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안 풀리거나 마음이 복잡해지면 살살 꾀가 나서 밖에 나가 사먹게 되는 밥!
바빴던 7월, 심란했던 8월, 되는 일 없는 9월, 벌써 10월. 4개월 째 사무실에도 도시락을 싸가지 않고 있다.
오곡백과 열리는 이 계절.
'내 입에 들어가는 건 내 손으로 해먹자'는 초심이 생각나면서 뜬금없이 한식조리사에 도전하기로 결심.
필기 시험은 어떤가 한번 가서 보자고 신청해서 봤더니 패쓰. 그 자리에서 점수가 나오는 시스템, 좋아!
- 평소에 어떻게든 장 보고 밥 해먹고, 농협 잡지 구독하고, 이런저런 요리책 보며 언젠가는 해먹으리라는 마음으로 레시피 메모 해온 것이 많은 도움 되었음.
- 옛날 가정시간과 과학시간에 배운 것들도 시험 문제에 여럿 나왔음.
- 전혀 모르겠던 것은 법령 관련 문제들. 일말의 고민 없이 3번이나 4번으로 찍었음.
얼렁뚱땅 필기가 붙었으니 이제는 한식조리사 실기 준비 시작할 차례.
슬슬 하다가 내년 상반기에 실기 한 번 쳐보자꾸나!
2016년 하반기의 마지막 연휴. 조리사 첫 요리는 칼국수.
밀가루 씹는 맛 밖에 안나서 거의 먹지 않는 칼국수.
생전 내 손으로 해 먹을 일은 없을 줄 알았건만 매도 먼저 맞기로 하고 조리사 준비를 위한 첫 요리로 삼았다.
반죽이 관건. 절대 질지 않아야 하고 면을 가늘면서도 붙지 않게 썰어야 한다.
면은 물이 끓을 때 투척하고, 부르르 4번이면 충분히 익은 것이니 바로 꺼내라.
(안 그러면 면이 바로 불어서 더 먹기 싫어짐.)
1인분 밖에 안 했는데도 면 만드느라 손이 아리다.
국물은 멸치와 간장 소금으로만 하니 어려울 것은 없고,
고명은 호박 껍질과 표고버섯, 그리고 실고추.
고명 양념 조금만 하기. 너는 양념을 너무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면 만드는 데 한 세월인데, 먹는 것은 금방이라 허무함.
영양을 따지면 굳이 해먹지 않아도 되는 음식이 아닌지.
집에 밀가루 밖에 없을 때만 해먹을 음식일세.
참, 덧가루 많이 쳤다면 면을 끊는 물에 한번 샤워시켜서 국물에 넣으면 국물을 맑게 유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