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 스웨덴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만나다
최연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사회과학 일반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최연혁, 샘앤파커스, 2012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웨덴을 통해 한국의 현대와 미래를 고민해보고 한국의 현실을 재조명해 보는 데 있다. 우리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며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고민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스웨덴이 우리의 직접적인 대안은 아니다.” 맺는 글 중에서

 

복지 문제가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무상교육과 견고한 실업프로그램 등 2012년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꿈처럼 보이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스웨덴이지만, 저자의 말처럼 스웨덴식 복지가 우리 사회의 직접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단지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변혁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23년 동안 한 국가의 총리로 지냈던 노정객 부부가 (돌아갈) 집한 채 없는 청렴한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은 경악했다.”

 

‘국민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은 에를란데르 스웨덴 총리의 이야기다. 놀라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집권 사민당은 노정객부부를 위해서 스톡홀름 외곽 사민당 청년 연수원 부근에 별장 한 채를 지어주었고, 자진해서 은퇴한 68세의 노정객은 그 별장에서 스웨덴 정치를 이끌어갈 청년들과 함께 지내며 여생을 마쳤다고 한다.

 

자기 집 한 채 마련하지도 않고 평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선거에서 패배해서 은퇴한 것이 아니라 선거에 승리하고도 스스로 은퇴한 대정치인을 옆에서 지켜보며 성장한 청년정치인들이 지금의 스웨덴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을 이런 정치인들과 정치 현실에 할애했다. 사업가가 실패하면 하나의 기업이 망하지만, 정치인의 실패에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다. 우리처럼 ‘느닷없이’ 나타난 者가 국민의 인기만을 등에 없고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준비하고 공부하는 이들이 정치인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국회의원의 30% 이상이 매번 정치를 그만둔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특혜란 존재하지도 않고, 대기업보다 적은 봉급과 더 강한 노동강도가 정치를 그만두게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대학 3학년은 대개 한 학기에 3,000페이지 정도의 전문서적을 읽어야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그렇게 강도 높은 대학 공부 때와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공부해야 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대학생들도 이 정도는 읽는다. 단지 어떻게 읽느냐가 문제다. 3,000페이지의 전문서적을 정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000페이지 정도의 참고자료를 봐야한다. 리포트를 꼼꼼하게 읽고 그것을 점수로 매기는 교수가 있다면, 대학생들은 웃고 즐기며, 젊음 향연을 누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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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치인들은 어떠한가? 가끔 뉴스에 비치는 국정감사 장면을 생각해보자. 국회의원 마이크 옆에 말끔히 쌓인 복사용지를 생각해 보자. 우리 정치인들은 국정감사를 위해서 감사자료를 읽었을까? 읽었다면 중간중간 접어두었거나, 스티커를 붙여놓았거나, 그것을 뒤적거리며 질문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정치인들이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모든 정치적 사안을 명확하게 꿰뚫어 보는 것이 아니다. 각종 보고서와 수많은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현실 상황과 비교하면 일을 하는 스웨덴 국회의원이 우수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준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 책은 전문서적이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을 겨냥한 안내서에 가깝다. 스웨덴의 모든 것은 보여준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기에 깊이 있게 들어가지는 못한 것 같다. 스웨덴 정치학 일반과 사회복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홍기빈의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도 있지만, 그 책도 이 책도 내가 원하는 것은 제시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스웨덴의 복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지 세금을 50% 이상 내고 있다거나, 정치인들이 열심히 일 한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넘어서서, 스웨덴인들이 어떠한 고난 속에서 지금의 복지국가를 이룩했는지, 스웨덴의 역사적 고찰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스웨덴의 역사에 관한 책이 한 권이 없다. 단지 지엽적으로 복지국가나 양성 평등 등 특정 주제를 가지고 스웨덴을 모범으로 삼고자 한다. 책을 죽으라고 안 읽는 국민의 잘못도 있지만, 돈 안 되는 책 한 권 만들지 못하는 출판계의 현실이나 역사도 모르면서 스웨덴식 복지를 말하는 게 정치의 현실이다. 201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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