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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브레스 - 당신은 어떤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미나미 교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죽음을 생각하면 이따금 양치하다가도 무서워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는 한다.
혼자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모든 생명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으니까. 평온한 죽음이라도 슬프기는 매한가지니까. 어릴 때부터 죽음이 항상 곁에 있었다. 죽음은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빗겨 가지 않았다. 매번 가슴 아프고 힘든 일로 다가왔다. 지금도 누군가 곁에서 사라진다 생각하면 목구멍이 꽉 메는 느낌이다. 그렇다 해도 순리를 막을 힘이 인간에게는 없다. 그럼 어떤 죽음 준비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준비해야 스스로가 만족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걸까. 이 작품을 읽고 조금이나마 해답에 다가갔다면 오만인 걸까.
서른셋 의학부에 입학해 쉰다섯인 지금도 의사로 일하며, 저자는 이 작품으로 작가로서도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본인의 소중한 경험과 가진 재능을 진심으로 정성껏 버무려 마침내 감동 넘치는 글을 만들어냈다. 데뷔작이 이렇게 완성도가 높다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크게 여섯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의과대학병원에서도 느린 진료로 요령 없는 미토 린코가 무사시 방문클리닉으로 좌천과도 같은 발령을 받아 종말기 환자를 치료하며 어떻게 성숙해 가는지 보여 주는 성장소설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재택의료를 진행하면서 어떤 치료가 환자에게 옳은 것인지, 종말기 환자의 요구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처방해야 하는지,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린코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정한다. 죽음이 덮친 일상에서도 계속 의사로서의 소임을 다하려 전력 다해 노력한다.
정말로 링거를 중지해도 될까―.
의대에서도 대학병원에서도 치료 중단의 타이밍 같은 것은 배우지 않았다. 생명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의사의 일이라고 믿었다.
무사시 방문클리닉에서 일하기 전에는 이런 결단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372쪽
린코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같은 약사가 되겠다던 소망처럼, 한때 소중한 이를 위해 간호사가 되겠다던 꿈을 꾸기도 했었다. 지금은 의료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때의 소망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의학에 관련된 작품들을 볼 때마다 한 번씩 크게 흔들리고 마니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치넨 미키토의 《기도의 카르테》와 니노미야 아츠토의 《마지막 의사는 비 갠 하늘을 보며 그대에게 기도한다》가 생각났다. 비슷한 감동과 충격적인 사연들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나 이 작품이 가진 특이점은 종말기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삶의 마지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곁에 있는 사람들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더 슬프고 울림이 있다. 읽으면서 몇 번이고 울음을 참아야 했다.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가 정한 죽음을 지켜봐 주는 것도 좋은 죽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린코의 엄마처럼 생명에 매달리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으나.
죽음이 경시되고 있는 현실에 넌더리가 난다, 죽음에 대해 깊게 느껴 보고 싶다! 그렇다면 망설임 없이 읽기를 권하고 싶다. 소중한 이들 품에 살포시 안겨 주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