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도서관 - 여성과 책의 문화사
크리스티아네 인만 지음, 엄미정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인문 교양 [판도라의 도서관] 크리스티아네 인만, 예경,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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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과 독서, 그리고 책 읽을 자유를 손에 넣기 위한 여성들의 여정에 경의를 표하는 작업인 셈이다.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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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작가도 학자도 아니다. 그러기에 문장의 압축률은 떨어지고, 학술적인 성과를 야야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저자의 자유로운 상상을 바탕으로 책과 미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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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작가 안헤두안나와 그녀가 조각된 원반, 중국의 위대한 여류학자 반소와 [한서], 세계 최초의 소설가 (물론 이 견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라사키 시키부 등 책과 책을 읽는 여인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서, 그림 속의 주인공이 어떤 책을 읽고 있었을 것이라고 잊혀가는 책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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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그림과 책을 넘어서서, 독서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매스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책의 형태도 변하고 그 가치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얼마 전부터 불기 시작한 인문학 열풍과 더불어 독서에 대한 책도 많이 출판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책은 독서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없고, 단지 독서를 하나의 테크닉으로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독서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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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본질을 생각하면 한 때 책과 영화로 우리에게 익숙했던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그 책에서 에코가 말하는 것은 [암흑의 시대]라고 알려진 중세가 모두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그 시대의 그림과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여성이 주인공이기에 에코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 중세시대에 학문을 연구하던 곳은 수도원이었다. 우리가 요즘 즐겨보고 있는 세종대왕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중세시대 서양에서는 세종대왕 같은 사람이 없었다. 왕은 무력으로 통치했을 뿐 학문은 수도원의 수도사들에 의해서 발전되어왔다. 우리가 지금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라톤과 같은 그리스 철학자들의 책은 당시 금서였으며, 수도사 중에서도 일부 허락된 수도사만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서였지만 일부 수도사들이나 학자들은 그것을 필사해가며 그것을 공부했다는 것이다. 만약 수도사들이 금서라고 모두 불태워 버렸다면 그리스철학은 지금까지 전해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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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소개된 기원전 알렉산드리아에 살았던 그리스 여류철학자 히파티아도 인상적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제도 속에서 투쟁적으로 독서를 했고 자신의 사상을 만들어갔다. 물론 그녀 이후 여성이나 일반 대중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은 1900년대 이후에서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독서를 하는 것은 재능이나 기술은 필요가 없다. 음악이나 미술 분야에서는 천재가 있고 그들의 혁명적인 작품은 시대를 변화시키지만, 철학이나 역사 분야에서는 천재가 없다. 물론 니체나 비트겐슈타인 같은 천재가 자신만의 세계를 확실하게 구축했다. 하지만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칸트가 없었다면 그들이 존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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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서 독서에는 천재성이나 기술은 필요 없다. 단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결정하고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독서의 본질이며 책 읽을 자유를 위해 싸워온 선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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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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