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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말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
데버러 L. 로드 지음, 윤재원 옮김 / 알마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교육비평 [대학이 말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 데버러 L, 로드, 알마,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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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을 누리는 분야는 돈을 공부하고, 돈을 끌어모으고, 돈이 보장되는 학문이다. 반면, 지식의 추구를 장려하고 단순히 직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 평생학습에 가치를 두는 분야는 점차 소멸하고 있다. (중략)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예는 학문적 글쓰기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겉멋만 부린 문체, 난해한 주제 그리고 과도한 인용과 참조다. 2장에서 언급하겠지만, 현대 학문이 내놓는 글은 난해하고, 사소한 주제를 다루며, 몇몇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읽지도, 읽히지도 않는다.”(26-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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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법대 교수의 말이다. 돈을 추구하는 대학, 일반인들과 멀어지고 있는 학문. 미국의 현실이며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대학의 목적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원서에서는 어떤 단어를 사용했는지 알 수 없으나, 대학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장려하고 평생학습에 가치를 두는 학문을 반드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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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라는 것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이상의 것은 아니다. 대학은 지혜를 추구해야 한다. 지혜는 “사실의 현상적인 분석과 기술(記述)에 바탕을 두고 그 내면적 근거와 본질 및 전체적 의미연관을 통찰하여 더욱 근원적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태(事態)라고 하는 것은 가치판단의 일어나기 전의 상태 즉 지식으로 확정되지 않은“객관적인 대상으로서의 형편”을 말한다. 다른 말로 이야기한다면 돈도 안 되고 소모적인 논쟁을 바탕으로 현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학문의 근본목적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이렇게 비효율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결국, 이것은 대학의 몫이다. 인간은 매일 같이 선택의 상황에 놓이고 그때마다 지혜를 갈구하게 된다. 평생학습이 필요한 것도 급속하게 변하는 현대사회의 선택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학습의 방편으로 책을 읽는다. 하지만 저자도 지적했듯이, 많은 책 중에서 적합한 책을 선택하는 자체도 어렵고, 책 내용 또한 현실과 괴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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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대학교가 교육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익을 최상의 목표로 두는 회사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매년 발표되는 세계의 명문대학 상위에서 오르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상위에 올라가서 돈을 많이 벌면 대학의 목적을 이룩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니 다 그만한 이유는 있겠지만, 학교는 학원과는 달라야 한다. 지식을 집약적으로 입력시키는 곳이 학원이라면 학교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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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학교수가 대학교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대학교 신입생들은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대학교수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도 유용할 것 같다. 책 읽기는 즐기는 사람이라면 [책 서평의 활용과 남용] 부분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지금까지 오해했던 부분을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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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공적 지식인들이 반드시 가장 전문적이거나, 최고의 식견을 갖추었다거나, 학문적으로 존경할 만한 표준을 제시한다고는 볼 수는 없다. 미디어는 “명쾌한 답변”을 원한다. 복잡하고 주의 깊게 평가된 분석을 바라지 않는다. 뜻있는 전문가들에게 조언하건대 “미디어에서 잘 팔리는 것은 독설”이다. “당신의 논조는 비난으로 가득해야 한다.”는 게 교수들에게 보내는 전략 기획자들의 충고다. 언론은 다툼과 언쟁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날 것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다. 그리고 뇌물을 먹은 장광설은 미묘한 담론보다 언론에 노출될 확률이 더 높다. 저널리즘의 이러한 특성은 공공 토론의 장에서의 대학교수의 참여를 저해하고 또 왜곡한다. 학문에 진지하게 임하는 학자들은 보통 미디어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시간과 자기 홍보 의지가 부족하다. 기자를 교육하는 것은 지루하고 힘들며, 보람도 없는 일이다. 그들은 교수를 불편하게 만들고, 시간만 잡아먹는 설명과 정신없는 인용을 요구한다. 그게 아니라며 편집실 바닥에 내팽개친다. (중략) “불편한 진실”을 전하고 기존의 도그마에 도전장을 내미는 공적 지식인들은 대중이 그들의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러한 대중의 속설을 설명하는데 바쁜 시간을 쪼개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194-195쪽
201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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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