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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ㅣ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평점 :

영혼에 가닿을 소리
클래식 음악에는 티끌만큼의 인연조차 없었다. 학교 수업 시작종이라든가, 분위기 있는 겸양식집에서 흘러나오는 이름 모를 피아노 선율이라든가. 음악 괸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는 이상 찾아서 듣는 음악은 아니지 않은가. 고작해야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아는 정도랄까. 어느 순간, 드뷔시의 달빛, 아라베스크를 찾아 듣고, 그것도 모자라 난곡으로 유명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4번째 마제파라는 곡까지 듣고 있었다. 모든 건 이 작품 전에 출간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안녕, 드뷔시》 덕분이다. 공감과 이해를 극대화 시키고 싶어, 음악을 찾아 들으며 읽었다. 저자의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가슴을 흔드는 묘사 때문에 몇 번이나 전율을 느꼈는지 모른다.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문체라서 추천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게다가 아름다운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라는 남자를 모르고 살기엔 그의 존재가 너무 영롱하다. 동네방네 이 사람 좀 봐달라고 소문내고 싶을 정도!
이 작품은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중 두 번째 이야기이다. 서평단에 당첨되고 제일 먼저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인 《안녕, 드뷔시》를 주문했다. 두 번째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또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작품의 흐름이나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장인물의 성격 등을 연결해 보다 쉽게 간파하고 깊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녕, 드뷔시》에서 미사키 요스케의 등장은 자연스러웠지만 특별했다. 하루아침에 화재로 친할아버지와 사촌을 잃은 하루카의 피아노 선생이 선뜻 되어 준 것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수려한 외모에, 한 번 들으면 악마에게 홀린 듯 매혹적인 피아노 연주 실력까지 갖춘 그는 다른 방면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사건을 만나면 기민하고 예리하게 변하는 선량하고 온화한 두 눈. 음악을 대할 때와는 180도 다른 날카로운 면모 또한 매력 포인트 중 하나! 푸른색을 띠는 다갈색 눈동자를 실제로 볼 수 있다면, 하고 바랄 정도로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인물이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그 매력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발산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소녀가 화자였던 반면, 두 번째 이야기는 청년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악기 장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수많은 작곡가가 그랬듯이 작품에 영혼을 깃들게 해서 수백 년씩 살아올 수 있으니 말이야. 연주자는 그 안에 깃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과 함께, 그 말과 목소리를 음악으로 바꿔 나가지.”
“저…… 보기만 했는데 어떻게 아세요?”
“아, 특징이 있거든. 바니시의 광택 정도도 그렇고, 특히 이 퍼플링과 스크롤 세공은 그만의 독특한 모양이니까. 아, 그런데.”
미사키 선생님이 대뜸 내 왼손을 잡았다.
“손도 아름답네.”
내 손을 들여다보는 그 눈동자야말로 일본인에게는 드문 푸른빛을 띤 다갈색이라 매우 아름다웠다. 남자인 나조차 가슴이 살짝 두근거릴 지경이었다. -70쪽
두 번째 이야기의 화자인 기도 아키라는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음대 학생이다. 그와 교제 중인 쓰게 하쓰네와는 같은 과 동급생이지만 둘 사이에는 현실적으로 다른 게 많다. 그녀는 학장인 동시에 유명 피아니스트인 쓰게 아키라의 손녀. 스스로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 처지의 그와는 다른 인생인 것이다. 학비 절반 이상이 미납된 아키라는 곧 있을 정기 연주회에서 콘서트마스터 자리를 따낼 결심을 한다. 시가 2억 엔인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명한 피아니스트 쓰게 아키라와 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학비 면제까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운 좋게 콘서트마스터가 된 아키라. 본격적인 연습이 있기 전, 첼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누가 그런 간 큰 짓을 했을까. 궁금증이 일어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반전의 제왕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반전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번에도 역시나 입을 다물 수 없는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리즈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져서 못 견디겠다. 단숨에 읽어 버린 게 아까울 정도. 저자를 왜 이제야 알게 된 것인지, 그의 작품을 더 빨리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 출간될 그의 작품은 많다.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미스터리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나카야마 시치리의 팬이 되고 말 것이다. 팬이 되지 않기가 더 힘들 테니까.
미스터리 스릴러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여름, 미스터리 맛집은 블루홀식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저자의 다른 작품들을 보며 기다릴 예정이다. 출간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어야겠다. 하나라도 놓치면 억울할 것 같으니까! 가슴 깊숙이까지 와 닿을 이야기를 기다린다.
* 블루홀6에서 도서 지원 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주관적이고 솔직한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