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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 오래된 지식의 숲, 이수광의 지봉유설
이철 지음 / 알마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조선 역사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이철, 알마,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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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類書), 유설(類說) 그리고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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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는 사물과 지식을 그 속성에 따라 분류해 기록한 책이다. 광범위한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 편집한 유서는 쉽게 말해 다른 책들에 실려 있는 내용을 ‘짜깁기’해 엮은 것을 말한다. 유설은 유서에 자신의 이견을 덧붙인 책을 말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과 이익의 <성호사설>은 유설에 해당한다. 저자는 엄밀하게 따져서 이 두 책은 백과사전이 아니라고 말한다. 학자에 따라 백과사전의 기원이나 의의가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저자는 프랑스에서 발간된 <백과사전, 또는 학문, 예술, 공예의 합리적 사전>과 위의 두 책을 비교하고 있다. 이 백과사전은 디드로, 볼테르, 몽테스키외, 루소 등이 참여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프랑스 대혁명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것에 비해 <지봉유설>과 <성호사설>은 그러한 혁명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우리 선조들의 개혁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러한 문헌적 담론을 벗어나서 이 책을 읽는다면,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읽는 것 같다. 처음 소개된 것은 무지개이다. 당시 사람들은 무지개가 동물 입에서 나오는 기(氣)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18 세기말 유럽에서 당시 유행했던 뉴턴의 광학이론을 괴테가 색채론으로 비판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18세기 중엽에 쓰인 <성호사설>은 그 당시 조선 학자의 안목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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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는 “무지개는 부슬비에 해가 비추어서 만들어진다. 그것은 형체가 있어 물도 마시고 술도 마실 수 있다”라고 하였고, 또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반드시 창자도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이해할 수 없다. - <<성호사설>> <천지문> ‘무지개가 물을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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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정조대왕이 애연가였다는 사실과 함께, 당시 모든 계급이 담배를 피웠다는 것이 놀랍다. 양반집 부인네도 담배를 피웠고, 양반이 노비에게 담배를 빌리는 것이 흉이 아니라고 적혀 있다. 더 나아가 19세기 전후에 나온 윤기의 <<무명자집>>에는 “오늘날 사람은 태어난 지 10살 남짓 되면 남녀와 귀천을 따질 것도 없이 모두 담배를 배워 피운다고”고 말한다. 결국, 오늘날의 담배 예법은 그 이후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금연이 추세이기에 더 거론할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나 스승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을 도덕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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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면서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혹시 편견이나 아집에 사로잡혀 그르친 것은 없는지 알기 위해서 고전을 읽어야 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제일 쉬운 방법이 고전을 읽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은 원전을 인용할 때 원문인 한문을 모두 빼고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것만 적어놓았다는 것이다. 저자의 한문 독해실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한글 전용화를 요구하기에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것은 우리 고문헌을 우리글로 완역해 놓은 텍스트가 드물다는 점이다. 지금 세대가 조선의 원전을 읽기위해서는 평생을 공부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고전을 우리말로 옮긴 텍스트가 더욱 필요하다. 이 책을 읽고, 더 알고 싶어도 여기서 그쳐야한다. 서구인들은 그리스 신화를 시작으로 많은 고전을 자신의 모국어로 텍스트를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을 그것을 읽고, 인용하며 자신의 글을 쓴다. 우리가 우리말로 우리글을 쓰면서 그리스 신화나 서구의 문헌을 인용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201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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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