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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비「」밀「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한 번쯤 그려보았던 나만의 감정
처음 좋아했던 남자애가 꼭 즈카와 같았다. 공부 잘하고, 운동부였고, 누구에게나 인기 많은 남자애. 물론 그 남자애의 감정은 다른 쪽으로 흘렀다. 그 사실에 상처 받고, 마음 아파하면서 누군가를 좋아하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걸 깨달았던 것 같다. 그 후, 사람을 좋아할 때 신중하고 또 신중했다. 상처 받지 않으려고, 거부당하는 느낌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아서.
그때 시간을 다시 비춰 본 것 같아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겁기도 했다. 설레고 풋풋한 감정만 있던 시절은 아니었기에 그랬으리라. 소심했지만 쿄처럼 말도 잘 못할 만큼 망설이던 아이는 아니었다(발표 시간이나 국어 읽기 시간엔 엄청 떨었으면서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참 대담하고 솔직했다). 오히려 미키처럼 할 말은 다 했으나 히어로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엘처럼 조용조용 뒤로 숨는 타입이었다. 가장 되고 싶었던 모습은 파라가 아니었나 싶다. 엉뚱해 보이지만 실은 속 깊은 타입. 다섯 소년 소녀를 보면서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마음의 방향이나 기분, 감정이 눈에 보인다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알고 싶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이 보인다면? 그런 세계에 살고 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비밀스러울 때 진실은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알지 못 하니까 더 알고 싶은 법이다.
쿄는 단번에 미키의 샴푸 향기가 바뀌었다는 걸 알아챈다. 그만큼 관심을 갖고 관찰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좋아지면 곁에 맴도는 색과 향기에 예민해진다. 어떤 색 옷을 입고, 어떤 향기를 내고, 어떤 목소리로 말하는지 눈빛부터 발소리까지 전부 집중하게 된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보통의 반응이다. 이 보통의 반응을 다섯 소년 소녀에게 투영해 조금 특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마냥 가볍게만 읽을 수 없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으니까.
청량감 넘치는 성장소설일 줄 알았으나 덜 익은 매실을 먹었을 때처럼 시고 떫은맛이 강했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순간이 많았다. 다 읽었는데 아직 끝맺어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저자의 전작들을 읽지 않아 비교할 수 없지만,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쉽게 풀어 놓은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마음. 근래 들어 가장 읽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기억에서는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은 작품이다. 그야 보이지 않는 마음을 그려냈기에.
싱그러운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하겠지만 시큼텁텁한 덜 익은 청춘 이야기를 예상했다면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청춘이라 얼마나 좋은가. 그만큼 솔직할 수 있으니.
*소미미디어에서 도서 지원 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주관적이고 솔직한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