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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PDF 서평이라는 신선한 방식은 알에이치코리아가 처음이었다. 이전에 했던 서평은 대게 출간된 도서를 보내 줬었다. 이번엔 메일로 파일이 날아왔다. 모니터로 읽기에는 시간이 없어, 출력을 해도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출력을 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활자본을 더 좋아하는 취향이라 모니터와는 친해지지 못하는 모양이다.
출간 전부터 홍보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제작자가 쓴 연애소설이라니. 그 감성이 얼마나 세밀하고 현실적인지 가끔은 서늘했다가 가끔은 뜨거웠다가 가끔은 너무 냉담했다가 가끔은 너무 감정적이라 내 마음을 들여다 보듯 읽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는 비 냄새나 거리의 열기, 슬픈 음악이나 기쁜 듯한 목소리,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같은 걸 찍고 싶어서요.」
하루는 추상적인 것들을 찍고 싶어 했다. 사진에 찍힐 수 없는 것들. 그 부분이 너무 공감됐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후지시로 위주로 돌아가는 듯하다. 그가 대학시절 사귀었던 여자 하루, 그와 지금 동거하고 있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자 야요이 그리고 그녀의 동생 준 또, 그밖의 많은 사람들. 하지만 이 작품의 첫 시작은 하루의 편지로 시작이 된다. 그 부분에 있어서 나는 하루에게 절실히 이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떠난 사람이다. 그를 떠난 사람인데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메일도 아니고 직접 쓴 편지 말이다.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에게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도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지 않도록 특별한 날에만 써 주려고 한다. 그녀는 그에게 왜 편지를 보냈을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그녀는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지나간 추억을 새겨 그에게 왜 보낸 걸까. 그런 의문으로 서평을 신청했고, 이 작품을 읽었다. 그 해답은 읽는 본인들이 찾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담담한데 하나도 담담하지 않은 그의 일상이다. 직접 느끼지 않고는 공감할 수 없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거나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질투하거나, 뭐 그런 거.」
누군가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고, 잠 못 이룰 정도로 질투하는 것도 다 사랑의 다양한 얼굴 아닐까. 그런데 그런 적이 없다는 그는 하루를 잃고 난 후, 사랑도 잃게 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마음 아프고, 행복하고, 질투도 나고 화낼 일도 너그럽게 웃고 넘어갈 수 있게 되는 건데 그렇게 살아가지를 못한다니. 후지시로가 불쌍하다 생각될 정도였다. 사람은 사랑하려고 태어나는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사랑을 잃었으니 그 삶이 얼마나 퍽퍽할까. 글을 읽으면서 모래가 자꾸 생각난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럭저럭 2년, 섹스는 없다.」
사랑하는데 섹스가 없다. 플라토닉. 이건 절대 공감할 수 없어서, 저 말이 참 마음 아팠다. 사랑하면 당연히 하고 싶어지는 건데 그 당연한 것조차 없다니. 결국, 그는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려는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요즘 시대에 너무나 적절하고 딱맞아 떨어지는 설정 아닌가. 조건이 중요시 되는 요즘 시대의 결혼이라는 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조건이 충족이 되면, 그럼 사랑도 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사랑이 항상 먼저였던 사람에게는 생각도 하기 어려운 공식이다.

「사랑은 감기와 비슷하다. 감기 바이러스는 어느새 몸속으로 침투하고,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열이 난 상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열은 사라져 간다. 고열이 거짓말처럼 여겨지는 날이 온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이 그 순간이 찾아온다.」
사랑이라고 항상 데일 것처럼 뜨거워야 되는 걸까.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유지되는 사랑이 얼마나 많은데! 가끔은 체온보다 낮아서 기분 좋은 시원함이 느껴질 때도 있는 건데! 그 열이 사라져 간다고 꼭 절망을 앞에 둔 사람처럼 그래야 되는 걸까.
예외일 수 없는 사랑도 사랑이라고 불리지 않았나. 그때, 함께 서로 사랑했던 그때, 그게 사랑이지 않았나.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찐하게 느껴 보고 싶은 분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아니, 올 가을이 오기 전에 꼭 이 작품을 읽었으면 좋겠다. 가을에 읽으면 감수성 폭발하게 될 테니. 감수성 잔뜩 느끼고 싶은 분들은 가을에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 요즘처럼 결혼이고 사랑이고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때에, 가슴에 싸악 흡수되는 글을 만나 기분이 좋다.
사랑이 어렵다는 사람,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 사랑에 충실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다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분명.
*알에이치코리아에서 PDF 파일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