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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딱지 ㅣ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12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이경혜 옮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10월
평점 :
프랑스 동화 [무릎딱지] 샤를로트 문드리크, 한울림어린이, 2010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죽음에 익숙한 사람은 없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죽음의 예행연습이다. 어른들도 견디기 어려운 가족의 죽음을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을 낳아준 엄마가 갑자기 사라졌다면 어떨까?
나는 안다.
엄마가 어디로 떠난 게 아니라 죽었다는 것을,
이제 엄마를 보지 못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엄마를 관에 넣어서 땅에 묻었다.
엄마는 조금만 먼지로 변해 갈 거다.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잘 대해 주지만
아무도 나한테 엄마가 살아 있지 않다는 걸 말해 주진 않는다.
살아 있지 않은 게 죽음이란 걸 나는 다 아는데.
이 책의 첫머리다. 아이는 담담하게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가 담담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비겁하게 피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들아 아빠도 엄마가 떠나서 너무 힘들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정답일까? 독자의 가치관에 따라서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다. 죽음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이 책은 유아용 동화라기보다는 성인들을 위한 동화다.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죽음 때문에 종교가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 난 기사가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부자였던 사람이 결정된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며, 어느 신부님에 물어보았다는 이야기. 어떤 사람은 유치한 질문이라고 비아냥거리지만 죽음을 경험해본 사람이 없지 않은가. 누구나 그 앞에서는 어린아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신이 있다는 것은 불가해하고 신이 없다는 것도 불가해하다. 혼이 우리의 신체와 같이 있다는 것도 혼이 없다는 것도 불가해하다. 세계가 창조되었다는 것도 그것이 창조되지 않았다는 것도 불가해하다. 원죄가 있다는 거도 그것이 없다는 것도 불가해하다. [팡세] 230
파스칼의 말처럼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신이 있다고 믿고 사는 것이 맘 편하지 않을까.
201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