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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프지 않아 - 청소년 테마 소설집 ㅣ 바다로 간 달팽이 1
이병승 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3월
평점 :
청소년 소설집 [난 아프지 않아] 이경혜 외, 북멘토, 2012
성인들도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만, 입시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책이 필요하다. 잠시나마 시험에 시달리는 현실을 잊고 타인의 삶을 경험해보는 것도 휴식의 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 시기의 고민과 고통을 중심으로 한 이런 테마 소설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자신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역사란 결국 사람의 이름을 사무치게 기억하는 일일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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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혜 작가의 단편 [명령]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구절이다. 이 단편은 30여 년 전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쓰였다. 그날의 일은 ‘사태’에서 ‘민중항쟁’으로 바뀌었다. 그날은 분명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었고, 아직도 그들은 살아있다. 지워져 가는 암울한 기억들을 독자들에게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소설가의 임무 중 하나이기에 이런 소설도 필요하다.
그러나 [명령]은 불편한 단편이다. 이 책이 청소년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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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저지르는 가장 비열하고 끔찍한 일들은 대부분 명령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졌다. 명령을 내린 자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명령에 따라 움직인 자는 명령이란 방패 아래 자신의 억눌린 사악함을 다 드러낸다. 혹은 명령이란 이름 뒤로 뻔뻔스레 숨는다. 명령을 통해 그들은 공생관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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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진압봉을 통해 전해 오던 떨림을, 자신의 대검 끝에 전해 오던 묵직함을 어떻게 모를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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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작중화자는 나이가 한참 들어서야 이런 결론을 내리고, 가해자를 찾으려고 근무하던 학교를 관둔다.
불편했던 것은 여기에 있다. 지금 가해자를 찾아서 어쩌잔 말인가?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이나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 등의 단편적인 심리학 실험의 결과로 가해자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라크전에서 돌아온 수많은 미군 병사가 전쟁 외상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있다. 월남전에 파병되었던 많은 군인이 전쟁 외상 증후군에 시달렸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가해자 본인의 문제를 넘어서, 가족들 특히 자식들에게도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그날의 가해자들은 평안하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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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말처럼, 역사란 본래의 자기를 차츰 정확하게 알아가는 과정을 서술하는 것이다. 그날의 광주를 잊어서도 안 되지만,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소설이란 인쇄되는 순간부터 독자의 것이다. 그러기에 소설을 잘 읽기 위해서도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2012.04.16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