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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 이시형 박사가 권하는 자연명상
이시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숲으로 떠날 때, 나에게 가장 가까이 닿는 순간
인간이 머무는 세계 전체가 위협받고 있는 이때 읽기에 아주 시기적절하다 생각했다. 숲에 관련된 책은 도서관에도, 서점에도 빽빽하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건 이 책 하나뿐이다(정말 소설 이외의 분야에는 관심 자체가 없어서 읽을 생각이 안 든다). 그만큼 숲이, 자연이 간절했다는 거 아닐까. 지칠 대로 지쳐서, 마음 어딘가에서 계속 쉼을 필요로 했던 거 아닐까.
당연한 말만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틀린 말 하나 없다. 문명의 진화와 개발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인간은 생태계 전반에 걸쳐 파헤치고, 숨 쉴 틈 없이 땅을 막고 있다. 지구는 점점 더 황폐해지기만 한다. 우주적 시점에서 보면 인간만큼 이기적인 동물도 없고, 파괴적인 동물도 없다. 이러다 인간은 결국 자신의 육체와 정신까지 파멸로 몰고 갈 것이다.
모두가 타고난 분수대로, 분수를 지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만이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79쪽
현대인들은 항상 바쁘게 살아간다. 문명이 발달했고, 사회가 발전했기 때문에 바쁘지 않으면 낙오라도 되는 양 아등바등 살아간다. 여유도 없이, 네모난 사무실에 갇힌 듯 숨 막히게, 지쳐도 몰아붙이면서. 그렇게 병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여름에는 춥게, 겨울에는 뜨겁게 계절을 거부하며 살아간다. 거부는 결국,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인 것을.
졸리다- 자라는 신호죠. 배고프다-먹어라, 피곤하다-쉬라는 신호입니다. 시상하부 신호가 변연계를 통해 인간 뇌인 전두엽에 전달되면 전두 전야에서 먹자, 쉬자는 명령을 내립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시상하부에서 보내는 신호를 바빠서 못 듣거나 들어도 무시하는 경우, 이게 오래 쌓이면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몸살, 잦은 염증, 다음이 암입니다. -170쪽
며칠 전, 염증이 생겨 병원에 다녀온 일이 떠올랐다. 소름이 끼쳤다. 무서운 일이 벌어질까 겁이 났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좀 더 귀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더는 혹사하지 말자고.
저자는 숲으로 가라고 말한다. 시종일관 한결같이 오로지 숲으로 가야 한다고. 바다는 지평선 때문에 온전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없다. 산이라야 온전히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산이어야 몸도 건강해지고 뇌도 온전히 쉴 수 있다고. 읽는 내내 숲이 우거진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싱그럽고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온몸 구석구석에 쉼을 심고 싶었다.
천천히, 여유롭게 그리고 얼마간의 멈춤이 필요합니다. 생존의 비결로서도 필요합니다. 불행히도 도시인이 동반의 흐름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상을 떠나 ‘쉽게 멈출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산은 멈춤, 쉼 그 자체입니다. 산이 뿜어내는 그 강력한 힘도 여기서 비롯됩니다. -172쪽
백두대간부터 하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삶에 산이 함께 했다.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우리 또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아프지 않고, 여유롭고, 건강한 삶을. 책 덮자마자 바로 수목원행 약속을 잡았다. 실천하는 삶이야말로 살아 있는 삶이라 생각하기에. 얽매인 이들 모두 산으로, 숲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산에 올랐을 때 지켜야 할 예의도 알려 주고, 모든 건 이어져 있다는 만물의 흐름까지 깨닫게 되니 현대생활에 지친 사람이라면 숲을 닮은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읽고 나면 쉬고 싶어진다. 산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반드시.
* 자음과모음에서 도서 증정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