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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 - 영원불변한 '나'는 없다
브루스 후드 지음, 장호연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교양심리학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 브루스 후드,중앙북스,2012
사회발달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아’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닌, 뇌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얼마든지 변하고 흩어질 수 있는 가변적인 존재”라고 주장한다. 뇌과학과 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근거한 이 주장은 인식론의 현대적 논의다. 이렇게 과학화된 인식론의 근저에는 철학적 인식론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뇌과학 연구 결과로 본다면, 인간은 “분산된 신경망의 특성으로 고유한 정신 기재를 가지지 못한다.”고유한 정신 기재가 없다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고정된 자아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자아란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이다.”이 이야기는 “뇌의 모형화 과정에서 일부가 의식적으로 자각되면서 자아의 착각이 일어난다.”내가 이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는 것도 나만의 착각이다. 일개 서생에 불과한 나도 저자처럼,“텍스트의 일부분을 한 번에 조금씩 접할 뿐이며, 그 사이에 있는 글자들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건너뛰기 일쑤다. 주변부 시야는 흐릿하고 색깔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를 잘 보인다고 착각을 한다. ”
저자의 주장을 따르면, 독서란 ‘자각적 誤讀’이라고 말한 어느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을 비추는 그림자로서 존재”하는 ‘거울자아’를 통해서 책을 읽는다. 감각기관의 자극 즉 시각의 “신경활동 패턴이 뇌의 관련 부위에서 연이어 일어나 이런 특정 경험과 관련된 기억과 사고과정을 재구성”함으로써 우리는 책을 읽는 것이다. 결국, 인간 뇌의 메커니즘이 동일하고 같은 경험(여기서는 이 책을 동시에 읽어도) 은 책을 읽는 독자 각자의 특수한 경험과 기억이 다르므로 다른 부분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뇌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뇌과학의, 심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심리학의, 나처럼 독서에 관심 있는 사람은 독서에 관련된 에피소드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글을 쓴 저자도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편중되어있다. 뇌과학자들이 밝혀낸 과학적 근거 위에, 심리학자들의 실험결과를 통합하고 재구성해서 ‘거울자아’이론을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심리학들도 ‘과학자’로 불리기를 원하고, 그의 주장은 합리성에 바탕을 둔 과학적 주장처럼 보인다. 우리는 ‘뉴턴적 세계’에 살고 있다. 뉴턴의 말처럼, “자연 사물의 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일반적인 귀납에 의해서 수립된 명제를 정확하게 참이거나 참에 아주 가까운 것으로 간주”해야 하지만, 우리는 ‘계급결집’에 의해서 ‘위상변이’된 집단에 살고 있기에, 그런 집단이 만들어낸 사회적 환경을 심리학 실험실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을까라고 하는 근본적인 의문은 지울 수는 없다.
과학도 이성적 직관에 많은 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 “떠나가는 기억 대신에 새로운 기억을 다시 만들어줌으로써 같은 앎으로 보일 정도로 앎을 보존”한다고 한 플라톤의 말처럼,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과학적 추론을 반박하고 논증하기에 우리는 그것이 ‘실재’한다고 믿는다. 결국 우리는 철학적 인식론의 전통 위에서 ‘실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