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여울
이우환 지음, 남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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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의 글은 정갈하고 단아한 느낌이다. 글속에서 짐작가능한 작가의 성격처럼 표현은 넘치지 않고 절제되어 있지만 그 깊이는 참으로 깊다.
생활의 무심한 에피소드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툭툭 이끌어 내지만 그것에 젠체하는 어색함이란 전혀 없다.
세상이 정한 이념이나 틀을 거부하는 예술가적 고집은 그의 천성인가 싶게 글 곳곳에 흐른다. 하지만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따뜻하다.
너는너 나는나 철저하게 개인으로 살고자 하는 확고한 철학을 내보이지만 자식의 고통앞에서 너는내가 되는 일체감을 맛보며 괴로워하는 애틋한 부성애는 예술가도 역시 아버지였구나 하는 당연한 생각에 친밀감이 들기도 했다.
단편소설같은 몇몇의 글에서는 마치 홍상수 영화속 에피소드를 보는 것같아서 슬며시 웃기도 했다.

  
사실 이우환의 그림을 보고 마음속에 와닿는다거나 그 의미를 깊이 새겨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그저 '역시 현대미술답구만' 하는 생각만 했던거 같다.
하지만 그의 글들을 읽다보니 그 작품들의 의미가 새삼 다시 마음속에 새겨지는 것이다. 글 속에 담긴 그의 일상과 생각과 가치관들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나니 비로소 그림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이는것 같달까...
미술작품을 보는 눈이란게 나에게는 딱 이정도 수준인가 보다. 글로 떠먹여 줘야 비로소 눈이 조금 뜨이는 수준말이다. 
그런의미에서 작가가 그림과 조각잡업에 대해 서술한 글들은 참으로 유용하게 읽었다. 공간과 그 공간 너머를 생각한다는 작가의 작품론.
앞으로 이우환의 작품들이 내게 더 의미를 갖고 다가올거 같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글들도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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