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의 가출 다독다독 청소년문고
미셸 바야르 지음, 행복나무 옮김 / 큰북작은북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프랑스 청소년 소설 [열다섯의 가출] 미셀 바야르, 큰북 작은북, 2012

 

오늘은 베아트리체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날인가 보다. 아침에 다시 읽어보려고 책상에 놓아둔 [신곡], 오후에 본 영화 [일 포스티노], 저녁에 읽은 이 책 [열다섯의 가출]에는 같으면서도 다른 베아트리체가 등장한다. 매력적인 베아트리체를 책과 영화에서는 만났지만, 현실에서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알리기에리 단테’라는 이름과 함께 베아트리체라는 여인을 기억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연인 베아트리체는 “떠나버린 나의 사랑아”라고 애틋하게 부르는 조용필의 [슬픈 베아트리체]처럼 단지 아름답고 순결한 연인이 아니다. [신곡]에 등장하는 베아트리체는 사랑하는 연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신곡]은‘하느님의 참다운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목적을 전제하고, 지옥에서 시련을 겪고, 연옥에서 회심을 한 단테가 만나는 베아트리체는 신의 은총이자 신의 본질을 상징한다. 현대 이탈리아의 문화적 정초를 세운 [신곡]에 등장하는 베아트리체를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도 만났다. 영화에는 두 명의 베아트리체가 등장한다. 섬마을의 무능한 청년 마리오 루폴로도 알만큼 정형화되어버린 단테의 베아트리체와 그 청년을 메타포의 세계로 인도하는 베아트리체 루소다.

 

인터넷에 떠도는 영화평을 보면, 네루다와 마리오의 우정만을 강조하는 것 같다. 물론 그들의 우정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메타포로 상장되는 詩 라고 본다면,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그 나이였어”라는 네루다의 시처럼, 어느 날 마리오에게 베아트리체 루소가 다가왔고, 그는 詩를 통해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다. 마리오에게 메타포를 통해 詩의 본질을 설명하는 네루다보다, 마리오가 詩를 통해서 만나려고 하는 베아트리체 루소가 더 종요한 것이 아닌가. 마리오가 처음 읽은 詩가 처음 쓴 詩가 어쩌면 유치한 사랑타령에 불과할지라도, 詩를 만나 詩를 통해서 “죽음보다 더 끔찍한 사태가 존재”하는 현실을 직시하면 진정한 詩는 완성된다.

 

‘그 무엇’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그 무엇’을 통해 눈앞에 펼쳐진 현실의 實在를 관조하게 된다면 그것은 진정성을 가지게 된다. 詩를 통해 현실을 재구성한 [일 포스티노]는 [신곡]에서 많은 부분을 가지고 왔다. 네루다가 베길리우스이고 마리오의 현실이 단테를 신 앞에 안내하는 베르나두스이라면 메타포는 詩 그 자체이면서 詩의 천국으로도 볼 수 있지만, 베아트리체는 베아트리체다. 이 책에도 베아트리체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이혼 때문에 고민하는 스테파니와 엄마의 지나친 관심에 힘들어하는 아델은 가출한다. 부모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불쾌한 현실과 직면하지만 베아트리체를 통해 벗어나고 싶었던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베아트리체가 상징하는 부모의 사랑을 다시 깨닫게 된다. [일 포스티노]가 [신곡]을 능가할 수 없듯이, 이 책 [열다섯의 가출]과 [신곡]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어설픈 [신곡] 다이제스트 판보다는 이 책이 훨씬 좋은 것 같다.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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