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락 알베르 카뮈 전집 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 소설 [전락] 알베르 카뮈, 책세상,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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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는 ‘피에-누아르’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표현하자면, 조선족과 같은 의미다. 그 역사적 원인은 모두 제국주의에 있지만,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물론 프랑스 내에서도 ‘피에-누아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차별은 존재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서 비교적 안전하게 정착을 했다. 그들이 집단으로 이주한 지역의 출생률은 증가했고 경기는 활황기였기에 그들에 대한 적대감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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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작품 배경 대부분은 프랑스가 아니다. 이 소설의 배경도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이며, 술집 ‘멕시코 시티’가 주 무대이다. 카뮈가 프랑스어로 썼기에 프랑스 문학으로 분류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알제리와 프랑스, 그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작가의 내적 모순이 내재되어있다. 특히 이 소설에서 그런 점이 잘 드러난다. 물론 그의 대표작인 [이방인], [페스트]에 비해서 이 작품은 난해하다. 전체를 다 읽어도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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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무질서를 정리하고 때로는 작가 자신도 예견하지 못했던 어떤 의미를 작품에 부여한다는, 비평의 중요한 국면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피에르-루이 레의 ‘해설’에 있는 이 말은, 특히 이 작품을 읽을 때, 무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굳이 비평을 따라 읽을 필요는 없다. 문학에서 정답이란 존재할 수 없기에 책을 읽는 독자는 자신의 눈으로 읽고,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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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었던 [이방인]과 [페스트] 때문에, [전락]에서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를 상상하기가 조금은 쉬웠다. 물론 ‘부조리’의 인간이라는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에 동의하지만, 그 부조리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도 부조리하다. 어쩌면 뫼르소의 또 다른 분신처럼 보인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 책에 등장하는 다리에서 자살하는 여인이나 그와 밤을 보낸 여인들, 모두를 조국祖國의 다른 이름이라고 보자. 주인공이 그들의 대할 때, 그것이 방관이든 연민이든 욕정이든, 그의 태도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의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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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부조리한 시스템이 젊은 여인의 생명을 빼앗아 버렸다. 나는 그것이 그 사건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범죄를 저지른 범인은 그 죗값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사건을 조선족과 관련지어서는 안 된다. 조선족이라는 단어 자체도 사라져야 한다. 그들은 ‘중국 교포’다. ‘피에-누아르’처럼 식민지로 간 사람들이 아니고, 무능한 조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났던 사람들이다. 망상에 젖은 국수주의자의 논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모두 껴안아야 할 우리의 핏줄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알면서도 모른 체 방관하고 있는 우리다. 우리가 ‘부조리한 인간’이다. 201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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