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요리사 아키라 백
아키라 백.최상태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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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다 아이디어가 두 가지로 압축되었다. 최고의 스승에게서 배우기. 그리고 새로운 요리 경험 집중적으로 해보기. 그러려면 이를 위한 실제적인 액션 플랜을 짜야 했다. 우선 마오의 일을 그만 둬야 했고, 두 번째는 최고의 스승을 찾아가야 했다. 세 번째는 가능한 많은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었는데, 그 기간을 2~3년으로 정했다. (154)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모리모토의 음식 맛이 정확하다는 것이었다. 주방이 크면 일하는 셰프도 많고 똑같은 음식 레시피라도 만드는 셰프에 따라 조금씩 맛이 달라진다. 즉, 오전과 저녁에 일하는 셰프의 경력과 기술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도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모리모토에서는 이런 오차를 허용하지 않았다. 연어 스시는 항상 적당히 말랑말랑하고 튀김 요리는 적당히 바삭하게 튀겨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스파이스 랍스터는 맛깔스런 양념과 랍스터의 신선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알맞게 요리되었다. 모리모토만의 스페셜 메뉴들도 소스와 재료를 재치 있게 배합해 부족함 없이 완벽했다. (166)

이렇게 우수한 인력이 모여 있는 주방은 맛을 즐기려는 손님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지만, 주방에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견제와 비방, 괄시가 난무했다. 특히 스시 바에서 일하는 일본계와 한국계, 중국계들 간의 경쟁은 아주 치열했다. 서로 손재주와 기술이 엇비슷해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려면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레시피나 숙성법, 요리법 등을 갖고 있어 기술적으로 아주 전문화된 셰프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일본계가 한국계에게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법이 없었고, 그 역도 마찬가지였다. 인종차별이라기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룹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분위기였다. (177)

노부 요리의 특징은 만들기 쉽고 간단하면서도 맛이 좋다는 것이었다. 물론 재료는 최고였다. 최고의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노부의 철학은 레스토랑 구매 팀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일본에서 매일 아침 항공편으로 최고의 신선도를 자랑하는 각종 해산물이 배송돼 왔다. 마오에서 재료 구입 때마다 브라이언과 신경전을 벌이고 중국계 사장의 눈치를 봐야 했던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노부가 최고의 레스토랑이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185)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은 스페셜 롤이었다. 스시 집을 다니다보면 숨어 있지만 대단한 내공을 지닌 주방장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식당 한 군데에서 하나씩만 배워도 큰 성과였다. 어차피 내 스타일을 창조해야 하는 나로서는 쉼 없는 자극과 영감이 필요했다. 이런 창작롤을 배운다는 것은 수많은 스시맨들의 땀과 결실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정통 고수가 결국 무림을 지배하게 되지만, 자신만의 비기나 필살기를 가진 고수가 숨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일식업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0)

노부가 스시 바 앞에 서면 어떤 손님이라도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노부는 이런 식이었다. 표정이 약간 어두운 손님이 자리에 있으면 "오늘 나는 당신만을 위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음식을 만들 겁니다. 이 요리가 당신의 기분을 즐겁게 해줄 거예요"라고 말한 뒤 셰프 스페셜 요리를 만들어주었다. 가격은 별반 차이가 없지만 몇 가지 재료를 달리해 그 손님이 좋아할 만한 요리를 정성껏 만들어주는 것이다. ... 이렇게 기분 좋은 대접을 받고 다시 오지 않을 손님이 얼마나 될까. (204)

노부는 눈앞의 이익에 휘둘리지 말 것을 반복해 주문했다.
"아키라, 금방 수익 낼 생각은 말게. 그저 최고의 식재료를 쓰고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게. 이를 꾸준히 지키고 노력한다면 레스토랑은 자연스럽게 돈을 벌 걸세."
...
노부는 내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주방을 운영할까봐 누누이 얘기를 하곤 했다. (205)

노부는 음식에서도 자기 스타일이 분명했지만, 의상이나 다른 모든 면에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다. 옷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게스를, 차는 벤츠를, 가방은 가볍고 바느질이 꼼꼼한 프라다를 선호했다. 게스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폴 마르시아노와는 각별한 사이여서 노부의 요리사복을 게스에서 만들어주었다. 아르마니 역시 노부를 위해 요리사복을 별도로 제작해 준 적이 있다. 나중에 내 이름으로 된 신발을 후원받고, 아키라 사케 라인이 탄생하게 된 데는 노부의 이런 면에서 보고 배운 바가 컸다. 자고로 셰프는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205)

그렇다고 노부가 규율이나 기준을 낮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엄격하게 규율을 강조했기 때문에 그의 칭찬이 더욱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음식의 계량화와 출근 시간 엄수, 신선한 재료 구입은 입이 닳도록 강조했다.
"아키라, 모든 것을 적당히, 대충 하게 되면 시간이 갈수록 음식의 질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자네가 아니라 다른 셰프들 얘기네. 가능하면 저울에 재고, 재료나 소스를 쓸 때는 반드시 계량화를 하게." (210)

푸드 네트워크가 마리오 바탈리와 함께 <레츠 고 스페인>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했는데 미국인들의 반응이 굉장했다. 푸드 네트워크 측은 이에 따라 각국의 셰프들을 찾아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한국계 셰프들, 즉 나를 비롯해 데이비드 장과 리처드 양, 코릴 리에게 <레츠 고 코리아> 편을 만들자는 제의를 해왔다. 아직 제작 중에 있는데, 한국의 맛집 곳곳을 찾아다니며 숨어 있는 한식의 맛을 세계인에게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237)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실력 있는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국에 비해 한국이 같은 기간, 같은 노력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또 미국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언어의 장벽과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인종차별을 경험한 뒤 한국으로 귀국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무대를 노크하려 한다면 미국보다 좋은 기회의 장은 없다. 즉, 한국에서 명성을 쌓아 세계무대에 입성하기보다는 미국에서 승부를 거는 게 훨씬 빠르다. (266)

"옐로테일에 들어온다면 총주방장님이 시키는 대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 첫 마디에서 다짜고짜 충성을 맹세하는데, 누가 보면 야쿠자 입단식인 줄 알겠다. 이런 유형일수록 평생 충성은커녕 조그만 일에도 쉽게 마음이 상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272)

총주방장이 마구 던져대는 투수 같은 호랑이 스타일이라면, 주방장이나 부주방장은 다른 셰프들을 다독거리며 받아주는 포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반대로 총주방장이 온화한 스타일이라면 부주방장 급에서 엄격한 규칙을 세워가야 한다. 키친에 호랑이 한 마리를 키워야 한다는 노부의 농담처럼, 엄한 사람 한 명이 있어야 주방이 원활하게 돌아갈 뿐 아니라 음식 맛이 일정해진다. (278)

다시 말해 요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철저히 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내가 다녀본 유명 레스토랑과 특급 호텔 식당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최고의 음식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몇몇 셰프들만이 아니라 주방의 모든 사람의 것이어야 한다. 좋은 요리는 우선 잘 만들어져야 하고 잘 서빙되어야 하는데, 주방과 홀의 유기적이고 활발한 소통 없이는 주방의 에너지가 음식을 먹는 손님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279)

일본 자동차 회사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혼다나 도요타처럼 싸고 대중적인 차를 내놓으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미국인들이 ‘일본 차도 탈 만하구나‘ 생각할 만큼 인식이 바뀐 다음 ‘아큐라‘...와 ‘렉서스‘...라는 고급 브랜드가 나왔다. 고급화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대중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식을 먹어본 사람이 많을수록 한식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럴수록 한식은 더욱 고급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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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요리사 아키라 백
아키라 백.최상태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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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웠다. 한식세계화는 또 하나의 강박 되어선 망한다. 그 개념 자체를 잊고, 그냥 일상에서 사랑하고 유래와 원리 이해하며 스토리를 즐기자. 특히 문화접변에 서있는 사람들. 김치 안 먹는다고 자랑인냥 말하는 ‘코리언‘들 여럿 봤다. 대화하던 외국인이 자긴 김치 좋아한다고 하더라.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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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 - 인생을 바꾸는 공간 활용법
오자와 료스케 지음, 박재영 옮김 / 꼼지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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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음. 어릴 때나 우리집 친구집으로 놀러 다녔지, 사회생활 하고부터는 남의 집 가도, 내 집으로 불러도, 다 안 편해서 밖에서 만나 왔음. 심지어 우리 동네에서 만나도 집앞 카페로 오게 했는데, 사람에 대한 정성이 부족했음을 살짝 반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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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 - 인생을 바꾸는 공간 활용법
오자와 료스케 지음, 박재영 옮김 / 꼼지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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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생겼을 때 옷이나 손목시계 등 자신을 꾸미는 물건이 아니라 본인이나 가족, 친구 등이 쾌적하게 지내기 위한 공간에 가장 먼저 투자한다. 그렇게 하면 생활의 질이 향상되어 마음이 풍요로워지며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18)

가구가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는 것을 상식이라고 여깁니다. (31)

반면 일본에서는 가구 전시장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어딘가 적당한 빌딩 1층의 임대 공간을 찾아서 가구를 반입하고 간판을 다는 등의 과정을 따릅니다.
반면 덴마크에서는 굳이 낡은 건물을 찾아서 대규모 보수공사를 하고 용도에 맞게 고쳐서 재이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오래된 건물이야말로 가치가 있다.‘ (35)

수많은 덴마크인과 이야기를 해보면 공통적으로 자신의 공간에 ‘자신감‘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결과적으로 스스로에게도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 사는 친구가 방문하면 덴마크인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생활하는 집에 주저 없이 손님을 초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47)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사람은 최고의 ‘접대‘란 자택에 사람을 초대하는 일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런 점에서 동양은 어떨까요? 집에 사람을 초대하는 문화가 그다지 없습니다. 물론 ‘우리 집은 좁아서 누구를 초대할 만한 곳이 못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확실히 도쿄나 서울 같은 도심부의 주택 사정을 고려하면 협소한 집에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손님을 접대하는 데 집의 넓이는 상관없습니다. 초대 받은 사람은 ‘자신을 사적인 공간에서 대접해주었다‘는 사실에 기뻐합니다. 집의 넓이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나름대로 정성껏 대접하는 행동에 기분 좋은 것입니다.
......
자신의 몸을 움직여서 대접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54)

공간을 꾸미는 것만으로 사람은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62)

의자를 갖다 놓았습니까?
구둣주걱이 있습니까?
우산꽂이는 준비되어 있습니까?
현관에도 예술 작품을 장식했습니까?

‘현관은 첫 번째 방이다.‘ (101)

그러므로 동양인에게는 소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바닥을 쾌적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카펫과 함께 ‘러그‘를 까는 것을 추천합니다. 러그란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미니 카펫으로, 크기는 최고 1.5평 정도입니다. 러그를 깔아놓으면 바닥에서 쉬는 것이 더욱더 쾌적해집니다. 또한 러그는 바닥에 놓는 원 포인트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109)

제가 추천하는 제품은 홈 플라네타륨...입니다. 플라네타륨이란, 반구형 모양의 기계로 천장 등을 향해 달, 태양, 행성 따위의 천체를 투영하는 장치입니다. 가정용 소형 플라네타륨은 잡화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 어두운 방 안에서 작동하면 천체가 아름답게 회전하여 진짜 별이 뜬 밤하늘처럼 천장을 비춥니다. (122)

물건을 구입하는 손님에게 기대감을 부여하는 행동은 비교적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판매하는 직원의 만족을 위한 행동은 실천하지 않습니다. 이를 실천만 하면 업무 효율이 향상될 텐데 정말로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센스가 좋은 회사에는 센스가 좋은 인재가 모이기 마련입니다. 인테리어는 좋은 인재를 모으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기도 합니다.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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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자점 코안도르
후카가와 요시히로 감독, 아오이 유우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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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도 주맛 있고 부맛 있고, 음악에도 주선율 있고 부주제들 있다. 서브들이 받쳐주면서 메인이 제대로 정점 한번 찍어야 작품이 제대로 나오는 것인데, 이 영화는 이것저것 서브만 다양하고 메인은 부재함. 특히 거슬리는 것은 만찬회에 나오는 프랑스 여자애. 그런 식의 '서양' 정형화, 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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