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작과.
튀김이지만 기름을 많이 쓰지 않고, 무엇보다 들어가는 재료가 초간단하다.
이 메뉴, 예전에 타래과라는 이름으로 중학교 가정 교과서에 나왔던 것 같은데,
그 때 실습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당시 가정 선생님이 참 훌륭하고 매력 있는 분이셔서 추억이 많다. 오자 정자 숙자 쓰시는 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것이,
이 분의 짱짱한 카리스마로 인해 나를 포함해 이 분에게 가정을 배우는 모든 아이들에게는
가정이 주요 과목의 하나, 때로는 국영수 보다도 더 중요한 과목이었다는 사실.
정말이지 과목은 선생님 하기 나름이다.
아, 그리운 그 시절.
현실로 돌아오자.
예전에 한 번 해보았다면 만드는 과정에서 기억이 날 법도 한데, 그 때 타래과는 그냥 패쓰했나보다.
보기에는 간단해 보였지만 내 손으로 해보니 역시.
역시!
그 모양은 나오지 않는다.
반죽은 제대로 되었는데 성형에서 뭐가 잘못된 것인지, 어디서 자꾸 균형이 무너지는지 원인을 모르겠다.
엄마에게 맛 보시라고 했더니 왈, "이거 너무 달지 않니?".
시럽을 통째로 묻혀서 그렇다. 집에서 먹을 때는 종지에 꿀을 별도로 담아 내야겠다.
반죽에 쓴 생강 맛이 사라지다시피 한 것도 쌩단맛이 도드라지는 이유이다.
생강과 설탕(배숙과 같은 맛의 조합) 간 긴장감을 살리면 더 나아지리라. 다음엔 생강즙을 강하게.
튀기기는 잘 되어서 색도 파삭한 식감도 좋다. 잣소금 뿌리니 한결 고급스럽고.
설거지를 끝내고 아침에 읽다 만 <방랑식객>을 마저 읽는데 마침 매작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은 그림이라는 건 동의하지 않지만, 이 네이밍에 담긴 풍류정신은 높이 사마.
임세프님 왈, 매작과를 차와 함께 내라고.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단 차 말고 카테킨 진한 일본이나 베트남 녹차 등과 짝 지어주면 깔끔한 다과상 나오겠다.
부엌창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늦가을 햇살 덕분에 나의 제1호 매작과가 좀 덜 못생겨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