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문자를 타고 에세이 작가총서 248
강상철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했나 봐

영등포 사무실에 출근하던 첫날부터 지금까지 앞자리와 옆자리에서 하루에도 수차례씩 들려오는 핸드폰 벨소리가 있다.


“사랑했나봐 잊을 수 없나봐 자꾸 생각나 견딜수가 없어, 후회하나봐 널 기다리나봐 또 나도 몰래 가슴 설레여와 저기 널 닮은 뒷모습에 기억은 계절 따라 흩어져 가겠지 차갑기만 한 사람 빈가슴 애태우며 난 기다리겠지 어설픈 내 사랑은 ....” 운이 좋으면 대개의 노래는 이쯤에서 끊기지만 어떤 때는 어김없이 두서너 차례 이 노래를 듣게 된다.



한창 인기를 끌었던 윤도현의 “사랑했나 봐”라는 곡이다. 뭔가 잔뜩 집중을 하고 있을때나 회의 중에 울려 퍼질때도 그 순간만은 피식 웃음이 난다. 늘 들어도 그리 싫증이 나지 않은 곡인데 문제는 나머지 가사는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날도 두어번 “사랑했나 봐”를 듣고 난 점심 무렵 “사랑은 문자를 타고”라는 책 하나가 내 책상에 놓였다. 어딘지 익숙한 제목인데, 아하, “TV는 사랑은 싣고”라는 프로가 갑자기 떠올랐다.

텔레비전을 볼 때처럼 왠지 기분 좋고 즐거운 내용들이 가득할 거 같은 느낌이 왔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명랑만화를 연상하는 연두색 소박한 겉표지에 “에세이 작가 100인 총서- 강상철 에세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 왔다.

요즘에는 문자에 귀재인 엄지족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핸드폰 문자에 익숙치 못해 네이트온에 의지하고 살고 있는 나에는 “사랑은 문자를 타고”라는 제목은 갈증 끝에 마시는 한모금의 물처럼 감미롭고 신선하다.



그러나 첫 장을 넘겨 글쓴이의 짧은 약력과 “책을 내면서”를 읽으면서 제목과는 또 다른 범상치 않은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와 현실, 노동에 가려진 세상, 생활속의 느낌표 등 책은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그리고 또 너무 가볍지도 않게, 치열한 현실과 소박한 일상을 함께 담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꼭지는 역시 “사랑은 문자를 타고” 그리고 ”사랑했나 봐” 편이다.

그리고 “찰흙과 모래”, “폭력으로부터의 소통”을 읽을 때는 현실의 아픔 때문인지 여전히 가슴 한켠이 쓰리고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신년마석의 모란공원에서”나 펄럭이는 “깃발”처럼 잔잔히 그러나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내일을 위한 희망은 작은 위안이 된다.


책을 덮으면 여전히 역동어린 삶의 한 복판에 서 있으면서도 상황을 탓하지 않고 예리한 붓으로 글을 쓰고 또 삶과 역사를 고민하며 살고 있는 글쓴이의 섬세하고도 꿋꿋함이 따듯하게 전해 온다.


늘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래 이제 겨우 하프 마라톤을 뛰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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