대로 정리하면, "블로그 조회 수를 늘린다 > 그중에서 정예를 모아 친위대를 조직한다 > 친위대를 중심으로 각지에서 선전을 한다 > 경찰, 자위대, 언론, 연예계에 동조자를 잠입시킨다 > 경찰과 자위대의 힘을 빌려 디데이에 일제히 봉기한다."라는 시나리오다. (179)

이것도 재특회 회원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논리다. 과거 재일 코리안들 중에 밀항자가 있었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나도 모든 재일 코리안이 `일본 관헌이 목에 밧줄을 매달아 억지로 끌고 온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일본은 틀림없는 종주국이었으며, 전쟁에 지고 식민지를 잃었다. 한반도의 혼란에 어느 정도 책임지는 것은 구종주국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인으로서 책임질 일이 아닐까? (204)

`제일 코리안이 마냥 부러웠다.`
현장 부금을 행진할 때 하시모토도 "조선인은 나가라!"라고 크게 외쳤다. 그러나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죽을힘을 다해 학교를 지키려는 조선학교 졸업생들이었다. 동료나 친구와 어깨동무하고 필사적으로 학교를 지키려 하고 있었다. 그 속에는 아이들도, 노인들도 있었다. 지금은 재특회를 떠난 그였기에 솔직한 심정을 밝힐 수 있었다.
"우리한테 없는 것을 그 녀석들(제일 코리안)은 다 갖고 있는 것 같았어요."
지켜야 할 지역, 지켜야 할 가족, 지켜야 할 학교, 오래 사귄 벗, 재특회와 대치하는 제일 코리안들의 모습에서 그런 것을 발견한 것이다. (227)

"토마스 만을 철저하게 읽던 중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요란스럽게 붕괴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만은 나치에 반대한 문화인이었기 때문에, 굳이 말하자면 좌익적인 문맥에서 논의되었습니다만, 실제로는 유럽의 전통적 인간관과 세계관을 지키려고 했던 인물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만의 미학입니다. 저는 거기에 감동했어요." (247)
......
<마의 산>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이 세계를 덮는 죽음의 향연 속에서, 비 내리는 밤하늘을 태우고 있는 저 끔찍한 열병과 같은 불길 속에서, 그런 것들 속에서도 언젠가는 사랑이 탄생할 것인가?" (248)

"인터넷과 현실의 구분이 안 되는 거죠. 그들이 금방이라도 폭주할 것 같은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물리적 충돌을 경험하지도 않고 인터넷과 같은 감각으로 대처하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들에게 인터넷과 현실은 연속적이니까요."
키보드를 연타하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이겼다`고 생각하는 감각을 그대로 길 위에 가져온다. 하리야가 말한 이 연속성 때문에, 집회 때 반대하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욕설을 퍼붓는 집단 린치도 블로그에 `악플`을 다는 정도의 의미밖에 가지지 않는다. "죽여 버려."라는 말을 주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하리야는 말했다. (255)

재특회 회원들의 대다수는 이처럼 "빵을 얻지는 못했지만 `구경거리`를 얻은"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잃어버릴 것이 너무 많은 시대, 고독을 강요당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던 자유를 포기하더라도 강한 사람을 추종하려 한다. 사람은 파시스트나 인종차별주의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길러지는 것이다. 설사 선량함과 자애로 가득 찬 사람일지라도. (321)

"일본 사회가 제일 조선인을 싫어하는 건 당연해요. 저도 조선 부락에서 살았지만, 무척 가난하고 짜증 나는 곳이었어요. 저는 1988년에 처음으로 한국을 여행했어요. 거기서 한국인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반쪽바리래요. 저는 그래도 동포라고 말해 줄 줄 알았어요. 한국인도 사실 제일 코리안을 무시하는 거죠. 그런 나라, 좋아할 수 있겠어요?" (332)

"그때 아카데미즘에 입각한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은 학문적 토론에 적합하지 않은 매체라며 도망쳤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학자가 비난과 대치하는 건 고통스러웠겠죠. 좌파와 진보 세력 가운데 많은 이들이 올바른 이야기는 소리 높여 주장하지 않아도 반드시 세상이 인정해 주리라는 소박한 정의를 내세워 인터넷 언론에 관여하기를 경원시했습니다. 인터넷을 만만하게 봤고, 가볍게 봤던 것이지요." (352)

"재특회는 명쾌하죠.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지만, 너무 명쾌해서 공포를 느끼지는 않아요. 제가 무서운 건 재특회를 인터넷에서 칭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 솔직히 너무 괴로워요." (368)

`재특회란 무엇인가?`라고 내게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의 이웃들입니다."
사람 좋은 아저씨나 착해 보이는 아줌마, 예의 바른 젊은이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작은 증오가 재특회를 만들고 키운다. 거리에서 소리치는 젊은 사람들은 그 위에 고인 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저변에는 복잡하게 뒤엉킨 증오의 지하 수맥이 펼처져 있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차별`이라는 자각조차 없을 것이다. 자신이 쳐야 할 책임을 타자에게 조금 전가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편하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내 안에도 그 씨앗이 없다고는 할수 없으니까.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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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넷우익 -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지음, 김현욱 옮김 / 후마니타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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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류가 업인 입장에서 이런 책 읽으면 가슴이 아프다. 당연 재특회는 그르다! 다만 우리 먼저 할 일은 인권과 진실 옹호하는 일본의 시민들과 친구 되는 것이리. 나의 행복이 누구의 불행은 아니었는지 생각하는 반성력도 중요. 국민축제였던 2002월드컵이 일본 혐한론 폭증의 계기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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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몸을 건조하게 하지 마라 - 세포 속부터 촉촉하게 물기를 채우는 똑똑한 건강법
이시하라 엘레나, 이시하라 유미 지음, 이서연 옮김 / 한문화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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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건강책들이 강력하게 미는 생강홍차, 이 책에도 어김 없이 등장. 만들어 먹어보니 생강과 홍차 각각이 갖는 땁따름한 맛이 사라져 부드럽다 못해 밋밋한 맛. 그냥 각각 먹는 게 더 나을 듯. 시도할 것: 데운 청주에 생강 넣기, 오징어로 아연 섭취, 미끈미끈한 음식 중 토란 참마 가자미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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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의 돌
아티크 라히미 지음, 임희근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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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바닥에서 베일을 줍기 전에 이 말이 떠오른다. "생게 사부르!"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바로 이게 그 돌의 이름이야. 생게 사부르, 인내의 돌! 마법의 돌!" 그러더니 남자 곁에 쪼그려 앉는다. "그래, 당신, 당신이 내 `생게 사부르`야!" 그녀는 남자의 얼굴을 살며시 스치듯 쓰다듬어본다. 마치 정말로 그 소중한 돌을 만지듯이. "나의 생게 사부르, 당신에게 모든 걸 다 말할 테야. 내 고통, 내 불행을 모두 벗어버릴 때까지. 그리고 당신이......." 나머지 말은 안 하고 입을 다문다. 남자가 상상하게 둔다.
그녀는 방을 나가, 복도를 지나, 집을 나선다....... (123)

할머니는 서글프게 웃으며 내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어. `바로 그게 사람들이 신비라고 부르는 것이란다, 얘야. 모든 결말이 가능하지만, 좋고 정의로운 결말을 아는 것...... 바로 그게 신비란다.` (151)

아가, 불행히도, 아니면 다행히도, 실제 삶에서든 아니면 이야기 속에서든 누구나 행복을 얻을 수는 없단다. 누군가의 행복은 다른 누군가의 불행을 낳게 마련이지. 그건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야. 이 이야기에선, 그러니까 네가 행복한 결말에 이르려면 불행과 희생이 필요한 거다. 하지만 너의 자기애, 그리고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네가 품은 사랑 때문에 그 점에 대해 깊이 생각을 못하는 거야. 이 이야기에는 살인이 필요해. 누구를 죽이는 거냐고? 대답하기 전에, 누군가를 죽이기 전에, 네가 스스로 또 하나의 질문을 해봐야 해. 살아생전에 누가 행복했으면 좋겠니? (154)

`그러니까 행복한 결말이란 전혀 없는 거군요!` 아버님은 말씀하셨어. `아니, 있지. 하지만 내가 말했듯이, 행복한 결말이 있기 위한 조건은 체념하고 희생해야 하며, 세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거야. 자기애, 아버지의 법, 어머니의 도덕, 이 세 가지를.` (157)

"오, 나의 생게 사부르, 여자로 산다는 게 힘들면, 남자로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힘들어지는 거야!" ...... 그러더니 갑자기 기이하게도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만약 모든 종교가 계시 즉 진실의 게시를 보여주는 이야기라면, 그렇다면, 나의 생게 사부르, 우리의 이야기 역시 하나의 종교아. 우리만의 종교!" 그녀는 걷는다. "그래, 몸은 우리의 계시야." 걷다가 멈춘다. "우리의 몸, 그 몸의 비밀, 상처, 고통, 쾌락......." 그녀는 마치 진리를 양손에 쥐고 그걸 남자에게 주려는 듯 얼굴이 환해져서 남자에게 와락 달려든다. (212)

여자는 살짝 눈을 다시 뜬다.
바람이 일어 철새들이 그녀의 몸 위로 날아간다.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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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의 돌
아티크 라히미 지음, 임희근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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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자체가 탁월하기도 하지만, 예술과 PC의 행복한 시너지도 값지다. 페미니즘은 정신 바른 남녀가 함께 전영역에서 하는 인권활동! 이 남작가는 펜으로 동참한 거고. 솔직히 여인이 다 털어놓은 뒤 도끼로 저 인간돌을 내리쳤으면 시원했을 텐데, 뜻대로 안 되는 게 삶이고 예술은 그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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