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동경일일 1~2 세트 - 전2권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이주향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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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만화 편집자 시오자와는 자신이 만들던 잡지가 폐간하자, 그 책임을 지겠다며 잡지사를 퇴사한다. 그 후 필사적으로 만화로부터 멀어지려 하지만, 불가능했고… 그는 새로운 만화잡지를 독립출판하기 위해 여러 만화가들을 만난다.

이 만화에는 만화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가능성과 재능은 있지만 감정기복이 심한 작가와 그와 새로운 파트너가 된 편집자, 그리고 젊은 시절엔 뛰어난 작품을 그려냈지만 어느덧 퇴물이 되어버린 작가, 야간 경비원 일을 하며 창작을 접은 작가, 마트에서 일하며 자녀 교육에 신경쓰는 평범한 워킹맘이되었지만 시오자와와의 만남으로 잠들어있던 열정이 깨어나는 작가,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게 아니라 잘 팔릴 만화를 그리게 된 작가, 자기가 그리고 싶은 만화만 그리겠다고 다짐하고 점점 더 작품이 안 팔리게 된 작가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이 나온다.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항상 그 이야기가 담긴 도시의 풍경을 한 컷에 담아 그린다. 감동과 여운 때문에 거의 울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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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개업 축하 시 민음의 시 284
강보원 지음 / 민음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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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책방봄에서 류진 시인님께 소개 받고 읽게 됐다. 류진 시인님은 내게 “100% 좋아하실 거”라고 하셨다. 해설도 류진 시인님의 시집 <앙앙앙앙>의 해설을 쓰신 조재룡 평론가님이 쓰셨다. 그래서 뭔가 같은 계열인가 생각했다. 시알못이라 잘은 모름….

시인님 말씀대로 이 시집은 100% 좋았다. 약간 어렵기도 했지만… 시 하나당 두 번 세 번씩은 읽은 듯. 그렇게 읽으니 시어들과 시의 구조가 좀 더 잘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읽으면 되겠지? 😅 시를 다 읽고서는 해설을 통해 이 어려움을 해소하려고 했다. 하지만 해설이 더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하 원래 안 어려울 거란 기대는 없었지만. 😅 하지만 그건 시알못인 저의 탓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이해가 안 가거나 그랬던 건 아니었다. 천천히 읽으면서 혼자 조용히 탄복하고 기뻐하고 감탄했다. “언어의 쓰임새를 이런 식으로 탐구하고 실험하는구나”, “그래 잘 모르겠지만, 시라는 게 이런 걸 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잔잔한 유머가 있어서, 읽으면서 종종 소리내 웃기도 했다. 허버트씨와 나무인간과 호빵 누나는 나올 때마다 반갑더라. 개인적으로는 ‘클라리넷 연주법‘과 ’완벽한 개업 축하 시‘, ’파란 코끼리‘, ‘훔쳐 쓰기로 결심하는 시’가 가장 좋았다.

강보원 시인님이 민음사 블로그에 연재했던 에세이 ‘에세이의 준비’를 정말 재밌게 읽었었는데, 출판되면 살 생각이다. 아무쪼록 좋아하는 시인이 한 명 생겨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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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가우초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이경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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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 5편과 에세이 2편이 담긴 책. 이것도 좀심하게 좋았다.

 

<>은 슬픔의 초상을 스케치한 작품이다. 미국인 짐이 넋놓고 불쇼를 바라보는 장면을 꽤 강렬하게 담아냈다. <참을 수 없는 가우초>는 은퇴한 변호사가 팜파스 지대의 농장으로 가서 가우초들(말하자면, 라틴 아메리카의 카우보이들)을 고용하고 토끼들과 뛰노는(?) 이야기다(아님). 역자의 해설을 보니, 이 작품은 보르헤스의 <남부> <마가복음>을 패러디했다고 한다. 또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떠올리게도 하며, 여러 아르헨티나 작가들의 작품들을 따왔다고도 한다. 말하자면 상호 텍스트 놀이의 방식으로 구성된 소설이라는 것. 다른 건 안 읽어봐서 이런 건 몰랐음. <경찰 쥐>는 카프카의 <여가수 요지피네 혹은 쥐 족속>과 연결되는 작품이다. 카프카의 소설 속 쥐이자 가수인 요제피네의 조카가 쥐이자 경찰로 나온다. 탐정소설의 형식으로 현대의 병폐와 악의 욕망을 그려낸다. 되게 재밌게 읽음. <알바로 루셀로트의 여행>은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루셀로트가 프랑스의 영화감독 모리니가 자신의 소설을 자꾸 표절하는 것에 아무 대응도 안 하다가, 오히려 그가 자신의 최고의 독자라고 느끼며, 파리에 있는 그를 만나는 이야기다. 사실 나는 예술의 표절 문제에 좀 관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가 역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두 편의 가톨릭 이야기>는 신성함과 폭력이, 선과 악이 교차하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눈 내리는 어느날, 성직자가 되려는 한 소년은 신비한 수도승을 마주치고 이를 신의 계시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날, 갓 정신병원에서 나온 한 사람이, 수도사와 아이를 살해하고 수도복을 입으며 집에서 나온다. 라쇼몽처럼 관점을 달리하는 이야기인데, 이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아이러니를 잘 담아냈다.

 

에세이 <문학+=>진짜최고였다. “나 책 왜 읽지?”, “문학은 다 무슨 소용이지?”에 대한 최고의 답변과 생각이 담긴 에세이 중 하나가 아닐까. 그래 문학+=병이지. 어쩌라고. 에세이 <크툴루 신화>에는사실 잘 모르는 작가들 얘기가 많이 담겨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스페인어권 문학의 베스트셀러들이 뭔지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여튼 그럼에도 볼라뇨의 비꼬는 솜씨는 기가 막히다고 느꼈다. 루이스 하이드가 <선물>에서 이야기한 부분과 맞닿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말하자면 이런 것, 예술()은 선물인 동시에 상품일 수 있다. 이때 예술은 선물의 속성은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선물이 아니라 상품으로만 존재하는 예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예술을 선물 받을 것인가. 그리고 어떤 선물을 세상에 내놓을 것인가.

 

다음은 <문학+=>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들.


위고는 <레 미제라블>에서 어둠의 인간, 잔학한 인간은 어둠의 환희, 잔학한 행복을 시도할 수 있는 자라고 했습니다. (중략) 잔학한 인간의 행복은 잔학합니다.”

 

권태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공포의 오아시스. 근대인의 병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더 명확한 진단이 있을까요. 그 권태를 벗어나는 데, 그 죽음의 상태를 탈출하는 데 우리 손에 주어진 유일한 것, 그렇다고 그다지 우리가 손에 쥐고 있지도 않은 그것은 바로 공포입니다. 다시 말해 악이란 말입니다.”

 

“<그 미지의 세계 깊은 곳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라는 마지막 시구는 무한에 무한이 더해지더라도 무한은 여전히 무한이듯, 본질적인 변화 없이 공포로 수렴되는 공포에 맞서 싸우는 예술의 초라한 깃발입니다. 그것은 시인들의 전투가 대부분 그렇듯, 이미 패퇴가 자명한 전투를 하는 것입니다.”

 

말라르메는 여행과 여행자의 운명이 어떤지 알면서도 그 여행을 다시 시작하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 <이지튀르>의 저자는 우리의 행위만 병든 게 아니라 언어 또한 병들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치료를 위해 해독제나 약을 찾을 때, 새로운 것, 오직 미지의 곳에서 발견되는 그것을 찾으려면 섹스와 책과 여행을 탐험해야 합니다. 비록 이것들이 우리를 심연으로 이끌지라도 말입니다. 어쩌면 그 심연이 해독제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일지도 모릅니다.”

 

카네티는 그의 저술에서 20세기 최고의 작가 카프카가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처음 피를 토한 날 이후로 그 무엇도 자신과 글쓰기를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글쓰기와 떨어질 수 없다는 말로 난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나는 카프카가 여행과 섹스, 책은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 길이며, 그럼에도 뭔가를 찾아서 그 길에 들어서고 길을 잃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뭔가가 책이든 몸짓이든, 잃어버린 무엇이든, 그것이 어떤 방법이든, 그 어떤 것이 됐든, 그걸 찾아서 말입니다. 운이 따르면 늘 거기에 있었던 것, 바로 새로운 것을 찾을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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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대가 없이 주고받는 일은 왜 중요한가
루이스 하이드 지음, 전병근 옮김 / 유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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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해 1월 말에 완독함. 660p 정도 되는 벽돌책이라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저자는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루이스 하이드. 추천사가 화려하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마거릿 애트우드, 얀 마텔, 제프 다이어 등이 추천사를 씀.

 

1부에서는 이른바 원시사회의 선물 경제와 근대 이후의 시장 경제의 차이에 주목한다. 루터와 칼뱅이 종교개혁을 통해 고리대금을 세속의 일로 규정짓고 허용하면서, 선물의 정신 보다 상품 교환의 논리가 사회의 구성 원리로서 더 강한 영향력과 지뱌력을 가지게 됐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구약에서 이방인에게는 고리대금을 허용했으나 형제에게는 고리대금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고리대금이 어떻게 선물의 정신을 훼손 혹은 파괴했는지를 논증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선물의 순환 구조와 상품의 11 교환 구조를 대비시켜 선물 경제의 특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2부에서는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예술은 선물의 속성과 상품의 속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지만, 선물의 속성을 잃으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게 된다는 게 주된 논지다. 허나 반대로 상품의 속성만 잃은 경우, 즉 선물의 속성을 갖고 있는 한 예술은 예술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한다. 예술에 담긴 선물의 정신을 체화한 미국의 두 시인 월트 휘트먼과 에즈라 파운드의 사례가 차례로 소개된다. 선물의 정신에 따라 자기 자신을 너무 열어버린월트 휘트먼, 그리고 시장 경제를 대체할 국가의 의지를 좇다가 무솔리니와 파시즘에 경도된 에즈라 파운드. 그들의 이야기를 좇다보면 선물의 정신이 사회에 잘 작동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예술가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추천사에 쓴 것처럼 무언가를 창작하고자 하는 사람, 아니면 이미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 모두가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인이든, 소설가든, 미술가든, 만화가든, 영화 감독이든, 가수든, 연주자든, 배우든. 예술가의 기초 체력 혹은 예술가적 정신의 토대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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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졌어, 너에게
와야마 야마 지음,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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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교의 별>의 와야마 야마의 연작만화. 남자 고등학생들의 우정을 다루는 개그만화다. 학교 이야기인만큼 어떤 에피소드에는 학교 폭력을 다루는 부분도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소소하고 밝은 이야기들이다. 진짜 엉뚱하고, 귀엽고 따뜻하고 웃김.

읽는 동안 우정과 웃음이 충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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