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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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지 어느덧 3개월여 지났다.

그 3개월을 지나면서, 내게 있던 변화중 가장 컸던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책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들, 즉 빨리 읽고 다른책 읽기,  이책을 대체 언제쯤 다 읽을 수 있을까?, 저번에 산 그 책은 언제쯤 읽기를 시작해야 하나, 재미도 없는 이책을 대체 언제까지 읽어야 하나, 등등,,,의 불필요한 것들과 작별한것이다.

항상 책은 책이고 나는 그 대상인 책과 하나가 된다는것 보다, 극복해야 할 대상이며, 항상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객체에 불과 했다.

그러나 히라노 게이치로의 이책을 접하고, 그동안 내 머릿속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생각들이 정식적으로 검증을 받고 그 정당성을 인정 받게 되었다.

즉,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과 내가 하나가 되어가는 , 그러면서 책을 읽는동안은 사고의 시간이고 생각하는 시간이고, 어차피 세상에 나온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다면, 몇권을 읽는냐는 그리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고, 더 깊게 생각하고 더 신중하게 문장을 읽어나가는게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 것임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 3개월간의 변화중 가장 큰 변화라면, 책을 더욱 애정을 가지고 만나게 되고, 처음 책을 읽어가며 접하게 되는 그 어떤 부담감을 아주 자연스레 떨쳐 낼 수 있었다.

요즈음은 이 책을 얼마만에 독파했느냐는 결코 중요하게 다가 오지 않는다. 다만, 얼마나 이 책과 함께 사고를 했으며, 얼마나 깊게 저자와 내가 이야기를 했는가를 더욱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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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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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서 읽을때 즈음은 내 생일이 다가 오고 있던 때였다.

와이프는 며칠전 부터 선물로 뭐 갖고 싶냐고 물어 오던 터였고, 그닥 선물로 받고 싶은건 생각 나지도 않았다. 그냥 날 내버려 두는게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긴 했지만, 차마 입밖으로 뻔뻔하게 농담을 가장하여서라도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꼭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 샀던책은 결코 아니었다.

윤광준의 책은 '소리의 황홀'때 부터 즐겨 읽었고, 그의 수컷 다움을 배우느라  왠만하면 신간을 내면 장르 안가리고 사읽어 왔었다.

문장 자체가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해독하는 수준이 아니면서도 꽤 깊이 있는 생각들도 접할 수 있기에 그의 책은 항상 재밌다. 항상 옆에서 조분조분 이야기 해주는 느낌이다.

이번 책의 제목은 또 어떠한가. 결코 안사고는 배길 수 없을 만큼 흥미로운 제목이다. 이제 '윤광준'이라는 말은 단순히 저자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정보의 일부가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화된, 즉 '윤광준이 이번에는 무슨말을 할까'라는 흥미를 자아내는 그 자체로서의 타이틀이 되버린 그런 단계에 이른것이다.

아무튼 시기적 상황이 그러했었고, 또 물어보는 와이프의 뭐 받고 싶냐는 말에 계속되는 면도로 트러블이 끊일날 없는 턱 밑이 갑자기 생각나서 전기 면도기나 하나 받고 싶다고 했다.

책을 쇼파에서 읽다가 근처에 던져 놓고 회사를 갔다온후 생일날, 커다란 상자가 마루에 놓여있었고, 나름 음,, 생일 선물인가 보다 하고 헤헤 거리며 현관문을 들어 섰었다.

근데 , 왠 면도기가 저래 클까?라고 생각을 하기도 전에 시야에 들어온것은 필립스라는 로고였다.

아차 싶었다.

와이프가 내가 읽다만 저 책을 뒤적 거렸었다면, 분명 필립스 아키텍 전기 면도기를 봤을테고, 속으로 '저인간이 이걸 보고 전기 면도기를 사달라고 했던 거였던가??'라고 생각했을테고, 그렇다면 만만치 않을 가격을 보고 꽤나 심각하게 고민했을테고, 그러다가 어쩔수 없이 울며 겨자 정도가 아닌, 울며 캡싸이신(고추의 매운성분으로서 식당에서 매운맛을 낼때 이 캡싸이신 농축액을 쓴다) 먹기로 하나 뿐인 남편 선물을 사러 갔을테고, 다시 한번 사기 직전에 자기가 예상한 예산을 뛰어 넘는 남편 생일 선물로 어지간히 고민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구 어쨌거나, 와이프에게는 오해 아닌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했다.

결국 너 필립스 아키텍 그거 갖고 싶어서 생일 즈음에 이책을 사서 교묘히 집안에 두고, 나름 잔대가리 굴려서 받아 낸거 아닌가 아닌가 하는 ...

아무튼 잘한건지, 어떤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지만, 책 덕분에 와이프에게서 뜻밖의 고가의 선물을 받아서 투자대비효율(ROE)에 있어서는 최고의 책이 되버리고 말았다.

 

아참, 책에 대해서 말하자면, 명품이라는것은 결국 명품이라고 말해지는 그것이 아니라, 자신이 애착을 갖고 그 물건의 효용과 가치를 발견해서 만들어 가는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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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
마크 펜, 킨니 잘레스니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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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표에 도움이 된다라면 테러리스트가 되겠다라는 소년들에게도 호들갑떠는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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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꾼 프랭클린 플래너 - 프랭클린 플래너 파워 유저들이 들려주는
한국성과향상센터 지음 / 바다출판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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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재미없는 책들이 바로 자기 계발서 책들이다.

그말이 그말이고, 나름 저자는 게으르고 무능한 독자들을 향해 이런 저런 훈계로 일장설을 핀다.

그렇게 하지 않는 내가 너무도 원망스럽고, 난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라는 자괴감도 살짝 들고,,

 

새로운 치즈를 찾아 분주히 움직여야 할 것 같고, 맛있는 마시멜로우는 제일 마지막에 먹도록 꾹꾹 참아야 하고, 내 삶을 잘 컨트롤 하기 위해서는 죽어도 새벽에 깨여 있어야 하는 아침형인간이 되야하고,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마음만 긍정적으로 모든것이 잘 되거라는 믿음만 있기만 하면 만사형통하고, 자기 보다 남에 대한 배려가 진정한 자기를 성장 시키는 길이며,,,,

 

기타 등등... 수도 없이 쏟아지는 '자아'가 아닌 '자기'를 보다 가치있고 보다 경쟁력있고 보다 상품으로서의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계발해야 한다고 잔소리 해대고 있는 이른바 자기계발서들이다.

내가 어떤 놈인가 라는 물음은 시간없고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니, 그런것은 좀 있다가 하고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까 몸뚱이 밖에 없는 나를 좀더 改發하고 보자는 책들이다.

 

일단 재미도 없거니와, 현재의 나를 나로서 인정하지 안해주는 저자들의 태도가 일단 맘에 안들어서 별로 읽지도 않고, 읽어도 그럼 그렇지 하고 하대 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렇게 성공한 저자들이 내놓는 자기 칭찬도 그닥 부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그보다 더 짜증 나는건 이런 책들을 읽고 마치 거기서 언급된 계발된 모습으로 자기가 아루아침에 변신이래도 한듯 읽어 봤냐고, 안 읽어 봤으면 꼭 읽으라고 열심히 전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라는 것이다.

이런자들의 바이블은 꼭 '카네기'씨리즈로 귀결 된다.

물론 훌륭한 책이다. 그러나 난 그다지 큰 감동도, 느낌도 없었다. 그냥 게임할때는 이렇게 저렇게 해야한다는 일종의 매뉴얼 정도로 밖에 읽히지 않았다. 사람대할땐 이렇게 저렇게,,등

 

짜증을 이렇게 내면서 시작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다녀야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내가 결정하는 부분보다, 외부의 영향에 의해 결정 되어지는 사태들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그 갈등구조 가운데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을 해야하는 심각한 문제에 닥치게 되고, 그래서 자기 계발 및 개발서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닥 가치있고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책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책들중 어떤게 내가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나라는 하드웨어에 인스톨 시키기에 효율적인 소프트웨어로 어떤 매뉴얼을 선택하느냐인 것이다.

몇번의 시행 착오를 거쳐서 내린 어떻게 보면 결정판에 가까운 책이 내게는 2권이 있다.

하나는 저 유명한 "단순하게 살아라"이다.

이 책처럼 다른 모든 책들의 저저들이 해대는 잔소리를 무력화 시키는 책도 없으리라.

뜬구름 잡는듯한 추상적인 언어들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렇게 이렇게 해봐, 그럼 기분도 좋아지고 니 하루 하루의 삶들이 조금씩 변화되고, 그러다 보면 궁극적으로 너의 삶의 의미에 접근하게 되고 너의 자아의 문제에 까지 연결 될꺼야라고 아주 친절하고 따뜻하게 말한다.

자 그 첫번째로 너의 서랍부터 한번 쏟아내 보고 시작하자..라고 팔을 걷어 부치며 말을 한다.

요즘도 스스로 좀 무력하게 느껴진다 싶으면 가볍게 꺼내서 슬슬 책장을 넘기곤 한다. 그나마 책취급 별로 하지 않는 자기계발류의 책들중에서 나름 아끼며 책취급 해주는 책이다.

 

두번째가 "프랭클린 플래너 파워 유저들이 들려주는 나를 바꾼 프랭클린플래너"라는 아주 긴 제목을 가지 책이다.

전쟁터에 나간다.

밑에 쫄다구들은 명령을 받아들이고 진격한다. 그런데 데체 어떻게 적을 사살하고, 고지를 어떻게 올라가야 할지 깝깝할 뿐이다.

이때 어떤 지휘관이 나선다."음..총을 잘 쏴야지 임마,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잘 쏠수 있다라고 믿어봐. 믿으면 된데두.."

다른 소대장이 나선다." 전쟁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적들 잘때 일찍 일어나 새벽에 움직여야 해"

 

이때 별로 없어 보이고 목소리도 그리 크지도 않고 별로 땡기지 않는 한 소대장이 나선다.

실전에서 총을 어떻게 다뤄야 명중율을 높일 수 있는지, 어떻게 들어야 반동이 없이 정확히 쏠 수 있는지, 무작정 적을 향해 달려 드는게 아니라, 적의 동향과 이동을 어떻게 기록하면서 분석하는지, 군량은 언제 어떻게 배분해서 전투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등등 당장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매뉴얼을 건네준다.

 

허접한 비유긴 하지만, 이책이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잘 살긴해야 하는데 어떤 소프트웨어를 장착해야 할지도 모르고, 무작정 그냥 잘 열심히 살기만 하자고 다짐들을 하게 된다.

얼마전 거금을 주고 프랭클린 플래너를 구입했다.

일단 있어 보이고, 가죽 커버가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쓰다 보니 빼먹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단순한 수첩으로 전락해 버리던게 아니던가.

그냥 그렇게 묵혀 두고 있던 플래너에 갑자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플래너가 생기 돌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덜 체계적이어서 조금은 피곤한 하루하루가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소한 금전들, 사소한 시간들, 사소한 약속들이 체계적으로 플래너 속에서 일사분란하게 자리잡아가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했고,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 들이 사라지기도 했다.

체계를 잡아가고, 정리하고, 스케쥴을 잡는다는게 재미있는 일이라는것도 알게 되었다.

재태크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책읽을 시간도 없다라고 불평할때 플래너를 펴놓고 이리저리 적고, 고민하다 보니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된다.

아침시간 매일 네이버->뉴스->경제->재태크->주요기사->펀드.. 에구 그 쉬운걸 플래너에 적고 계획하다 보니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금융상품과 이자율을 적어 나가다 보니 어떤게 내가 투자할 상품인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할지 생각이 든다.

그런 아침에 할 일을 찾아 갈 도구가 바로 프랭클린 플래너였고, 그 사용법을 더 강화시킨것이 이 작은 책이었다.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자기의 계발과 관련된 책들이 있었지만 내게는 이 두권처럼 직접적인 영향을 준책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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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서울의 레스토랑 - 블루리본 서베이
클라이닉스 편집부 엮음 / 클라이닉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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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전쟁의 광풍속에서 어김없이 돌아오는 끼니의 공포에 대해 언급한바 있다.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서 김훈의 그 짧았던 한줄만큼 내게 큰 울림이 되었던건 없었다

아무튼 시간은 흘러 서울의 식당들에 관한 가이드북이다.

그러고 보면 내게 있어서 끼니 돌아오는것이 공포 스러웠던적이 몇번 있기는 했었다. 주로 집에서 늦잠자고 일어나 뒹굴거리며 지낼때 냉장고엔 아무런 먹을것도 없고(그 흔한 요구르트나 귤한조각도 없는) 와이프는 나가있고, 슈퍼가서 뭐라도 사올 뽑아논 돈도 없을때, 한끼 정도야 그렇다 치고 두끼 연달아 물로만 버티기는 생각해보니 공포 비슷한 느낌이었다.

쓰고 보니 너무 가벼운 비교다.

평생 반복하게될 끼니에 대한 부닥침. 집에서 먹는거야 그렇다 치지만 돈내고 먹는밥 먹고 돌아서서 속았다라는 느낌이 들때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하여 널리고 널린 식당가운데서 그나마 맛있게 그리고 정직하게 음식하는 집을 찾는것은 당연한 이끌림이다.

미셰린 가이드 만큼 아직은 정밀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즐길정도의 어드바이스를 제공해준다.

이책의 도움으로 첫번째 타겟을 정한집은 홍대앞 Jack's Steak.

에피타이저로서의 스프가 기가 막히게 신선한 맛.

와이프의 안심스테이크는 정말 기가 막힘.고기맛보다 씹는 감촉이 더 맛있음.

나의 메로스테이크는 그닥 큰 임팩트는 엄씀.음..이런게 메로 스테이크구나하는 정도

디저트로서의 치즈케익은 혀끝의 서늘함과 함께 착달라붙는 촘촘한 케익의 입자들이 화려하지 않은 단맛과 함께 행복한 포만감을 유지하게 한다.

 

 

앞으로 하나씩 찾아갈 맛집 리스트를 만들며 엑스표 쳐나가는 것도 일상을 무료하지 않게 하는 방법중의 하나가 될듯하다.

전쟁통이 아닌 이상 매번 조우하게 되는 끼니를 친절하게 맞이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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