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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달, 블루문 ㅣ 창비청소년문학 81
신운선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평점 :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단단한 이야기였다. 첫 장편소설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좋은 작품이다. 다 읽고 나서 너무 좋은 느낌이었다. 분명 어렵고 힘겨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눈 내리는 바닷가를 생각하니 그저 좋았다. 그 바다에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와 함께 있는 수연을 생각하니 그저 좋았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은 곁에 없었지만 그래도 좋은 느낌이었다. 엔딩이 썩 마음에 드는 작품은 오랜만이다.
열여덟. 그 나이에 공부를 하는 건 당연했다. 학생이어야만 했고, 학생은 어른들이 하는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선입견이 강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살았다. 수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했다. 단 한 번, 첫 경험. 그렇게 수연은 단어조차 낯선 엄마가 되어 버렸다.
수연은 생각보다 강하고 한없이 연약한 여자였다. 학생의 신분으로 아이를 가진 여자. 수연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되풀이하며 글을 읽었다. 암담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으며 지금 겪는다 해도 겁이 날 일이었다. 엄마가 된다는 건 기쁘면서도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내 부모에게, 아기는 나에게 그런 존재 같았다. 초대하지 않았는데 불쑥 나타나서 원하지 않는 삶으로 끌고 가는 존재 말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블루문의 의미를 바꿔 가야 했다. 재수 없는 배신자 달이 아니라 의미를 주는 빛나는 달로. 나는 잠깐 망설이다 ‘달이’라고 적었다. 달이. 달이. 반복하여 말했다. 동글동글하고 달착지근한 단어가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듯했다.」
이 작품이 하고 싶었던 말 같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도 이게 아닌가 짐작해 본다.
그리고 읽다 깜짝 놀란 부분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장편을 써야지 하고 썼던 글의 남자 주인공 이름이 달이었기 때문이다. 반달. 수연의 아기는 여자아이였지만. 무척이나 반가웠다.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작품이라 금방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이 힘든 글일 수 있다. 너무 현실적이라 답답할 수도 있다. 어쩌면 보다가 괴로울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을 거다. 조금만 더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만났더라면 나에게도 있었을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읽어 볼 생각이다. 지금 사회가 겪고 있는 두리모에 대한 인식, 편견, 문제. 이런 것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기 때문이다. 언젠간 나도 엄마가 될 여자니까.
수연이 느꼈던 사랑에 대한 마음, 부모에게 느꼈던 공허함, 엄마가 되어야만 하는 두려움, 아이와 만난 그 순간의 설렘.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잊지 못할 작품을 선물해 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이렇게라도 전하고 싶다.
*창비에서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