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서로 돕는다 - 크로포트킨이 밝힌 자연의 법칙과 진화의 요인 여름언덕 공동선 총서 3
표트르 A. 크로포트킨 지음, 김훈 옮김 / 여름언덕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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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지만 동물의 사회성을 사랑과 연민으로 축소시켜버리는 것은 그것이 지닌 보편성과 중요성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빚어낸다.
이는 사랑과 개인적인 연민에 기반을 둔 인간 윤리가 도덕적 감정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빚어내는 데 그치는 것과 매 마찬가지다. (13)
......
그것은 사랑이나 개별적인 교감보다 무한히 넓은 감정이다. 그것은 대단히 긴 진화 과정에서 동물과 인간 사이에 서서히 발전해온 본능이며, 그 본능은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상호부조와 지원의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힘을, 사회생활을 통해서 맛볼 수 있는 기쁨을 가르쳐줬다.
......
연대 의식은 각 개인이 상호부조의 경험을 통해서 얻는 힘에 대한, 각 개인의 행복이 전체의 행복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무의시적인 인정을 뜻한다. 개인들로 하여금 다른 모든 개인의 권리를 자신의 권리와 동등한 것으로 인정하게 해주는 정의감과 평등 의식에 대한 무의식적인 인정을 뜻하기도 하고,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감정이 이런 폭넓고 필수적인 기반 위에서 발전한다.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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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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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고도 잘 이해가 안 되는 건 베르너가 왜 이유 없이 자살하다시피 한 것인지? 조금만 있으면 새 삶을 살텐데. 참담한 현실을 소년소녀 주인공으로 깨끗하게 그린 것이 큰 장점. 그러나 동시기 동아시아의 경험은 더 모질었는데도 이런 `지구적` 베스트셀러로 가공-소비 안 되는 이유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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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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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안 중요해? 난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넌 조류 연구가가 되고 싶잖아. 늪지의 그 미국인 화가처럼 되고 싶잖아. 우리가 되고 싶은 대로 될 수 없다면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야?"
방 안에 정적이 감돈다. 프레데리크의 방 창문 너머 바깥 나무들엔 생경한 빛이 걸려 있다.
프레데리크가 말한다. "네 문제는, 베르너, 넌 아직도 너만의 인생이 있다고 믿는 거야." (19)

프레데리크는 일곱 번째 매질까지 버티다가 쓰러진다. 그다음엔 여섯 번. 그 다음엔 세 번이 된다. 우는 법도 없다. 그만둬 달라고 부탁하는 법도 절대 없는데 특히 이 때문에 살해 욕구를 짓밟힌 사령관을 부들부들 떨게 만든다. 프레데리크의 몽상가적 기질, 그의 남다름이 향기처럼 그에게 감돌아서, 누구나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40)

베르너는 늘 집 생각을 한다. 그의 방 지붕창 아연 지붕으로 떨어지던 빗소리가 그립다. 야생동물처럼 기운 넘치던 고아들. 응접실에서 아기를 얼르던 엘레나 아주머니의 깔끄러운 노랫소리. 여명에 잠긴 코크스 공장에서 밀려오던 냄새. 매일 제일 먼저 찾아오던 그 든든한 냄새. 무엇보다 그는 유타가 그립다. 의리 있는 동생, 고집 센 동생, 무엇이 옳은지 늘 간파하는 것 같은 동생의 면모가.
그러나 평소보다 마음이 허해지면, 그는 동생의 다름 아닌 그 면모에 골이 난다. 어쩌면 동생은 학교의 깡패들이 감지할 수 있는 그 안의 불순물, 그의 신호음 속 잡음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동생은 그가 완전히 투항하지 않도록 버티게 해 주는 유일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78)

베르너는 마르틴의 눈빛에서 불안을 찾아보지만 찾지 못한다.
베르너는 점점 더 의심을 품게 된다. 인종적 순수, 정치적 순수....... 바스티안은 종류와 상관없이 부패에 혐오를 표하지만, 그럼에도 베르너는 한밤중이면 회의가 든다. 인생 자체가 하나의 부패 아닐까? 한 아이가 태어나고, 세계는 그 아이를 토대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아이에게서 이것저것을 취하고, 아이에게 이것저것을 채워 넣는다.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 눈을 즐겁게 해 주는 빛의 모든 입자....... 몸은 결코 순수해질 수 없다. 그러나 바로 이런 이유로 총통은 그들의 코 길이를 재고, 그들의 머리 색깔을 계측하는 것이라고 사령관은 단언한다.
패쇄계의 엔트로피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99)

그가 이름을 말하자. 그녀가 말한다. "내가 시력을 잃었을 때 말이에요, 베르너, 사람들이 나더러 용감하다고 했어요. 우리 아버지가 떠났을 때도 사람들은 내가 용감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건 용감해서가 아니에요. 내겐 달리 방법이 없었는걸요. 난 자고 일어나면 그저 내 인생을 사는 거예요. 당신도 그렇지 않아요?"
베르너가 말한다. "몇 년 동안은 그러질 못했어요. 하지만 오늘, 오늘은 그랬던 것 같아요." (371)

달빛이 반짝이며 부풀어 오른다. 찢어진 구름들이 나무 위를 휙휙 질주한다. 나뭇잎들이 사방에서 날아다닌다. 그러나 달빛은 부는 바람에도 동요하지 않고, 베르너가 보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리고 차분하게 구름을 뚫고, 허공을 뚫고 지나간다. 그 빛줄기들은 풀들이 드러누운 들판에 넓게 걸쳐져 있다.
왜 빛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까?
들판 저편에서, 미군 하나가 환자 텐트를 떠나 숲을 등지고 걸어가는 한 소년을 주시한다. 그는 일어나 앉는다. 한 손을 든다.
"멈춰." 그가 큰 소리로 말한다.
"정지."
그러나 베르너는 이미 들판 끝을 지나, 세 달 전에 독일군이 그 곳에 설치한 지뢰를 밟고, 분수처럼 치솟아 오르는 흙 속으로 사라진다. (392)

아르덴 위로, 라인 강 위로, ...그밖에 우리가 국가라 부르는, 상흔이 남은 채 끊임없이 변하는 풍경 위를 오가는 항의 메일, 예약 알림 서비스, 주식 시장 업데이트, 보석 광고, 커피 광고, 가구 광고. 그런데 영혼도 그와 똑같은 경로로 돌아다닐지 모른다는 사실을 믿는 건 그렇게 어려운 걸까? 아버지와 에티엔 작은할아버지와 마네크 아주머니와 이름이 베르너 페닝이었던 그 독일 소년이 왜가리처럼, 제비갈매기처럼, 찌르레기처럼 무리 지어 다니며 하늘을 들쑤실지도 모른다는 것을? 영혼을 실은 그 거대한 셔틀이 주변을 날아다닐지도 모르며, 희미하지만 귀를 바짝 가져다대고 들으면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굴뚝 위를 날아 다니고, 보도를 미끄러지고, 우리 재킷과 셔츠의 흉골과 폐 틈새를 스르르 통과해 반대편으로 빠져나가고, 도서관과 모든 생명의 기록이 담긴 공기, 내뱉어진 모든 말, 전송된 모든 단어가 여전히 그 안에서 울리고 있다.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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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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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을 듣고 펼쳤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1권에서는 그저 프랑스와 독일의 인물들이 배치되었을 뿐이라. 청소년 문학 같은 느낌이고 <책도둑>과도 비슷하다. 시대에 비해 인물들은 너무 선량&이상적이라서. 사소한데 놀라웠던 것은, 1930-40년대에 이리 쉽게 점자책을 구하고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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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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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는 눈을 깜박인다. 그는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삼치지 않으면 안 된다. 두 라틴 십자가 바로 밑에 놓인 요람 두 개, 뚜껑이 열린 스토브 속에 떠다니는 먼지, 열두 겹으로 칠한 페인트가 벗어지고 있는 굽도리 널. 싱크데 위에 걸린, 엘레나 아주머니가 캔버스에 바늘로 수놓은 눈 쌓인 알자스 마을. 거실은 지금것 그랬듯 무엇하나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제 음악이 있다. 마치, 베르너의 머릿속에서 깨알만큼 작은 오케스트라가 부르르 떨쳐 일어난 것만 같다. (57)

눈을 떠요. 그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영원히 감기기 전에 그 눈으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봐요. 그리고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쓸쓸한 노래를 연주한다. 베르너에겐 그 노래가 어두운 강을 떠도는 황금 배처럼, 졸페라인을 아름답게 바꾸어 주는 화음의 흐름으로 들린다. 집들이 안개로 바뀌고, 탄갱 속이 채워지며, 공장의 높은 굴뚝들이 떨어지고, 태고의 바다가 거리마다 스며들며, 공기가 가능성을 담고 흐른다. (82)

그러나 그에겐 자부심도 있었다. 혼자서 딸을 키워 냈다는 자부심. 그의 딸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좀처럼 굴하지 않는다는 자부심. 이토록 올찬 아이의 아버지라는 겸손한 마음. 마치 자신은 다른 더 대단한 존재에게 가까스로나마 물을 대 주는 비좁은 도관이라도 된 것 같은 심정. 무릎 꿇고 앉아서 딸의 머리를 헹궈 주고 있는 이 순간의 감정이 그렇다고 그는 생각한다. 마치 딸에 대한 그의 사랑이, 그의 몸이 버틸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 버리는 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사방 벽이, 아니, 도시 전체가 무너져 버려도, 이 감정의 빛은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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