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10 이케이도 준 作, 한자와 나오키 1

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가끔은 정의도 이긴다!

은행원은 마냥 좋아 보였다. 탄탄한 직종에 깔끔한 정장을 입고 편하게 업무를 보는 은행원. 엄마가 가끔 은행원도 괜찮은데, 하고 말씀하셨던 적도 있다. 남들 눈에 그렇게 편하게만 보이는 직업을 가진 한자와 나오키. 실상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한자와 과장을 알게 되면서 탄탄해 보이던 직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한자와는 ‘도쿄중앙은행 오사카서부지점’ 융자과장이다. 대학 졸업 후, 바로 행원이 되어 여러 곳을 거친 끝에 현재는 과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은행이라는 곳에 대한 좋은 인식은 진즉 무너진 뒤였다. 수직적인 관료사회가 그 어느 직종보다 팽배한 조직. 그 조직에 한자와가 있다. 어느 날, 지점장 아사노 다다스가 어이없게 밀어붙인 대출 건으로 인해 큰 곤경에 처하고 만다. 해결 방법은 채권 회수. 분식회계로 인해 도산한 ‘서부오사카철강’ 사장 히가시다 미쓰루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수록 계획적인 대출임이 드러난다. 도산한 채 어디론가 잠적해버린 히가시다를 찾아 한자와는 끝까지 추적을 멈추지 않는다.

분식회계니 도산이니 하는 용어들이 생소해 초반에는 뜻을 찾아가며 읽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건 흐름 자체에 집중했다. 플롯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으니. 한자와가 분식회계를 밝혀냈을 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서류들을 치밀하게 대조해 진실을 밝혀내는 방법이 정직하고 통쾌했다. ‘직장인 핵사이다’라는 해시태그가 왜 그렇게 달리는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사에게 당할 때는 같이 인상 구기면서 읽은 보람이 있게 해갈도 속 시원하게 이루어졌다.

일본 드라마로 이미 큰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라 활자본으로도 과연 그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까, 라는 작은 걱정이 있었다. 괜한 걱정이었다. 시간은 꽤나 소비되었지만 한 번 책을 잡으면 시선이 떨어지지 않아 버스 타기 전에도 계속 읽었다. 아마 멀미가 없었다면 버스 안에서도 계속 읽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 은행원의 인생은 처음에는 금도금이었지만 점점 금이 벗겨지면서 바닥이 드러나고, 마지막에는 비참하게 녹이 스는 것인지도 모르지.” -331쪽

겉보기에는 좋아 보여도 속을 들여다보면 비참하지 않은 인생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시렸다. 한자와는 행원 시작할 때 함께 한 친구들이 있다. 같은 선에서 출발했지만 네 친구의 현재 위치는 같지 않다. 인생이라는 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통감했다. 돈 때문에 옳지 못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런 마음으로 산 건 아닐 텐데. 처음부터 권력으로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짓누르며 살아온 사람은 아닐 텐데. 소설이지만 현실 반영에 가감이 없어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네 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 2권 바로 읽고 싶어서 예약 주문해뒀다. 나흘 뒷면 도착! 흐름 잃지 않게 3, 4권 출간도 곧바로 이루어지면 좋겠다.

당한 만큼 갚아 준다. 소제목이 이보다 더 꼭 맞을 순 없을 것 같다. 이케이도 준 작가님을 만나게 해 준 인플루엔셜에 고마움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통쾌한 미스터리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은 작품! 한자와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고 싶다.

워낙 등장하는 인물이 많고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관계도를 직접 그려 가며 읽었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억에도 더 많이 남은 것 같고! 이런 방법 추천!

* 인플루엔셜에서 도서 지원 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주관적이고 솔직한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