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읽는 시간 - 오래 시선이 머무는 66편의 시
권혁웅 엮음 / 문예중앙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한국시 [당신을 읽는 시간] 권혁웅 엮고 지은이, 문예중앙, 2012

 

우리는 꿈을 꾼다. 사람들은 꿈을 희망이라고도 부르고 이상이라고도 부르고 소원이라고도 부른다. 무엇이라고 불리던 어떻게 생겼던 소중하고, 어떨 때는 손에 닿을 듯 말 듯하고 어떨 땐 넘을 수 없는 벽 저편에 있기에 간절하다. 소중하고 간절한 꿈이지만 그 꿈을 현실로 당겨오는 사람도 있고 미래에 맡겨두는 사람도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시인 윤동주는 이런 꿈을 꾸었다. 그는 “주어진 길을” 걸어갔고 그 꿈에 다 닿았다. 그는 별이 되었고, 우리에겐 시가 남았다. 단 한 권의 시집에 한국어로 쓰인 가장 아름다운 시를 남긴 윤동주는 꿈을 이루었고, 우리에게 꿈을 꾸게 한다. 시인의 꿈은 詩다. 어쩌면 영원히 남겨질 한 편의 시다. 그 한 편의 시를 위해서 별이 바람에 스치듯 시인은 끊임없이 시를 토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문학전문기자는 이런 기사를 썼는가 보다. “출판 시장에서는 요즘 베스트셀러 시집을 찾기 어렵다. 지명도 있는 시인은 초판 3000부, 신인급은 1000~1500부를 찍지만, 2쇄를 들어가는 작품이 드물 정도.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적 경향을 둘러싼 날 선 비판도, 관심도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시를 둘러싼 논쟁들이 좀 더 생산적인 담론으로 이어져 시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기자의 말처럼 시장이 침체되었을까? 호메로스의 서사시 이래로 시는 항상 독자의 관심 밖에 있었다. 대기업 사원의 한 달 월급에도 못 미치는 시집 한 권의 인세가 오늘날만의 문제였겠는가. 물론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녔던 시절만 해도 시를 접하기가 쉬웠다. 라디오 DJ가 낭송하는 시를 들으면 갱지 연습장 표지에 있던 연애시를 연애편지에 옮겨 적으며 그렇게 시를 만났다. 그 당시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라는 시를 썼던 베스트셀러 시인은 이제 국회의원이 되었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 / 시가 날 찾아 왔다” 라고 쓴 네루다도 정치를 했으니 그의 선택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시대가 변했고 시인이 변했듯이 독자도 시도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는 시도 좋다. 가려진 현실을 고발하는 시도 좋다. 미래파의 시도 좋고 신서정시도 좋다. 베스트셀러 시도 좋고 무명의 습작시도 좋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시는 내 삶에서 나오는 나를 위로하는 내가 쓴 시가 아닐까. 시를 쓰기 위해서는 시를 읽어야 한다. 소리 내서 읽기도 하고 장소를 바꿔 가며 읽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읽기도 해야 한다. 이 책에는 66편의 함께 읽을 시가 있다. 권혁웅 시인과 함께 읽는 시가 있다. 한쪽에 66편의 시가 있고, 한쪽에는 권 시인의 해석이 있다. 권 시인은 이병률 시인의 ‘마음의 내과’에 대한 해석의 끝머리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마음은 센티미터와 인치를 동시에 기록한 자. 그와 나는 애초에 기준이 달랐다.” 해석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한 편의 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시인들의 시를 묶어놓은 책은 많다. 시만 묶어 놓은 책도 있고, 엮은이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책도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읽으면 된다. 소개된 시를 읽고, 내 느낌을 맘 속으로 정리하고, 권 시인의 느낌을 읽으면 된다. 어차피 정답은 없지 않은가. 이렇게도 읽어 낼 수 있구나! 아니면 너무 오바하는 것 같아요, 권 시인. 아니면 이건 못 읽어냈군요. 어떤 답을 선택하든 상관없다. 엮은이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보다 시를 더 많이 읽어 꿈을 현실로 당겨왔을 뿐이다. 201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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