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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소개>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 수상작이다. 소설은 두 개의 프롤로그로 포문을 연다. 첫 이야기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9월의 어느 날, 평범한 아침식탁에서 시작된다. 식사를 끝낸 남편은 집을 나서고 아내는 아이를 안고 남편의 출근길 배웅에 나선다. 다음 순간, 다짜고짜 이어지는 '묻지마' 살인사건. 남편은 칼에 맞아 쓰러지고, 아내 역시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정신을 잃는다.
이야기의 무대가 바뀌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프롤로그. 칠석 무렵, 나팔꽃 시장으로 가족 나들이를 간 중학생 소타는 발을 다쳐 잠시 혼자 떨어져 쉬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한 소녀와 연락처를 주고받는데, 소타는 이때부터 핑크빛 첫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아버지의 불호령과 소녀의 차가운 외면으로 풋풋한 소년의 연심은 이내 빛을 잃고 만다.
각각 한 편의 독립된 단편이라 할 만큼 밀도 있는 프롤로그에 이어, 작가는 지체 없이 이야기의 소용돌이로 안내한다. 은퇴 후 조용히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이 누군가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노인의 사체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손녀딸 리노였다. 그리고 사건현장에서 노란 꽃을 피운 화분이 사라졌는데…. 리노는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 노란 꽃에 의혹을 느끼고 사건의 진상을 좇기 시작한다.
소설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쫓는 리노의 이야기를 씨실로 삼고, 가족의 비밀을 파헤치는 소타의 이야기를 날실로 삼아 마치 기하학적 미학을 자랑하는 아라베스크의 양탄자처럼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하나의 그림을 직조해낸다. (리노를 중심으로) 할아버지 죽음의 뒤를 추적하는 집요한 추적극이면서, (형사 하야세를 중심으로) 붕괴된 가족의 뭉클한 화해의 드라마이고 동시에 (소타를 중심으로) 사회적 의무를 기꺼이 짊어지고 나서는 개인적, 사회적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작가가 10년 동안 놓지 못한 꽃>
평범한 부부가 일본도를 든 남자에게 무참히 살해되는 첫 번째 프롤로그. 소년과 소녀가 나팔꽃 시장에서 만나게 된 두 번째 프롤로그. 프롤로그를 읽은 사람이라면 마지막 페이지를 보게 될 때까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분명! 100%! 그만큼 페이지가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르게 사건이 발생된다. 리노의 사촌이 자살을 하고 그 장례식에서 만난 리노의 친할아버지가 어느 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최초 목격자는 리노. 할아버지가 가꾸던 정원, 수많은 화분들 중 사라진 하나의 화분. 거기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숨 가쁘게 얽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가리키는 단 하나, 노란 나팔꽃! 그 진실에 도달한 순간, 감탄하고 만다. 마지막에 소타가 한 말이 참 인상적으로 남는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몽환화가 처음이다. 첫 시작이 마음에 든다. 작가가 쓴 원작 단편도 보고 싶어질 정도. 왜 그 긴 시간을 붙잡고 있었는지 200% 이해가 된다.
결코 가벼운 주제의 글은 아니지만 단숨에 읽히는 책. 흡입력 강력한 역사 추리 미스터리가 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