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
김경수 지음 / 필로소픽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한 권으로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를 쭉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넘 기대가 됩니다. 연구 주제만 재밌어 보이는 게 아니고, 글 자체도 넘 재밌어 보여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고 싶지 않은 것들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박민정 후기 / 플레이타임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고 싶지 않은 것들: 데버라 리비

문체연구반 3기 다섯번째 책. 스페인 마요르카 섬으로 떠나는 데버라 리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울어버린다. 그녀가 남아공과 영국에서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형태로 썼다.

남아공에서 아빠와 함께 눈사람을 만든 기억, 그런 아빠가 인종분리정책에 반대하다 붙잡혀 간 기억. 도리 대모의 집에 맡겨졌던 기억. 그 집에서 새장에 갇힌 앵무새 빌리 보이를 보고 아빠에 대입해서 그 앵무새를 풀어준 기억. 도리 대모의 딸 멀리사와 우정을 나눈 기억. 수녀원 부속 학교에 입학해 따뜻하게 보살핌을 받았던 기억. 무사히 출소했지만 영국으로 이주한 뒤 파탄난 엄마와 아빠의 관계에 대한 기억 등이 책에 담겨있다.

남아공에서 자신을 돌봐주던 보모 마리아와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자신의 오빠와 함께 호텔을 운영하는 마리아가 교차된다. 여성으로서의 삶, 여성 작가로서의 삶을 회고적으로 썼다는 면에서 일전에 읽은 비비언 고닉이 생각나기도 했다.

#알고싶지않은것들 #데버라리비 #플레이타임 #문체연구반 #고요서사 #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펄프헤드 - 익숙해 보이지만 결코 알지 못했던 미국, 그 반대편의 이야기 알마 인코그니타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지음, 고영범 옮김 / 알마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체연구반 3기 네번째 책. 14편의 에세이가 담긴 벽돌책이었다.

크리스천 록 콘서트 행사에 간 이야기, 형이 감전됐던 때의 이야기, 미국 남부를 대표하던 전설적인 작가 아래서 문하생으로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의 폐허를 다룬 이야기. 리얼리티 쇼 출연자 미즈와 만난 이야기, 마이클 잭슨 이야기, 밴드 건즈앤로지스의 액슬 로즈에 대한 이야기,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정치적 배경과 상황 그리고 이에 비판적인 입장을 지닌 가난한데 보수적인 백인들의 이야기, 식물학자이자 시인이었던 괴짜이자 천재 라피네스크에 대한 이야기, 미국의 고대 문화가 담긴 동굴들을 탐험하는 이야기, 컨츄리 블루스의 위대함을 다룬 이야기, 밥 말리와 함께 활동했던 레게 음악의 전설적인 존재 버니 웨일러와 인터뷰한 이야기, 기후 변화와 동물들이 인간들을 공격하는 현 상황을 진단하고 탐색하는 이야기, 드라마 <원트리 힐>의 촬영장으로 자신의 집을 대여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크리스천 록 콘서트 행사를 다룬 첫 글 “이 반석 위에서”는 금정연 작가님이 문체연구반 시간에 강독을 해주셨다. 무려 1시간 동안.... 혼자 읽을 때는 그냥 넘어가던 것들을 하나 하나 되새기면서 이해하게 됨. 그 덕에 굉장히 깊게 읽을 수 있었다. (진짜... 금정연 서평가님은... 천재고... 왕이고... 신이고... 뭐가 됐건 그 비슷한 무엇이에요....) 이 에세이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나는 글을 이렇게 쓸 수 있다. 시니컬한 A버전, 휴머니즘 약간 묻힌 B버전.” 이렇게 제시를 해둔 다음 A도 B도 아닌 새로운 길을 간다. 반어법도 적극 활용하고, 그런 걸로 유머를 주기도 한다. 문체연구반에 함께 참여했던 분 중에 한 분은 이게 완전 충청도식 화법 아니냐고 말씀하셨는데, 맞는 말씀 같았다. 금정연 서평가님도 이 부분을 계속 말씀하셨다. 이 글들은 인간 혹은 대상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를 계속 유보하면서, 쓰여지는 대상의 입체성을 최대한 확보한다고. 쉽게 비웃지 않는다고. 그래서 글을 어떻게 이렇게 쓰지? 하면서 너무 감동받으셨다고 했다. 실제로 감동적임.... 글도 글인데 강독도 진짜 짱이셨음. “와 어떻게 이렇게 쓰지.” 라는 말과 함께 “와 어떻게 이렇게 읽지.” 소리가 절로 나왔음.

“이 반석 위에서” 이외의 다른 글들도 다 이런 ‘유보의 방식’으로 대상에 접근한다. 그래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랑 비교가 많이 된다고도 말씀하셨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좀... 사람들을 내려다보면서 쓰잖아요? 내가 짱이야. 난 다 알아. 다 분석하고 다 파고들 거야. 한 번 물면 안 놓는 스타일이야. 뭐 이런 느낌이랄까. 어떤 문제나 모순에 대해서 굉장히 집요하게 파고드는 게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란 얘기죠.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은 문제적이라고 할 만 한 부분을 아예 언급을 안 하거나 눙치는 식으로, 혹은 우회적으로 보여지게 만드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옹호하지는 않는) 방식으로 글을 쓰기에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그 지점에서 설리번의 문체가 뭐랄까. 되게 선하고 점잖은, 모범생스럽게 느껴졌다. 그에 반해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날라리 같고. 그래선지 내 취향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더 맞았음. 물론 전 생활이나 생각이나 다 모범생 스타일로 살지만요...

내가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아서, 다루는 주제들에 엄청나게 흥미를 보이지 못 한 부분도 있었다. 또 개웃긴게 나 RATM이랑 린킨 파크 1, 2집, 림프 비즈킷, 운동할 때 아직도 듣는데,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은 랩록은 졸라 구리다고 까놨음.... ㅋㅋㅋ 제 취향이 그 모양인 걸 어떡하죠? 예?! 게다가 동굴 탐험 이야기는 너무 긴 거 아닌가 싶었음. 아닌가. 그저 관심사와 흥미의 문제였던 걸지도. 뭐 그런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았다. 뉴 저널리즘의 교과서 같았달까...!

#펄프헤드 #존제러마이어설리번 #알마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 매일과 영원 7
김남숙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체연구반 3기 세번째 책. 김남숙 소설가님의 글은 처음 접했다. 이제보니 이번에 젊은작가상도 수상하셨네. 93년생 소설가이시다 보니, 내 또래 여자사람친구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으로 읽게 되었다(제가 89년생이거든요). 아주 우울하고 아주 절망적인 일기....


내가 좋아하는 정준일이나 이소라의 노래와 닮은 면들도 있었다. 글에서 말하는 고통의 연원이 구체적인 때도 있었지만, 추상적인 경우도 많았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진다고 울부짖는 언어들. 내게는 이것들이 글로 쓴 절규와 짜증과 비명, 혹은 그 모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좀 무섭기도 했음.


사실 읽는 내내, 작가님께 “우울감의 특효약은 헬스장과 런닝”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단 생각을 마구 했다.... 스웨덴의 정신과 의사 안데르스 한센처럼....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진 것이다. 무례한 거려나.


물론 ‘건강 지키기’가 일종의 이데올로기처럼 작동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인류는 구석기 시대때부터 꾸준히 움직여 왔고, 현대인의 많은 병폐가 그런 활동의 부재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아서, 감히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됐다.

외로움과 고립감이 정신을 병들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사실 나는 최근에 여러 (읽고 쓰는) 친구들을 사귀고 만나면서, 이런 것들이 많이 해소된 감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김남숙 작가님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독서모임 같은 거 해보시면 되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기도. 이미 하시려나. 근데 나 무슨 오은영임? 왜 이런 솔루션 제시를 자꾸 하게 되는 거임?


220p에선 나가이 가후의 소설 <강 동쪽의 기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대목이 나온다. “길거리를 걸으며 오유키를 떠올리는 오에 다다스. 오에 다다스가 좋은 점은 그가 체념에 매우 가까운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다. 오에 다다스는 무언가를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데 능통한 사람이니까”, 나 같으면 이 대목을 이렇게 썼을 것 같다. “길거리를 걸으며 오유키를 떠올리는 오에 다다스. 오에 다다스가 좋은 점은 그가 체념에 매우 가까운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다. 2003년에 데뷔한 한국의 여성 그룹 가수 빅마마도 체념에 대해서라면 오에 다다스에게 한 수 접었을 것이다....” 체념 하면 빅마마니까.... 널 미워해야만 하는 거니....


이렇게 써놓고 보니,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글에서 자주 인용했던 에이젠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형식은 이데올로기의 벡터다.” 나는 내 형식, 내 스타일대로 살 수밖에 없는 거겠지? 여러분도 마찬가지고. 물론 그 스타일이라는 것은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20년대 조선을 배경으로 영화인 이경손과 독립운동가 현앨리스를 다룬 역사소설. 안 그래도 사려고 했었는데, 김홍 작가님 북토크 때 뵈어서 싸인과 함께 선물 받았다. ㅎㅎ ^-^v 박서련 소설가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너무 재밌었음(일전에 단편집 <나, 나, 마들렌>을 읽으려다 못 읽었다…). 다음주에 핀드에서 운영하는 카페 핀드에서 북토크도 있대서 빠르게 완독하게 되었다. 읽고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음.

이 소설의 가장 뛰어난 점은 1920년대의 말투와 문체를 고스란히 되살린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경손을 화자로 삼아서 현앨리스라는 미스테리한 인물을 만나게 하는 방식도 넘 좋고. 물론 현앨리스가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라는 건 일전에 정지돈 작가님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를 읽었어서, 알고 있었지만, 역사적 사실을 알아도 미스테리한 인물로 묘사를 잘 해놓으셔서 긴장감이 있다.

또 한 가지 멋진 점은 독립운동가라는 존재를 엄숙하고 숭고하게만 그리지 않고, 굉장히 스타일리시하게 그린 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내가 넘 대단한 사람이랑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얘기도 나누고 그랬다는 사실에 새삼 황송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