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실패의 기록은 육원전. 고기 육에 동그란 원이겠지?
(* 한자는 한국어의 일부입니다. 이렇게 익숙치 않은 단어에는 한자 병기가 필요합니다, 출판사님.)
이것도 보기엔 쉬웠다. 그러나:
1. 고기 다지기: 팔 떨어진다. 아무리 도마를 내리쳐도 고기가 끊어지질 않는다. 정말 칼갈이 아저씨를 한 번 불러야 하나?
2. 수분 제거: 고기도 두부도 확실하게 수분을 제거해야 한다고 해서 면보를 아끼지 않고(계속 갈아 써야 하는 면보와 행주 때문에 음식을 한바탕 하고 나면 설거지 말고 빨래도 해야 한다. 엄마마마 하시는 것 보면 면보 한 장, 행주 한 개를 요리 도중에 계속 빨아 쓰던데, 난 손이 느려 그게 안 되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비위생일까봐 좀 찝찝하기도 하다.) 체중을 실어 눌러 주었다. 그러나 두부는 '찌익~' 하고 면보 밖으로 삐져 나올 뿐 축축한 건 변함 없다. 더욱 충격인 건, 기름 위에 올려둔 고기 일부에서 두둥 빨간 핏물이 번져나오는 장면! 고기가 일부 아직 얼어 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팬 위에서 핏물 흐르는 것 보니 아~ 두통!
3. 기둥 세우기: 아름다운 육원전은 키가 훤칠하다. 원기둥의 기둥이 잘 살아 있고, 기둥과 위 아래 뚜껑이 닿는 모서리 선이 선명하게 나타나야 한다는 말씀. 그러려면 기름에 올린 반죽을 세로로 세워서 360도 살살 돌리면서 기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기둥 세우기를 하긴 했는데, 테가 안 난다. 과감하질 못했던 것 같다. 기둥을 잡기 위해서는 기름 아주 가까이로 두 손이 가야 하는데, 손에 기름이 튈까봐 겁이 났었다.
4. 팬 깨끗하게 유지: 손질을 했더라도 고기는 조리 과정에서 사소한 이물질을 계속 방출한다. 국물이면 숟가락이나 체로 계속 떠주어야 하고, 지짐이면 팬을 계속 닦아주어야 한다. 아는데, 막상 지짐을 시작하자 키친 타올 들고 팬에 뛰어들 짬이 없었다. 낑낑 거리며 기둥 하나를 세우고 나면, 옆에 놓인 반죽은 이미 색이 변하고 있다. 줄 지어 있는 전들 돌보느라 팬의 다른 곳에 시꺼먼 애들이 설치며 돌아다녀도 눈에 안 들어온다. 아니, 눈에 들어와도 어쩔 수가 없다.
요리를 마칠 때 쯤 되니 배고픈 중생들이 거실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다.
완성된 육원전을 접시에 담아다 주니 잘 드신다(여럿이 먹으려고 아래 사진에 나온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만들었음.).
고기 다 익었어?
익었단다.
다행이다.
좀 기다렸다가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중생1: 괜찮은데 간이 하나도 안 되어 있다.
중생2: 간은 안 되었지만 따뜻해서 맛있다.
중생3: 김치와 먹으면 된다.
나: 간이 안 되어 있다고?!!!
맙소사, 그러고보니 반죽에 소금을 안 넣었다.
두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