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빠는 언제 올까
김의숙 글.그림 / 장영(황제펭귄)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아 그림책 [삐빠는 언제 올까] 김의숙, 황제펭귄, 2012

 

가끔 사람들은 나에게 어른이 그림책을 왜 읽느냐고 묻는다. 읽으면 읽을수록 높아지는 고전의 벽 앞에서 허둥거리며, 왜 그림책은 읽느냐? 대답은 간단하다. 첫 번째는 나만의 작은 휴식시간을 갖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곧 태어날 작은 조카와 동생을 기다리고 있는 큰 조카 녀석이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좋아할까 상상만 해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동생을 기다리는 큰 조카처럼 이 책의 주인공도 혼자인 것 같다. 동생도 없고 형이나 누나도 없다. 그래서 상상의 친구 삐빠를 기다린다. 정말 귀여운 친구 삐빠. 나는 삐빠를 상상 속에서라도 만날 수 있는 주인공이 부럽다. 어른에게도 삐빠 같은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이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면, 어른들은 외면 받을 때 고독을 느낀다. 그렇지만 어른들에게는 상상의 친구를 만날 자유가 없다. 그저 혼자 고독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

플라톤의 [향연]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잔치 마지막에 ‘갑자기’ 술에 취한 알키비아데스가 등장한다. 그는 아테네 제일 미남자에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자다. 그러나 그는 소크라테스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이 이야기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소크라테스는 진리의 상징이다. 잘생기고,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자도 노력하지 않으면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소크라테스를 향한 알키비아데스의 간절한 염원이 너무 애달프게 보였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고전의 향연 속에 헤매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알키비아데스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서보면, 난 잘 생기지도 못했고 돈도 명예도 없다. 그저 [향연]에 등장하는 어린 시종일 지도 모른다. 그저 포도주 항아리를 들고 다니며, 주워들은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내 볕 고 있는 그런 우매한 인간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고단하고 외로울 때, 삐빠 같은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려운 고전도 좋고,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도 좋다. 그러지만, 아이들과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이런 책도 읽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림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글과 그림을 쓴 사람이 다른 경우와 한 사람이 모두 작업한 것이 있다. 이 책의 작가는 그림을 그리며 글을 썼다. 그러기에 글과 그림 중 어느 하나가 다른 한쪽을 설명하지 않는다. 글을 먼저 읽고 그림을 읽어보면 더 재미있는 책이다. 2012.04.18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