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그 첫 5,000년 - 인류학자가 다시 쓴 경제의 역사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학/경제사 [부채 그 첫 5000년] 데이비드 그레이버, 부글북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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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면 당신이 빚을 갚지 않는다고 당신의 다리를 부러뜨리러 오는 사람들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복잡한 금융기관이라고 보면 됩니다.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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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복잡한 금융기관은 IMF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도 친숙하게 알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 물론 한 세대가 지낸 후에나 - 그들이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며, 그 전과 후의 변화는 정권의 변화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는 다음 세대의 몫이라고 보더라도, 왜 미국의 인류학자는 원초적인 단어를 써가면서 IMF를 비난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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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혹평과 더불어 세계화를 경마에 비교한다. 우수한 혈통으로 잘 조련된 말과 시골에서 힘겹게 짐을 나르던 말이 경마에 참여한다고 가정해보자, 같은 출발선에서 경주를 시작하기 때문에 그 시합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말(馬)의 문제만이 아니다. 경마장 주인과 마주가 서로 싸고 사람들에 공평한 경기라고 소문을 퍼뜨리고,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경마에 참여하게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경마가 끝나면 IMF같은 수금원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세계화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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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물교환과 화폐의 인류학적 고찰을 통해서 저자는 주류경제학 즉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물론 이 책 많은 곳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라는 말은 빠져 있어, 약간의 혼선이 빚어진다. 모든 경제학자들이 저자의 논리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 책의 이론을 발아들이기 쉽지 않으며, 이것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내놓을 것이 없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 아닐까? 미국의 주류경제학자들도 충분히 고민을 하면서 다양한 이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비주류에 속하는 정치경제학자들은 겨우 그런 논리로 신자유주의의 맹점을 분석한다고 핀잔을 주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을 읽었다. 물론 엥겔스의 이 책도 인류학자인 모오간의 이론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다. 물론 거의 한 세기 전의 책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모순이 있지만, 짧은 독서력으로 볼 때는 엥겔스의 논리에 더 공감이 간다. 인류의 역사가 계급투쟁의 역사인지, 부채의 역사인지를 수학처럼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단지 저자의 말처럼 오늘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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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스로에게 돈이란 것이 신성한 것이 아니고,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도덕의 핵심이 아니며, 이 모든 것들은 인간들의 협상에 따른 것일 뿐이며, 또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가 사태를 다른 방식으로 풀기로 합의하는 능력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뜻에서도 그렇다. 함무라비 이래로 위대한 제국들이 이런 종류의 정치에 저항했다는 사실이 많은 가르침을 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희년정신을 기대하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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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5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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