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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 학고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삼당통합- 기회주의 정치의 정점 -을 비판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본인 스스로도 민주세력의 통합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좌절이었다고 몇 번이나 말하고 있다. 내가 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과정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파퓰리즘과 기회주의이다. 노사모가 파퓰리즘이고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던 세력이 파퓰리즘이며 그 둘이 합쳐진 것이 기회주의인 것이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태생적으로 "민주세력의 통합"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으며, 2004 총선 직전 나타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분열이 그 결과인 것이다.
적어도 한 나라의 통치자가 되려는 사람이 그 기회를 이용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 일단은 공통의 목표인 정권획득이라는 명분으로 그들을 묶고 서서히 진정한 통합을 시도하려는 생각을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것은 그가 "바보"라는 점이었다. 한때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그를 "꼴통"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무식하다거나 지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 몇 번 언급한, "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을 염두에 두고 한 이야기이다. 나는 바람을 맞으며 갈 수 있는 사람을 "바보" 또는 "꼴통"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는 상당히 성공을 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엄청난 언론의 포화속에서 밀어붙인 대북정책, FTA 그리고 부동산법, 언론법. 최종적인 성공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이슈를 공론화하고 시민들이 생각을 하게끔 했다는 점에서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어느 대통령의 업적을 보더라도 공과 과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평하자면 나는 과보다는 공이 더 큰 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그분의 큰 허물이라는 것은 "민주세력 통합"의 실패 밖에는 없으니까. 책에서 말미에서 말하는, 우리사회의 남은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