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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란 무엇인가 ㅣ 문예학총서 12
조정래.나병철 지음 / 평민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론 [소설이란 무엇인가] 조정래 나병철, 평민사, 1991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소설가 조정래의 창작론이라고 생각했다. [태백산맥]으로 유명한 조정래 작가의 뭔가 특별한 창작비법이나 소설가의 성찰이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은 얼마 안 가서 무너졌다. 이 책은 창작론이 아니라 소설의 역사를 탐구하고 분석하는 학술 서적이었다. 그래서 다시 지은이에 대해서 유심히 읽어보니, 동명이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다. 학술 서적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으로 내가 이 분야에 지식이 많다거나 공부를 오랫동안 이야기했다는 것은 아니다.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로서 어떻게 하면 소설을 좀 더 재미있게 읽을 것인가? 또는 나 같이 평범한 사람도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 때문에 몇 권의 소설 창작론을 읽은 적이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외국에서 나온 문학비평이나 창작론에 관한 서적은, 외국의 저명한 저술가들의 책이고 대부분의 한국 비평가들이나 학자들도 그 책을 참고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 권위를 보고 읽어보게 된다. 하지만 너무 어렵다. 여기에서 어렵다는 것은, 특히 이 분야의 대가들은 쉬운 문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실례로 소개하는 소설들이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소설이라는 점이 독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진지하게 공부를 해 보려고 해도, 한국에서는 책을 구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우리 소설을 실례로 사용하고 있기에 쉽다. 물론 소개된 책을 모두 읽었다는 것은 아니다. 반 정도는 학교 수업시간에 들어보았거나 배웠던 소설들이고, 나머지 책들도 도서관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럼 다른 한국 책들과는 어떻게 다를까? 내가 읽은 몇몇 작가들의 창작론은 대부분 소재라든가 묘사나 서술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과 작가의 자세에 관련된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국문학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지는 기본적인 질문에 대답을 주는 책은 없었다. 내가 가진 기본적인 질문은 이야기에서 소설이 어떻게 발전해 나왔는가? 라는 문제와 현대 소설이 난해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에 대한 것이었다. 이 책은 그러한 궁금증에 대해서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본적인 대답을 내게 주었다. 서사문학을 시작으로 포스터 모더니즘 소설까지 그 차이를 설명해주었고, 소설의 기본적인 골격을 나에게 제시해주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시대별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을 준 것은 확실하다. 특히 다른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만화와 그림을 이용한 설명은 정말 유용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가진 책이 1991년 출판된 초판이여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대 포스터 모더니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례로 소개된 작품 중 가장 최근 것이 1980년대 초반의 작품들이고, 그 이후 작품들과 발전된 형태에 대한 여백이 아쉬웠다. 또한, 책의 많은 부분에서 루카치의 책을 인용하였기에 루카치의 변증법적 견해에 너무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물론 우둔한 독자로서 저자가 소개한 외국의 저작 중 루카치의 저작밖에 아는 것이 없기에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어려워서 덮어두었다 루카치의 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2.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