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랑다르의 두 왕국에서 키눅타 섬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4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 동화 [닐랑다르의 두 왕국에서 키눅타 섬까지] 프랑수아 플라스, 솔, 2004

 

이 책에서 제일 재미가 있었던 것은 ‘바위투성이 사막’ 이야기다. 이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한 오르배 섬사람들의 탐험과 지도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책을 많이 읽어보려고 하는 나에게는 ‘바위투성이 사막’ 이야기가 와 닿았다.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바위투성이 사막’ 이야기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석질인들의 이야기다. 거대한 거북이를 타고 사막을 다니는 석질인의 이야기를 책(물론 이야기 속의 책은 두루마리다 형태다)으로 쓴 리탕드르는 제국의 관리인 코스마에게 부탁을 한다. 코스마 일행은 병에 담긴 수천 권의 책을 싣고 사막으로 건너 제국의 도서관으로 향한다. “이가 득실거리는 더러운 원시인들한테 책장을 비워주다니!” 결국, 제국 사람들은 책을 모두 불사르고, 코스마 일행은 빈손으로 돌아간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바위투성이 사막’의 이야기 속에는 많은 것들이 함의 되어 있다. 사막에서 사는 석질인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 제국인들의 편견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나는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책에 관한 이야기로 읽었다. 리탕드르가 쓴 것은 석질인 개개인의 역사다. 석질인들의 수만큼 책도 많다.

 

제국의 사람들의 처지에서 본다면, 물론 그들은 그 책을 읽지도 않았지만, 검증받지 않은 책들은 무조건 도서관에 보관할 수도 없다. 석질인들에게는 소중한 삶이 녹아들어 있겠지만, 제국 사람들 눈에는 쓸모없다. 좀 더 비약하자면, 석질인들의 이야기를 쓴 리탕드르에게 문제가 있다. 요약하고 집약해서 좀 더 훌륭한 책을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물론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타인이나 타문화에 대한 배려를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제국인들은 석질인들의 책을 읽어보고 거기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10년 전 어떤 비평지에 이런 제목이 있었다. “책 출판량은 선진국, 질은 후진국” 지금도 마찬가지다. 선거철만 되면 수 없이 많은 책이 쏟아진다. 물론 유력한 후보자의 정치적 견해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지만, 정치인들의 책 대부분은 선거철이 끝나기도 전에 폐지가 된다.

 

정치인들의 책뿐만이 아니다. 공무원들의 책, 기업인들의 책 심지어 대학교수들의 쓴 책 중에도 상당 부분은 독자를 위한 책 아니라, 경력란에 한 줄 더 써넣기 위한 책이 있다. 그것이 책이란 이유로 다 읽어야 할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자가 능동적으로 읽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다. 어떤 책이든 책을 쓴 저자에게는 가치가 있지만, 모든 책이 모든 독자에게 동일한 가치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단순하고 명확한 사실이지만, 부모들은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다. “우리 애가 책을 정말 안 읽어요. 무슨 책이 좋을까요?” 부모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강권하고 아이들은 그저 책장만 넘긴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밖에서 뛰어놀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며칠 전에 거실에 있던 텔레비전을 책상 옆으로 옮겨 놓았다. 텔레비전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없어서 내다 두었던 것을 다시 옮겨 두었더니 자꾸 리모컨으로 손이 간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것이 누워서 텔레비전 보는 것 아닌가? 엄마는 누워서 아니면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 보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먼저 텔레비전을 없애고, 그 다음에 좋은 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 201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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