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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1년 9월
평점 :
외국 에세이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드 보통, 박중서 역, 청미래,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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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위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한 유대인이 쓴 책이다. 인터네셔널한 삶을 부럽기도 하지만, 그런 삶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확실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기가 쉽지 않다. 독자들은 지금 이 책에서 무엇을 읽어내어야 할지 고민을 먼저하고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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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 유대인이냐고 물으면, 어떤 측면에서 인종차별적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스위스, 영국, 유태인을 지목한 것은 이 책을 쓴 작가의 종교적 정체성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그가 태어난 스위스는 로마 교황청의 스위스 근위대와 함께 츠빙글리와 칼뱅의 종교개혁으로 유명한 나라고 그가 공부한 영국은 성공회가 국교이지만, 그는 유대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여기에 등장한 종교를 관통하는 것은 일신교이다. 일신교의 전통에서 성장한 사람은 다신교적 전통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베스트셀러 작가이니 많은 독서량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다신교 전통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했을 수는 있지만, 공부한 것도 암묵적으로 체득되는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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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교 전통이 있는 국가에서는 서구 개념의 ‘무신론자’란 있을 수 없다. 역자는 후기에서 “일신교 전통이 강한 서양에서는 무신론자라는 말 자체가 지난 부정적인 함의가 대단하다. 대단한 이심과 불신과 격분을 불러일으키는 말이 무신론자다.”라고 했지만, 서양이 아니라 유일신을 섬기는 무슬림 국가에도 마찬가지다. 무슬림 보험회사의 약관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무슬림은 100%, 기독교는 80%, 불교도나 힌두교는 60%, 무신론자는 40%’만 준다.” 물론 나는 농담으로 받아들이지만, 이처럼 유일신 전통성이 강한 사회가 가지는 무신론자에 대한 차별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다. 일신교 중에서도 특히 타민족과 타종교에 철저하게 배타적인 유대교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가졌던 작가의 혼란스러움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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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에 대한 이러한 적개심, 반대로 무신론자가 가지는 일교신에 대한 적개심의 바닥에서는 서구의 이분법적 사고가 내재되어있다. 저자의 말처럼 “종교란 하늘나라에서 인간에게 내려준 것이거나, 아니면 엉터리에 불과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버리게 될 때, 문제는 더욱 흥미로워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종교라는 것이 갖가지 정교한 개념들의 저장고임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도 특별한 것은 아니다, 플라톤의 [국가]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이분법적 존재론은 서구 사상 전반에 펴져 있는 것이고, 유대교의 한 지파에서 분리된 초기 기독교는 이러한 이분법적 논리를 바탕에 두었고, 사도 바울로는 “성령”의 개념을, 플로티노스는 “영혼”의 개념을 도입해 이분법적 논리를 극복하려 한 이래로, 서양에서는 수많은 (저자가 말하는) “정교한 개념”들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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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결론에서 “우리가 종교에서 부활시킬 수 있는 교훈들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이었다.”고 이 책의 목적을 말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한집 건너 하나씩 점집 아니면 교회가 들어서 있고, 산에 있던 절까지 도시에 포교원을 만들고 있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줄어드는 신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 종교를 믿게 할 것인가?’다. 우리에게 무신론자란 ‘어떤 신을 믿을지 결정하지 못한 자’일 뿐이고,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광신자가 되지 않을까?’다. 2012.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