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알베르 카뮈 전집 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 소설 [페스트] 알베르 카뮈, 김화영, 책세상, 1995

 

책 표지에 있는 카뮈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제임스 딘이 떠오른다.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뒤로 넘긴 채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은 제임스 딘이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저렇게 늙어가지 않았을까? 이런 혼자만의 상상을 하게 만든다. 나는 한동안, 데니스 스톡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비 내리는 뉴욕 거리를 걷고 있는 제임스 딘을 젊은 카뮈라고 착각한 적도 있었다.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걸어가고 있는 제임스 딘. 그들은 단지 동시대를 살았고, 두 사람 모두 교통사고로 요절할 운명이었을 뿐이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를 가장 훌륭하게 소화할 것 같은 배우는 제임스 딘이다. 꼬맹이 시절 작은 브라운관에 비친 그의 반항적인 눈빛은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된 부조리한 인간 뫼르소와 겹쳐진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이 책에도 제임스 딘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 있다. 페스트의 마지막 희생자가 된 타루. 나는 그가 죽는 장면에서 다시 한번 제임스 딘을 떠올렸다. 그는 주인공이 아니다. 많은 주변인물 중의 한명이고 마지막 장면이외에 그렇다할 역할도 없다. 어떤 영화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기억 속의 파편은 책을 읽는 내내 타루를 연기하는 사람이 제임스 딘일 것이라는 그런 환상에 사로잡혔다.

 

많은 사람은, 적어도 카뮈와 이 책의 역자는 오퉁 판사 아들의 죽음에 많은 연민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타루의 죽음이 더 안타깝다. 그가 마지막 페스트의 희생자여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담담하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드리는 그 장면에서 충격을 받았다. 우주의 긴 시간에 비하면 우리의 삶은 하루살이의 인생과 다를 봐 없다. 타인이 만들어낸 소심한 규칙들과 거대한 자연의 속박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타루가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 리유, 하고 마침내 그는 또박또박 말을 꺼냈다.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그럴 필요가 있어요.

- 약속하지요.

타루는 그 두툼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 고마워요. 나는 죽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싸워보겠어요. 그러나 지는 판이면, 깨끗하게 최후를 마치고 싶어요.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어렵다. 김화영 교수의 번역이니 믿을 수밖에 없지만, 이 책도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렇지만 100쪽 정도만 인내심을 가지고 한자 한자 읽는다면 금세 빠져들 수 있다. 나 같은 시골서생이야 전쟁이니 철학이니 하는 어려운 용어를 가지고 이 책의 가치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책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타루를 꼭 한번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201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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