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상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1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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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집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선(상)] 미야베 미유키, 2009

 

내용은 시대의 반영이나 사상의 빛을 받아 변모하여 간다.

 

세이초가 평생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는 이 말, 내가 문학을 보는 관점도 이것과 같다. 일본 문학 작품을 즐겨 읽지 않았기에 세이초를 알게 된 것은 최근이다. 이 책을 엮은 마유키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모방범]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지루한 소설을 그것도 3권씩이나 써서 사람들을 괴롭히는가? 물론 다 읽지도 않았다. 어디 있는 지도 잊어버렸다. 문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도스토옙스키의 완역본을 다시 읽은 후 ‘[모방범]은 [죄와 벌]의 일본어 개작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세이초의 천여 편이 넘는 소설 중에서 [어느 <고쿠라 일기>전]을 컬렉션 첫 작품으로 선정한 마유키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누구나 자신의 일에 대해서 회의를 느낀다. 특히 그것이 돈벌이와 관련이 적다면 더욱 그렇다. 마유키도 그랬을 것이다. 물론 일본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은 한국에 비하면 행복하다. 일본은 순수문학뿐만이 아니라 장르문학이 발달했고, 독서 인구가 많아 한국보다는 확실히 여건이 좋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유키도 처음 습작을 시작하면서 고사쿠처럼 갈등 했을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 고사쿠는 남보다 영민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선천적으로 장애인이다. 말을 잘하지 못하고, 한쪽 다리도 절며, 얼굴은 일그러져 있다. 그가 태평양 전쟁으로 어수선한 시대에 모리 오가이의 사라진 [고쿠라 일기]를 찾아 나선다.

 

이 일로 모자는 서로 더욱 애정으로 챙기고 두 사람만의 체온으로 버텨 나가게 되었다. (중략) 적기가 무시로 소이탄을 머리 위로 떨어뜨리니 오가이나 소세키를 생각할 형편이 아니었다. 누구나 당장 내일 살아 있을지 죽을지 모르는 판이었다. 58쪽

 

소세키와 오가이는 일본 근대문학이 대가이다. 하지만 대가의 작품도 전쟁 앞에서는, 처참한 현실 앞에서는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결국 고사쿠는 일기도 찾지 못하고, 자신의 여정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죽는다. 습작생에게 고사쿠의 삶은 어느 대가의 인생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201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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