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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와 노동조합운동
리차드 하이만 지음 / 연구사 / 1997년 12월
평점 :
절판
시대를 고민하는 노동운동 지도자로서 노동운동내에서의 민주주의, 노동운동과 정당간의 관계, 지금의 노동운동 조직에 대한 회의가 든다면 이책을 펼쳐볼만하다.
이 책은 1971년에 쓴 리차드 하이만의 책을 번역한 것으로 노동조합의 약점과 강점을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마르크스. 엥겔스가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낙관적' 입장과 레닌을 비롯한 이론가들의 제시하는 비관적 해석을 담고 있다.
난관적 입장은 '파업은 커다란 투쟁을 준비하는 노동자들의 군사학교'라는 표현이나 '부르주아지의 멸망과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는 그 어느 것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입장이다. 즉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840년대 전개했던 분석에 의하면 산업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수많은 노동자가 한곳에 모이게 되어 집단적 조직의 전제 조건이 마련되고, 착취가 심해짐에 따라 노동자들의 결속이 강화된다. 노동시장에서 경쟁의 초월한 이러한 통일은 자본주의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촉진시키고 투쟁을 통해 그들을 단련시킨다. 노동조합을 통해 경제적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정치활동 조직을 택하게 되고 결국 계급지배구조 전체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초기의 입장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노동운동을 지켜보면서도 '타락한 지도자들의 배신'으로 인한 예외적 상황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비관적인 입장은 레닌, 미헬스, 트로츠기를 대표자로 볼수 있다. 이들은 각각 통합(integration)이론, 과두지배(oligarchy)이론, 편입(incorporation)을 주장한다. 예를 들어 레닌은 노동조합은 자본주의 테두리 내에서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였을 때 노조는 체제내로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미헬스의 과두재배의 철의 법칙은 자못 의미 심장하다. "재산이 많지도 않고 다른 소득원도 없는 지도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지위를 고수하려한다. 자신의 직무를 자기만이 가질수 잇는 특권으로 간주하게 된다. 특히 지도자가 되고나서 이전의 직업에 적응할 수 없게 된 육체노동자들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라는 논지를 펴면서 일반적으로 노조간부들은 상당한 정도의 전문적 영역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해임한다든지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더구나 일반 조합원들은 현재의 지도자들이 계속 간부직을 맡을 '권리'를 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들은 간부들에게 감사드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며, 간부들을 영웅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력의 남용도 용인되고 쁘디부르조아의 행화을 하게되면 지도자들은 자신의 출신계급과의 연대의식도 모두 상실하게 된다.
마르크스 엥겔스는 혁명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노조지도자는 '타락'한 것으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미헬스는 '정당론'에서 '타락'은 심리학 및 사회학적으로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트로츠키는 노동조합의 관료주의를 맹비난 한다. 노동조합의 퇴보는 국가권력과 밀착하여 하나로 결합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파시즘에서처럼 노조를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노조의 관료들을 자본의 대리인으로 전향시킴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 단체교섭시 평화의무(peace obligation)조항을 수락하게되는데 이는 조합원들이 승인받지 않은 쟁의행위에 참가하지 않도록 제지해야할 의무, 즉 準 경영적 기능을 의미한다. 단체협약이 발전함에 따라 노동조합은 경영관리 수단이 되어 간다.'성숙한 단체교섭'이라는 미명하에 종종 경영자측에서 징계할 수 없는 사람을 노동조합이 대신 징계하는 의무를 떠 맡는다. 회사와 노동조합은 서로 상대방을 대신하여 징계를 행하는 대리인이다. 양자는 조합에 가입한 피용자중의 불평불만분자를 징계한다(밀즈)
이러한 견해는 섬뜩하리만큼 예리하다. 그렇다면 노동운동은 비관적인 것인가? 이에 대하여 하이만은 각각을 다시 재 비평하고 있다.
"노동조합 지도자로서는 조합원 대중을 버리고 체제내로 편입될 것이냐 아니면 탄압을 감수하고라도 조합원 대중의 편에 서느냐 하는 갈림길에 직면하게 된다. 비록 어용노조의 간부일지라도 조합원 대중의 투쟁성이 강한 경우에는 선뜻 전자를 택할 수 없고 전자의 경우가 지배적인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해서는 안된다."
"노동조합운동은 매우 느리게 전진하거나 매우 때에 따라서는 후퇴하기도 하고 폭풍과 같은 급격한 성장의 시기가 상호 엇갈리면서 진전된다."라는 주장은 깊이 음미해볼 일이다.
100여년전의 고민과 분석들을 재해석하고 평가한 이 책을 읽는 내내 비관적 해석이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단지 지금 우리가 처한 노동운동이 급격한 성장의 시기가 아니라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