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축구왕 이채연 ㅣ 창비아동문고 306
유우석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후회는 없도록! 잘 못해도 즐기면서!
남자친구가 즐겨 보는 축구를 다룬 소설이라 꼭 읽고 싶었다. 무엇보다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을 만큼 샛노란 색감이 첫 눈에 예뻤다. 운동장에 깔린 연둣빛 잔디와도 잘 어울리는 남대초등학교 여자 축구부 유니폼. 봄날 개나리꽃이 떠올랐다. 이제 막 피어나 파릇하고 생글거리는 개나리꽃과 같은 친구들이 하나둘 등장할 때마다 설렜다. 아주 오래 전에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밟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채연은 열세 살 평범한 여자애다. 공을 차고 교실에 돌아온 지독한 땀 냄새 나는 남자애들이 싫고, 5학년 2학기 때 전학 온 지영과 가장 친하고, 축구를 잘하는 남동생이 있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여자 축구부원을 모집했다. 지영은 워낙 운동을 좋아해 채연과 함께 축구부에 들고 싶어 했다. 지영은 소민도 함께 축구부원이 되길 원했다. 소민은 5학년 2학기 때 전학을 갔다 다시 돌아온 친구다. 채연은 소민과 함께 있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소민이 채연을 따돌리고 둘은 멀어졌기 때문이다.
소민이와 나는 대화는 별로 없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관계가 괜찮았다. 어쩌면 다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여전히 ‘그날의 기억’은 마음에 걸렸지만. -81쪽
이해할 수 없었던 축구를 배우며, 축구가 점점 좋아지는 스스로를 느끼는 채연. 더 잘하고 싶고, 친구들과 함께 뛰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소민과의 거리도 좁혀지는 것 같고. 채연은 축구도 친구도 모두 잘해낼 수 있을까. 아니, 잘하지 못하면 어떤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축구는 매력적이다. 정말이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주하보다 축구가 훨씬 좋다. 골을 넣었을 때 발등에 공이 맞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공이 발등에 정확히 맞으면 그 순간 아무 생각도 안 난다. 다른 사람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분명 그 느낌을 안다. -135쪽
몰랐던 재능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훈련을 통해 성장을 거듭한다. 그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그렇다. 어른이라고 모든 일에 능숙하고 단련되어 있는 건 아니다. 어른도 모르는 게 많고, 배워야 하고, 알아가면서 성장해 간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동 소설이라 아이들에게만 이로울 줄 알았는데 웬걸. 오히려 어른들이 읽기에 더 좋은 작품이었다. 편견이었다.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읽는 내내 부끄럽고 설레고 따뜻했다. ‘나도 이렇게 별처럼 반짝일 때가 있었을 텐데. 지금도 그렇게 반짝이는 사람이면 좋겠는데’하고 어느 샌가 바라고 있었다. 가독성이 뛰어나고, 삽화도 적절해서 매끄럽게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일반 소설뿐만 아니라 그림책과 아동 문학을 본다는 것이었다. 문학 소설만이 전부였던 세상에,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이 들어왔다. 다채로운 감정과 밝은 빛 같은 순간들이 가슴 속에 알알이 맺혔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걸 이해하고 싶어 시작했는데, 도리어 나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른이라는 틀에 갇혀 무력하고 활기 없는 매일을 맞는 이에게 활기찬 비타민 같은 햇빛이 되어 줄 것이다.
잘 못하면 계속 뛰면 된다. 즐기면서! 그럼 언젠간 잘하고 있는 나를 문득 보게 되지 않을까. 더 잘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채연이처럼.
* 창비에서 도서 지원 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주관적이고 솔직한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