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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양장)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떠오른 기사가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 임금 100엔. 일제 시대에 강제징용되어 일한 우리 할아버지네 이야기이다.
"응축된 시와 진솔한 산문으로 박탈당한 삶의 풍경을 그려냈다." 헤르타 뮬러의 노벨 문학상 선정이유이다. 이 책이 노벨상 수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이 책은 노벨상 수상 이후 출간된 것 같다), 저 말만큼이나 이 책을 잘 설명해주는 것은 없을 것 같다.
내 시대의 사람들, 일제시대는 그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멀게는 증조할아버지 정도 세대에 겪었던 그런 것. 강제 징용은 말로만 들어본 세대. 그것이 무엇이었는 지를 이 책이 알게 해 주었다. "박탈당한 삶".
이런 저런 책과 TV를 통해서 그 시대, 그 삶에 대해서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들의 삶을 동정하고 불의에 분노하고. 무엇이 불의인지도 모른채. 이 책에도 불의가 나온다. 영화에서 본 그런 것들. 착취하고 구타하고.. 그런 지배자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그런 불의가 아니다. 불의에 대항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한 마디로 "박탈"이다. 그게 불의인 것이다. 강제 노역자들을 때리고 그들을 착취하고.. 그건 불의의 본질이 아니다. 헤르타 뮬러는 그런 비 본질적인 불의를 강조하지 않음으로써 지금까지 내가 깨닫지 못했던 본질을 깨닫게 해 주었다.
"미쓰비시 임금 100엔". 여기에서 본질은 100엔이 아니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삶을 박탈하고... 박탈당한 사람들은 그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평생 괴롭게 살아가고... 박탈한 사람들은 "나는 정당한 댓가를 지불했다"라고 말하고 살고... 그 "댓가"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 사람들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떤 일본인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도 원폭피해자다"라고...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