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돌
아티크 라히미 지음, 임희근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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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녀가 바닥에서 베일을 줍기 전에 이 말이 떠오른다. "생게 사부르!"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바로 이게 그 돌의 이름이야. 생게 사부르, 인내의 돌! 마법의 돌!" 그러더니 남자 곁에 쪼그려 앉는다. "그래, 당신, 당신이 내 `생게 사부르`야!" 그녀는 남자의 얼굴을 살며시 스치듯 쓰다듬어본다. 마치 정말로 그 소중한 돌을 만지듯이. "나의 생게 사부르, 당신에게 모든 걸 다 말할 테야. 내 고통, 내 불행을 모두 벗어버릴 때까지. 그리고 당신이......." 나머지 말은 안 하고 입을 다문다. 남자가 상상하게 둔다.
그녀는 방을 나가, 복도를 지나, 집을 나선다....... (123)

할머니는 서글프게 웃으며 내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어. `바로 그게 사람들이 신비라고 부르는 것이란다, 얘야. 모든 결말이 가능하지만, 좋고 정의로운 결말을 아는 것...... 바로 그게 신비란다.` (151)

아가, 불행히도, 아니면 다행히도, 실제 삶에서든 아니면 이야기 속에서든 누구나 행복을 얻을 수는 없단다. 누군가의 행복은 다른 누군가의 불행을 낳게 마련이지. 그건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야. 이 이야기에선, 그러니까 네가 행복한 결말에 이르려면 불행과 희생이 필요한 거다. 하지만 너의 자기애, 그리고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네가 품은 사랑 때문에 그 점에 대해 깊이 생각을 못하는 거야. 이 이야기에는 살인이 필요해. 누구를 죽이는 거냐고? 대답하기 전에, 누군가를 죽이기 전에, 네가 스스로 또 하나의 질문을 해봐야 해. 살아생전에 누가 행복했으면 좋겠니? (154)

`그러니까 행복한 결말이란 전혀 없는 거군요!` 아버님은 말씀하셨어. `아니, 있지. 하지만 내가 말했듯이, 행복한 결말이 있기 위한 조건은 체념하고 희생해야 하며, 세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거야. 자기애, 아버지의 법, 어머니의 도덕, 이 세 가지를.` (157)

"오, 나의 생게 사부르, 여자로 산다는 게 힘들면, 남자로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힘들어지는 거야!" ...... 그러더니 갑자기 기이하게도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만약 모든 종교가 계시 즉 진실의 게시를 보여주는 이야기라면, 그렇다면, 나의 생게 사부르, 우리의 이야기 역시 하나의 종교아. 우리만의 종교!" 그녀는 걷는다. "그래, 몸은 우리의 계시야." 걷다가 멈춘다. "우리의 몸, 그 몸의 비밀, 상처, 고통, 쾌락......." 그녀는 마치 진리를 양손에 쥐고 그걸 남자에게 주려는 듯 얼굴이 환해져서 남자에게 와락 달려든다. (212)

여자는 살짝 눈을 다시 뜬다.
바람이 일어 철새들이 그녀의 몸 위로 날아간다.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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